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그런가 하면「잘 자요, 엄마」, 「국자 이야기」는 끊임없이 진동하는 유동체로서의 내가 현실에서 느끼는 불안과 공포, 우울을 표현한다.
등단 8년 만에 총 여덟 권의 책을 펴낸 조경란, '나'를 이야기하면서 '타인'을 이야기하고, '타인'을 이야기하면서 '나'를 이야기해 온 그의 소설 세계가 얼마나 깊어지고...
가수 UV의 ‘쿨하지 못해 미안해’라는 노래가 생각이 났다. ‘나’가 균형에 대해서 꽤나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내 생각이지만 대개 이런 사람은 모든 일에 대해서 쿨한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 한번 균형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다시 그 균형을 맞춰가는 데 있어서 당황하고 또 그 과정에서 실수를 저지르기 때문이다. 나의 작은 경험에 의한 신빙성 없는 발언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를 상당히 무서운 사람이라고 느꼈다. 작품의 후반부로 갈수록 ‘나’가 정말 무섭고 치밀한 인간이었구나, 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 ‘나’가 외삼촌과 사촌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 과연 ‘나’가 외삼촌과 사촌을 무시하고 신경 쓰지 않을 자격이 있을까? 본인은 그렇게 균형을 중요시 하면서 왜 다른 사람의 균형은 존중해 주지 않는 걸까? 다른 사람도 아닌 외삼촌과 사촌이라는 가족인데 말이다. 설사 다른 사람을 자신의 존재를 확인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더라도 본인이 다른 사람을 평가하여 무시할 자격이 있나 싶었다. 이런 분노와 생각이 계속해서 겹치다 보니 이제는 그녀가 조금은 측은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