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안타깝게 죽어간 존재들을 살려내고 위로하는 치열한 윤리적 작업!
임철우의 다섯 번째 소설집 『연대기, 괴물』. 그동안 역사의 환부를 집요하게 추적해가면서도 절제된 정서와 문학적 깊이를 유지해왔던 저자는 이번 소설집에서 비극을 응시하고 그 연원을 좇아 기어코 악몽 같은 심연을 마주하고야 마는 일곱 편의 소설을 모아 엮었다. 이번 소설집에서 저자는 오래 천착해온 기억과 죽음에 관한 사유를 고스란히 녹여냈다. 기억과 죽음이라는 주제를 통해 죽은 자와 아직 살아 있는 자, 그들의 이름 없는 숱한 시간들, 사랑과 슬픔과 고통의 시간들을 기억하고자 한다. 전작들에게 마련했던 마술적이고 신화적인 공간, 환상과 위로의 여지를 등장시키지 않는 대신 반성하고 고민할 시간이 주어지지 못한 채 격변해온 사회, 그리고 지금에 이르러 조그만 숨구멍조차 마련할 수 없게 된 현실을 밀도 있게 채워 넣었다.
<연대기, 괴물>은 기존에 읽었던 작품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분량도 길었고, 내용 또한 묵직하고 단단했다. 마치 어둡고 외롭고, 칙칙하고, 굳게 닫힌 문을 조심스럽게 열어가는 느낌이었다. ‘60대 노숙자 지하철 투신자살’이라는 다소 자극적인 글의 도입부는 작품 속 주인공인 송진태 일대기의 종결이었다. 작가는 그의 일대기를 순서대로 나열하지 않고, 뒤집어 역행하기도 하고, 다시 현재 노숙자의 삶으로, 어느새 17살 군인의 모습으로 돌려놓기도 한다. 뒤죽박죽 얽혀있는 사건의 순서는 마치 그의 혼란스러운 심리적 상태를 대변하는 것 같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