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회 아쿠타가와 상 수상작. 친구도 없고, 여자도 없고, 한잔 술로 마음을 달래며 그날그날 항만 노동자로 생계를 꾸려가는 열아홉 살 간타의 서글픈 삶을 다룬 작품이다. 재미있는 이야기 구조나 복잡한 플롯도 없고, 남녀의 뜨거운 로맨스나 애틋한 사랑의 감정도 없다. 마치 과거 카프 소설에 등장할 법한 가난과 물질적인 고통, 그리고 그것에 따른 괴로운 심리묘사가 가득하다.
작가는 이런 개인적인 경험을 '사소설(私小說)'이라는 일본 고유의 문학적 방식으로 녹여낸다. 자연주의자인 다야마 가타이의 <이불>로부터 시작되어 다자이 오사무의 서정적 작품들로 성숙을 맞은 후, 일본문학의 특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장르인 본격 사소설의 전통은 맥이 거의 끊기다시피 했다. 니시무라 겐타는 그 전통을 무려 60여 년 만에 되살린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사소설의 후계자인 그는, 이야기를 만들어내지 않는다. 자기 일상의 흔적을 문자로 옮겨서 종이 위에 보관할 뿐이다. 가공되지 않은 그 삶의 단면은 당연히 거칠고 어딘지 불편하지만 거기에 깃든 진정성이야말로 <고역열차>가 주는 거친 매력이다.
표제작 '고역열차'가 중졸의, 계획도 미래도 희망도 없는 열아홉 살 주인공 간타의 삶을 담담하게 그렸다면, 함께 수록된 '나락에 떨어져 소매에 눈물 적실 때'는 중년 작가 간타의 문학 인생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작가 자신의 심리를 묘사하는 객관적이고 유머러스한 시선을 통해 '충치를 깨무는 듯한 (아픈) 쾌감'과 절로 웃음 짓게 만드는 공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1965년 노벨상을 수상한 러시아 작가, 미하일 숄로호프 대표작 『고요한 돈강』제1권. 제1차 세계대전 직전부터 대전과 러시아 혁명을 거쳐 국내전이 끝날 때까지의 10년간 돈 지방에서 일어난 사회 내부의 계급투쟁과 그속에서 겪어야 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격정적이고 파란만장한 삶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제13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고요한 우연』
“우리는 이 소설에서 연약한 인간의 품위를 보았다.”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 『독고솜에게 반하면』 『훌훌』에 이어 또 한 번 청소년 독자들의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킬 제13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이 출간되었다. 지극히 평범한 이들이 지닌 작고도 반짝이는 힘을 그린 소설 『고요한 우연』이다. 힘든 상황에 처한 누군가를 돕고 싶은 마음, 그러나 선뜻 나섰다가 다수의 반감을 사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는 보편의 인물을 주인공 삼아 “유리공예를 하듯, 도자기를 빚듯이 내면을 섬세하게”(이선주) 다루었다. 때로 비겁해지는 스스로의 모습에 실망하면서도, 주인공 수현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누군가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기를 멈추지 않는다. 관심과 호기심에서 출발해 이해와 공감으로, 나아가 사소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선의로까지 이어지는 마음의 성장 서사는 “작은 힘들이 끝끝내 이 세상을 어떻게 지켜 내는지를 몸소 증명한다.”(진형민)
김수빈 작가는 2015년 『여름이 반짝』으로 제16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동화에 이어 청소년소설까지 2관왕의 타이틀을 거머쥐게 된 그는 첫 수상 당시 “비눗방울처럼 연약한 것들의 힘”을 아름답게 그려 냈다는 평을 받았다. 무수히 많은 모래알 중에서도 조금 더 반짝이는 모래알을 건져 올리는 그의 촘촘한 시선은 여전하다. 관심과 선의로 표상되는 “연약한 인간의 품위”를(이선주) 담아 낸 『고요한 우연』은 “애쓰고 고뇌하며 작은 보폭으로나마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현재를 살아가는 청소년 인물의 진정한 성취를 보여 준다”는 평과 함께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되었다.
평범한 이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얼마나 힘을 내어 살아가고 있는가.
어긋나지만 다시 만나고, 오해 속에서도 진심을 탐구하고,
의도치 않은 결과에도 결코 선의를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 믿음직스럽고 사랑스러웠다. _심사평
시와 사진은 별개의 작업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시 따로 사진 따로 보아도 좋을 것입니다.
이슬 한 방울이 무연하게 꽃봉오리에 떨어졌습니다.
이슬이 앉은 꽃봉오리와 꽃봉오리를 만난 이슬은
그 이전의 이슬과 꽃봉오리일까요?
이슬 한 방울로 하여 꽃이 피어납니다.
꽃을 만나 이슬은 향기로운 보석이 됩니다.
거기에 햇살이 다가와 비로소 활짝 한 우주가 완성되는군요.
사진과 시, 이 우연한 조합에서
꽃과 이슬의 화학반응을 기대해봅니다.
기적을 완성하기에는 햇살과 같은 맑은 눈빛이 필요하겠지요.
그 눈빛 맑은 사람이 바로 당신이군요.
덕분에 제 누추한 삶을 시로 추스르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어쩌다 열 번째 시집이 되었습니다.
어리석은 이 일에 더 야무지게 어리석어볼 요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