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이 책은 16세기 유럽에서 발생한 “종교개혁”에 대한 연구이다. 가장 중요한 관심사는 종교개혁의 본래 목적과 내용상 특징을 살펴서 이 역사적 사건의 본질을 규명하는 데 있다. 물론 특정 종교개혁자의 활동과 사상, 각 지역에서 종교개혁으로 인해 발생한 사건들, 또는 특별한 쟁점을 둘러싼 신학적 논쟁 역시 이 책의 관심사에 포함된다. 그러나 인물,사건, 사상에 대한 관심에 앞서 이 모든 일들이 발발하게 된 종교개혁이라는 역사적 사건 또는 운동의 성격을 명확히 하는 것이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목표이다.
종교개혁과 관련한 여러 주제들에 대한 수많은 국내외의 연구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종교개혁의 개념과 본질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는 상대적으로 충분하지 않았다.
종교개혁의 본질과 성격을 규명하는 시도는 이제까지 나타난 많은 연구들을 분석 평가하는 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앞으로의 종교개혁 연구들이 필히 고려해야 할 가장 근본적인 기초에 대한 재고를 촉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가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결론을 미리 말하자면 이 책은 16세기 유럽 종교개혁의 본질을 기독교 신앙의 회복의 추구였다고 정의한다.
‘종교개혁’을 앎에 있어서 먼저 ‘종교’가 무엇인지, ‘개혁’이 무엇인지에 대해 우리는 알 필요가 있다. 츠빙글리와 칼빈은 ‘종교’란, 성경이 가르치는 삼위일체 하나님에 대한 바른 앎과 그 앎에서 마땅히 나타나야 할 인간의 합당한 반응의 전체라고 말했다. ‘개혁’이란 기독교 종교의 본래 모습을 재발견하고 회복하는 것이라고 종교개혁자들은 외쳤다. 정리하자면 ‘종교개혁’은 하나님에 대한 바른 지식인 말씀을 바로 알고 그 말씀을 앎으로 인하여, 우리의 본래 모습을 발견하여 회복하자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종교개혁’은 “성경의 가르침과 그 가르침에 충실했던 초대교회의 모범을 따라 하나님에 대한 바른 이해와 그 이해로부터 나타나야 할 신앙의 반응 전체를 회복하는 노력”인 것이다. 그렇다면 당시 종교개혁자들은 자신들이 살아가는 시대 가운데서 왜 ‘종교개혁’을 외쳤는지, 그리고 ‘종교개혁’이 실제로 어떤 상황 속에서 일어났는지, 그 배경을 살펴보고자 한다.
종교개혁이 일어난 이유는 크게 4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로 중세 말 로마 가톨릭의 도덕적 부패로 인함이다. 특히 15세기까지 지루하게 이어져 온 로마 교황청의 기능상실과 분열, 그리고 그 결과로 인한 유럽 전역에 만연한 사제들의 방만한 목회와 타락한 형태들에 대한 불만과 비판이 종교개혁의 가장 큰 요인이었다. 이 외에도 부패한 대주교와 대수도원장들은 성직세습, 복수성직제도, 궐석성직제도, 성직매매 등을 일삼았고, 무엇보다 성 베드로 성당 재건축을 위한다고 하면서 사실은 자신들의 세속적인 야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벌였던 면벌부 판매는 루터로 하여금 95개조 반막문을 게시하게 만들었다. 이것에 담대하게 교황에게 맞선 루터는 기존 종교 질서에 반발했던 대중들과 세속 군주들의 지지를 받아 종교개혁이라는 거대한 변화의 흐름으로 형성되게 되었다. 가톨릭의 면벌부 판매로 인한, 루터의 95개조 반박문이 종교개혁이라는 거대한 변화의 흐름을 형성한 것은 맞지만, 이것만으로는 종교개혁 시작의 모든 것은 설명하기는 무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