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미셸 투르니에 소설 『방드르디, 야생의 삶』. 대니얼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를 비판적 시각으로 다시 써내려간 이 책은, 로빈슨 크루소 신화의 단순한 변주가 아닌 문명과 야만, 인간의 뿌리 깊은 관습, 진정한 자유로움에 관한 실존적 물음을 제기하는, 그 자체로 매혹적인 한 편의 소설로서 이미 고전의 반열에 올라선 작품이다.
1759년 9월 29일 늦은 오후, 칠레 해안으로부터 약 600킬로미터 떨어진 바다에 위치한 후안페르난데스 제도 일대를 지나던‘버지니아호’는 폭풍우를 만나 난파되었다. 이름 모를 섬의 해안에서 깨어난 로빈슨은 무인도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몇 주 동안 섬을 조직적으로 탐사 후 물 나오는 곳, 자연 피신처들, 낚시하기 가장 좋은 장소, 새싹 따위를 구할 수 있는 장소 등을 알아내기 위해 무척 애썼다. 그는 섬 중앙의 아가리를 벌린 거대한 바위 동굴 안에 큰 창고를 만들었고 배에서 주워온 철판에 넓은 구멍을 뚫고 자루를 박아 괭이를 만들어 땅을 간 다음 씨를 뿌려 심었다.
영국 작가 대니얼 디포(Daniel Defoe, 1660-1731)가 1719년 발표한 소설 <로빈슨 크루소 Robinson Crusoe>는 이후 수많은 '로빈슨류 소설'의 모티브가 됩니다. 윌리엄 골딩의 소설 <파리대왕 Lord of the Flies, 1954>, 쥘 베른의 소설 <15소년 표류기 Two years' Vacation, 1886>, 영화 <캐스트 어웨이 Cast Away, 2000> 등 무인도에 표류한 사람이 살아남는 스토리는 여러 매체에서 인기 있는 주제입니다.
'로빈슨류 소설' 가운데 가장 큰 혁신과 변화를 가져온 작품으로 꼽히는 것이 바로 이 책 <방드르디 야생의 삶 Vendredi ou la Vie sauvage, 1972> 입니다. 저자 미셸 투르니에(Michel Tournier, 1924-2016)는 프랑스 작가로 1967년 첫 작품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 Vendredi ou les Limbes du Pacifique>을 발표하며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 대상을 수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