지금 이 목소리를 듣는 일이 우리의 정의(正義)다
김지은은 ‘안희정 성폭력 사건 피해자’로 세간에 기억된다. 전 충남도지사 안희정의 비서였던 김지은은 재직 당시 ‘순장조’라 불렸다. 왕이 죽으면 왕과 함께 무덤에 묻히는 왕의 물건처럼, 누구도 모르는 왕의 비밀을 죽을 때까지 함구하다 마지막엔 죽음으로 그 입을 막아야 하는 존재였다. 2018년 3월 5일 상사 안희정에 의한 성폭력 피해를 세상에 알리고 2019년 9월 9일 대법원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아내기까지, 김지은은 세상으로부터 수많은 질문을 받았다.
“왜 그렇게 여러 번이나 가만히 당했느냐?”
“왜 곧장 말하지 않았느냐?”
“좋아했던 것 아니냐?”
터무니없는 위증, 비방, 날조, 모략과 손가락질이 이어졌다. 책은 상사로부터 위력에 의한 성범죄를 당한 노동자 김지은, 그리고 마침내 그 권력과의 싸움을 결심하고 완수해낸 피해 생존자 김지은의 기록이다. 재판을 위해 필요한 증거를 거듭 정리해 제출하고 반복해 진술하며 수개월을 보내온 그다. 더하고 뺄 것 없는 진실이 여기에 있다. 증거 자료와 모든 신빙성의 격차에도 불구하고 왜 1심 무죄가 가능했는지, 위력 성범죄를 바로잡기 위한 재판이 이토록 힘겨울 일이었는지, 무엇이 애초에 이 같은 폭력을 가능하게 했으며 왜 그것을 바로잡아야 하는지. 수많은 질문과 답을 던지는 이 책은 지독한 불의 속에서 끝끝내 올바름을 찾는 힘겨운 싸움의 증언이다. 김지은은 다음 피해자를 막기 위해 미투를 결심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후 오랫동안 그는 세상을 향해 말할 기회를 얻지 못했고, 수많은 거짓 선동 속에 숨죽여야 했다. 재판에 매진하며 위력 속에 갇혀 있었던 이 목소리가 널리 읽히고 기억되는 것이, 지금도 무수히 존재하는 위력 속 가해와 피해를 멈추는 길이며 곧 정의라고 믿는다.
“아무리 힘센 권력자라도 자신이 가진 위력으로 인간이 인간을 착취하는 일 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해주십시오. 막대한 관계와 권력으로 진실을 숨기는 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법의 지엄함을 보여주십시오. 그래서 다시는 미투를 고민해야 하는 사람이 이 땅 위에 나오지 않도록 하여주십시오. 간절히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김지은 항소심 최후진술서 중에서.)
『김진명의 한국사 X파일』은 바로 그 기록을 만화의 형식으로 담아낸 책이다. 책에는 에는 7개의 ‘한국사 미스터리’가 등장한다. 한국사의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과정을 기록한 7개의 파일은 저마다 한 편의 추리소설이다. 김진명의 취재과정을 따라가는 동안 독자들은 그동안 알지 못했고 오해하고 있던 우리...
미술, 아는 만큼 보인다? 미술, 좋아하는 만큼 보인다! 오랜 기간 전업 도슨트로 활동하며 수십만 관람객을 미술의 세계로 안내해온 대한민국 1호 전시해설가 김찬용의 첫 번째 책. ‘이게 미술이야?’, ‘이게 왜 위대한 작품이지?’ 물음표로 가득한 미술 감상에 지친 채 미로 같은 미술관을 헤매는 당신을 위한 맞춤형 미술 길 안내서다.
『김찬용의 아트 내비게이션』에는 많은 사람들이 미술과 가까워지고 삶 속에서 미술을 즐기고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김찬용 도슨트의 마음이 담겨 있다. 믿고 보는 도슨트의 전문성, 오랜 기간 관람객들을 만나며 갈고닦은 감각과 재미 그리고 우리 모두가 각자의 취향을 찾고 미술 애호가가 될 수 있다는 유익성까지. 세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책이다.
김찬용은 마치 수학 공식처럼 미술에 대해 설명하는 입문서들 사이에서 ‘정해진 방식이 아닌, 나만의 방식으로 미술을 좋아하는 순간을 찾기’를 제안한다. 각자 좋아하는 지점은 다를 수 있고, 좋아하는 곳에서 시작해야 지식과 취향이 쉽게 넓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트 내비게이션의 미술사 여행은 저자가 설계한 아트맵을 따라 진행된다. 아트맵은 근대미술부터 현대미술까지 한 번에 이해할 수 있는 고속도로 같은 길이다. 아트 내비게이션의 여정에서 마음에 드는 지점을 발견했다면 ‘주변 탐색’을 통해 취향의 영역을 넓혀가보자.
영화 [조선명탐정],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황진이] 등 가장 많은 작품이 영상화된 소설가 김탁환, 그 10년간의 치열한 창작 기록을 담았다.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아 온 세상이 달뜨던 2000년부터 2010년까지 소설을 집필하는 사이사이에 남긴 창작일기다. 출간을 고려하지 않았기에 내면의 풍경을 가감 없이 드러냈던 이 기록 속에는 예술가의 삶이란 게 과연 어떤 모습인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책 속에 그려진 소설가 김탁환의 생활은 뮤즈와의 조우나 격정에 휩싸인 찰나들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그는 '더 써야 한다. 더 집중해야 한다. 더 고독해져야 한다. 버텨야 한다.'며 자신을 다그쳤고, 낙관과 비관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했고, 글을 쓰다 지쳐 잠들기도 했고, 쑤시고 아픈 몸을 견디며 창작과 퇴고를 반복했다.
그렇게 꼬박 10년. 소설을 '쓰지 않을 때, 쓸 수 없을 때, 쓰기 싫을 때, 문득' 써내려갔던 이 일기는 긴 시간을 거쳐 어느새 원고지 1,000매를 훌쩍 뛰어넘는 서사시가 되었다.
“누구나 어느 순간 그의 묵언과
강렬하게 부딪힐 것이다.”
『김대중 자서전』과 『새벽: 김대중 평전』 쓴 김택근은 ‘문장의 고수’로도 불린다. 오랜 기자 활동으로 얻은 단단한 논리와 시적 정서는 수많은 독자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전해왔다. 중언부언 설명하지 않고 본질에 닿으나, 인간과 자연 앞에서 언제나 겸허한 저자의 글은 맑고 예리해 어지러운 마음을 정화한다.
김택근의 글은 시대를 뛰어넘는 통찰의 기록이기도 하다. 지난 글이 바로 지금의 현실을 관통한다. 수십 년간 그의 칼럼은 혐오로 얼룩진 정치를 꾸짖고, 국가적 참사에 희생된 이들을 호명했으며, 잃어버린 시절과 자연을 노래했다. 오늘날에도 유효할 뿐 아니라 몇 번이고 곱씹고 읽게 만든다. 그래서 소설가 정지아는 “김택근의 글은 잘 벼린 칼처럼 우리 마음에 새기게 한다”라며 찬사를 보냈으며, 시인 신대철은 “누구나 어느 순간 그의 묵언과 강렬하게 부딪힐 것”이라 단언했다.
《경향신문》에 연재한 동명의 칼럼 제목인 ‘묵언’의 뜻에 대해 저자는 “말로 지은 삿된 것, 헛된 것을 부수자는 의미”라며 “말이 극도로 오염된 시대에 묵언은 정화이자 성찰”이라고 말한다. 혐오의 말로 얼룩진 시대에서 벗어나 성찰의 눈을 갖고자 하는 이들에게 『김택근의 묵언』은 오래 두고 펼쳐볼 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