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개학이 두려운 교사들에게, 그 두려움을 모르는 학부모들에게!교사들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학교 이야기 『교사도 학교가 두렵다』. 지금껏 무능하고 무책임한 학교를 바꾸기 위해 수많은 분석과 제안이 제기되었다. 하지만 이 책은 외려 그 수많은 분석에서 빠져 있었던 것, 학교가 어떤 상태인지에 대해,...
‘학교폭력’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많은 학생들이 치를 떤다. 그만큼 학교폭력은 사회문제 중에서도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학교폭력 사건 들은 대부분 교사나 학부모에게서 비롯된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들이 발생하 는 것일까? 저자는 교육현장에서 일어나는 폭력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아이들 간의 관계 맺음 방식 때문이라고 말한다.
교생 실습을 하면서 이 책의 제목을 봤을 때 많은 공감을 했다. 분명, 실습을 나가기 전까지만 해도 아이들을 지도하고자하는 꿈에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현실에서의 실습에서는 내가 상상했던 것처럼 마냥 행복하고 밝은 부분만 있는 것은 아니였다. 담배를 피는 학생들, 학교폭력을 하는 학생들 등 학교라는 사회의 집합체는 다양한 학생들이 모여서 이루는 만큼 다양한 사람이 있었다.
이 책의 제목은 수많은 도서 목록 중에서도 나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교사도 학교가 두렵다니. 보통의 상식으로는, 교사는 학교에서 나름의 권력을 가지며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이다. 따라서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은 교사를 모범으로 삼아 학교생활을 해 나가며 간혹 무서운 이미지의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일종의 심리적 압박을 행사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교사도 학교에 두려움을 가진다니 일상적으로 인지하고 있는 것과는 맥이 다른 제목이다. 단 아홉 글자의 제목만으로 순간 나는 두려워졌다. 책의 제목을 읽음과 동시에 나의 미래도 이와 다르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아마 이 책에는 교사가 학교 현장에 있으며 직접 겪은 고충들이 담겨 있을 것이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 교사를 힘겹게 하고, 얼마나 힘겨웠으면 교사가 학교에 두려움의 감정까지 느꼈는지 궁금해졌다.
엄기호의 책 「교사도 학교가 두렵다」에서는 무너진 교실의 모습, 침묵의 공간이 된 교무실, 무기력만 남은 학교 등 다양한 문제 양상들을 통해 학교의 위기 상황을 다룬다. 책의 서두에서는 ‘우리는 학교에 무엇을 기대하는가’하는 물음을 통해 학교의 역할에 대해 고찰한다. 그 역할은 흔히 지식 습득의 장, 계몽의 공간, 신분 상승의 도구, 재능을 발견하고 계발하는 곳 등으로 이야기되는데 현재 학교는 그중 어떠한 역할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학교는 심지어 다양한 사람을 만나 폭넓은 경험을 하는 ‘성장의 공간’, ‘삶의 공간’으로서의 역할마저 상실하고 있다.
이 책은 이러한 곤경에 대한 현장의 교사들이 갖고 있는 어려움과 고통을 자세하게 담고 있다.
얼마 전 아내한테 들은 이야기다. 옆집 아가씨가 교원대를 졸업하고 몇 년 만에 정말 어렵게 임용고사에 합격하여 초등학교에 첫 발령을 받고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자기 엄마한테 전화를 걸어 펑펑 울었다고 한다. 운 이유가 방과 후에 교실 청소하기가 너무나 힘이 든다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얼마나 개구진지 교실을 온통 난장판으로 만들어놔 교사 혼자서는 도저히 정리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했다는 것이다. 딸의 전화를 받은 부모는 부랴부랴 그 길로 경기도 어느 지역에 있다는 딸의 초등학교로 대신 청소를 해주러 달려갔다고 한다.
이 이야기에는 현재 우리나라 교육의 총체적인 문제점들이 모두 녹아있다. 다 큰 성인이 청소하나 스스로 해결하지 못해 부모한테 도움을 요청한 것이나, 그 요청을 받고 부랴부랴 학교로 달려간 과잉보호 부모님. 또 이미 교사의 통제를 벗어나버린 교실안의 풍경. 그리고 이것을 개선하지 못하는 정부의 시스템.
최근 뉴스를 보고 있노라면 우리나라 교육이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참으로 걱정이 든다.
『 교사도 학교가 두렵다』 책 제목만 봐도 다른 책과는 다른 특별함이 있었다. 교직과 관련된 일반적인 책들은 교사가 해야 할 일, 교사의 바람직한 모습들에 대한 내용을 다룬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 책에는 학교에서 일어나는 내용들이 담겨져 있다. 평소 글로 배우는 학교의 모습, 학생의 모습, 교사의 모습이 아니라 실제로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의 모습, 실제 학생들의 행동들, 그리고 실제로 교단에 서있는 사람들의 모습들이 궁금했기에 이 책을 읽기 전부터 흥미를 가지고 책을 보기 시작하였다.
교사들이 직접 얘기한 내용을 토대로 학교 현장에 대해 알려주는 이 책은 시작부터 강렬하다. 이 책의 저자는 “학교는 ‘가주는 곳’이고 학생은 ‘와주는 존재’가 되었다.”라고 말한다. 학교와 학생 모두 서로에게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현실에 대해 비판하면서 교실, 교무실 그리고 학교로 장소를 나누어 학교 현장에 대해 얘기한다.
“저는 권위적이고 독단적인 선생님이 아니라 학생들의 입장에서 바라봐줄 줄 알고 먼저 학생을 이해하려는 선생님이 되고 싶습니다. 또 그런 선생님이야 말로 학생의 인성발달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어떤 학생이라도 포기하지 않고 이끌어 나가 사회에 필요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고 자신이 있습니다.”
위의 글은 내가 입학을 위해 썼던 자기소개서의 일부이다. 나는 저 때의 다짐을 아직도 가지고 있으며 정말로 자신이 있다. 아니, 자신이 있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나서 꽤 오래 생각에 잠겼다. 책에서 보여 지는 학교 안에서의 일들은 정말 현실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그 현실이 너무 낯설었고 내가 그 교사의 입장이었더라면 어떻게 했을까 하는 나를 향한 질문에 어떤 명확한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분명 나도 그 수많은 아이들 중 한 명이었을 텐데 이상하리만큼 그 아이들이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몇 명을 제외한 모든 학생들이 잠재우는 수업장면을 보기 시작한 것은 벌써 20년 전 일이다.
수업시간에 널브러진 아이들에게 ‘학교’란 무엇일까?
그들이 시험기간 내내 OMR 답안지에 줄 세우고 엎드릴 때 어떤 심정일까?
그들이 수업시간을 그저 버티거나 흘려보낼 때 그들에게 ‘교사’란 무엇일까?
우리 교사들은 이렇게 그들을 계속 외면해도 되는 것일까? 모든 진학설명회는 상위 11%, 특별한 전형이라도 되어야 상위 30% 정도의 아이들이 대상이 된다.
나머지 아이들을 우리는 계속 외면해도 괜찮은 것일까?
그들을 불안하게 설득해서 보충,야자로 학교에 붙잡아서 점수 몇 점 올려도 정작 졸업 후에 암울한 상황은 별반 차이가 없다는 사실에 대해 우리는 계속 눈감아도 옳은 것일까?
엄기호는 이런 교육현장의 담론들을 현장에서, 사실적으로, 끈질기게 제기하는 몇 안되는 작가 중 하나다.
이 책은 감각을 잃은 교사들을 흔들어 고민하게 한다.
12년 동안이나 학교에 다녔는데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고 무엇을 해야하는지도 모르는 게 말이 되나. 아무런 책임감 없이 그저 가방 들고 다니게 하다가 졸업하면 낭떠러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