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한국문학 최고의 유산인 박완서를 다시 읽는 「박완서 소설전집」 제18권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 1931년 태어나 마흔 살이 되던 1970년 장편소설 <나목>이 여성동아 여류 장편소설 공모에 당선되면서 문단에 등단한 저자의 타계 1주기를 맞이하여 출간된 장편소설 <그대 아직도 꿈꾸고...
난 문경이 원해서 보낸 것이 아니라, 그 당시 사회에서는 양육하는 당사자가 부 가 아닌 모이기 때문에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고, 그에 반발했던 문경이였다면 그의 승리를 축하해 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문경은 원래부터 자기였던 것을 남에게 비춰지는 좋은 모양새를 위해서였던, 자기 만족을 위해서였던, 아니면 문혁의 장래 지위를 위해서였던 스스로 물러섰다. 자기 합리화의 달인 답게 말이다. 원래부터 자기였던 것을 바보처럼 빼앗길 뻔 하다가 소 뒷걸음 질 치듯, 예전에 버리지 않고 두었던 편지 한장으로 간신히 되찾은 것을 축하하기엔 내가 너무 영악하다.
마지막으로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라는 제목에서 그대는 누구이며 꿈은 어떤 꿈일까? 혹자는 여기에서 자식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혁주가 그대가 아닌가 하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하는데, 내 생각에는 그래도 주인공인 문경이 여기서 말하는 그대라고 생각이 된다. 그럼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 의 의미는 무엇인가? 무엇을 바란다는 꿈일까?
오랜 기간 한국 사회를 지배해온 가부장적 질서는 남성성과 여성성이라는 젠더이분법을 낳았다. 가부장적 질서 속에서 여성들에게 부여된 이상적인 여성상은 현모양처이었다. 여성들은 사회로부터 현모양처가 되어야 한다고 강요받았고 이로 인해 자신의 욕망을 자유롭게 표출하지 못한 채 억압된 삶을 살아야 했다. 그러다 1980년대에 이르러 우리 사회에서는 현모양처 사고관에 대한 반론이 제기되기 시작하였다. 급속한 산업화의 결과 여성들은 노동시장의 새로운 공급원으로 인식되며 점차 사회에 진출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변화는 기존의 여성들이 젠더이분법으로 강요받아야 했던 여성성으로부터 벗어나는 계기가 되었다.
짧은 줄거리
결혼에 한 번 실패한 차문경과 부인과 사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김혁주, 비슷한 시기에 홀로된 이들은 동창회에서 재회하고 곧바로 사랑에 빠진다. 문경은 부인과 사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혁주를 생각해 3년이 지난 뒤 결혼을 하기로 한다. 그러나 문경이 의심해마지 않던 둘의 결혼은 혁주의 변심으로 깨지고, 문경은 미혼모라는 굴레와 아비 없는 아이, 가난한 삶만이 남았다. 그리고 7년 후, 혁주는 경제력과 화목한 가정을 이루고도 단 하나 가지지 못한 것, 아들을 차지하기 위해 다시 문경의 앞에 나타난다. 그로부터 얼마 뒤 문경은 가정법원으로부터 출두하라는 통지서를 받고 비로소 자신이 혁주가 제기한 자인도 청구권 소송의 피신청인이 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첫 번째 재판이 끝나고 보름 후 언도 공판이 있기 전에 문경은 혁주가 고소를 취하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