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산의 부제는 ‘어떤 의사의 수기’ 이다. 의사인 ‘여’가 만주를 여행할 때 들른 XX촌에서 겪은 본 일을 적는다는 말로 소설이 시작된다.
XX촌은 조선에서 이주한 소작인들이 모여 사는 작은 촌이다. 그곳에는 ‘삵’이라 불리는 정익호라는 인물이 있다. 이 삵이 어디서 무엇을 하다 왔는지 아는 이가 아무도 없다. 다만 삵이라는 별명에서 알 수 있듯이 몸집은 작지만 민첩하고 험상궂고 교활해 보이는 생김새에 눈에는 항상 독기가 서려있다.
그가 잘하는 일이라곤 투전, 싸움, 트집 잡기, 칼부림, 여자에게 덤벼들기다. 집이 없던 그는 동리의 이 집 저 집을 제 집 드나들 듯 하는데 누구라도 이러한 그의 행동을 응하지 않으면 그것을 트집 잡아 싸움을 시작하고 종내는 반드시 칼부림을 한다. 이러한 삵의 행태에 동리 사람들은 모두 그를 싫어하고 쫓아내고 싶어하지만, 봉변을 당할까 두려워하여 먼저 나서서 그를 내쫓는 일을 도모할 이가 없었다.
줄거리
의사인 여(余)는 만주를 여행하는 도중 어느 조그만 촌에서 겪은 일이었다. 그 촌은 조선 사람 소작인이 사는 20여호 되는 작은 촌이었다. 그 촌에는 ‘삵’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정익호’라는 사람이 있었다. 고향도 어딘지 모르고 그 말투도 어디 말투인지를 모를 사람이었는데, 싸움하고 트집 잘 잡고 투전이 일쑤라서 사람들이 모두 그를 피하였다. 그 때, 송 첨지라는 노인이 그해 수확한 곡식을 가지고 만주국인 지주에게 갔는데, 수확량이 좋지 않아 지주에게 맞아 죽었다.
저자소개- 김동인
1900년에 태어나 1951년에 사망한 소설가이자 친일반민족행위자이다. 김동인은 1900년에 평안남도 평양에서 출생하였다. 평양교회 초대 장로였던 아버지 김대옥과 어머니 옥씨 사이의 3남 1녀 중 차남으로 태어났다. 1912년 기독교 학교인 평양 숭덕소학교를 졸업했고, 같은 해 숭실중학교에 입학했으나 1913년 중퇴했다. 1914년 일본으로 건너가 도쿄학원 중학부에 입학했으나, 학교가 폐쇄되어 1915년 메이지학원 중학부 2학년에 편입했다. 1917년 부친상으로 잠시 귀국했다가 다시 일본으로 건너가 같은 해 9월 가와바타화숙 에 입학했다. 1919년 2월 일본 도쿄에서 한국 최초의 순문예 동인지인 『창조』를 자비로 간행했다.
창간호에 첫 단편소설 「약한 자의 슬픔」을발표했다. 같은 달 히비야공원에서 재일본동경조선유학생학우회독립선언 행사에 참여해 체포되었다가 하루 만에 풀려나기도 했다. 3·1운동 직후인 1919년 3월 5일 귀국했고, 동생 김동평의 부탁으로 격문을 기초한 혐의로 구속되었다가 같은 해 6월 16일 풀려났다. 1923년에는 창작집 『목숨』을 자비로 출판하고, 1924년 8월 『창조』의 후신격인 동인지 『영대 』를 간행해 1925년 1월까지 발간했다. 1930년 9월부터 1931년 11월까지 『동아일보』에 첫 번째 장편 소설 「젊은 그들」을 연재했다. 1933년 4월 조선일보사 학예부에 근무했고, 1935년 12월부터 1937년 6월까지 월간 『야담』지를 발간했으며, 이 잡지를 통해 「광화사」를 발표했다.
1938년 2월 4일자 『매일신보』에 산문 「국기」를 쓰며 내선일체와 황민화를 선전, 선동하면서부터 일제에 협력하는 글쓰기를 시작했다.
김동인의 붉은 산은 1932년에 삼천리에 발표되었다. ‘여’ 라고 나를 지칭하는 의사가 들려주는 이야기다. 그는 만주로 연구를 위해 떠났다가 조선인들로만 구성 된 마을에 머무른다. 거기서 알게 된 ‘삵’이라고 별명이 붙은 사내는 만무방 같은 사람으로 아무 집이나 들어가 잠을 자고, 밥을 얻어먹는 민폐는 물론이고 길거리를 다니다가 젊은 여성을 강간하기도 하는 파렴치한 양아치였다. 마을 사람들은 그가 수틀리면 칼부림을 하는 것을 두려워해서 억지로 그에게 맞춰주었지만, 속으로는 불평불만이 컸다. 만주에서 아무리 열심히 농사를 지어도 지주에게 농사한 것을 주고 나면 남는 것도 없었고 배고픈 삶에서 벗어나기도 어려웠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의 송첨지가 만주인 지주에게 소출을 가지고 갔다가 소출이 적다는 이유로 두들겨 맞아 나귀에 결박되어 돌아왔다. 나귀에서 내린 순간 송첨지는 죽었다. 마을 사람들은 분노로 화를 내고 슬퍼했지만 어느 누구도 쉽게 나서지 못한다.
['붉은 산 독후감' 본문 내용 中 발췌]
이외인 것은, 이러한 애국적 소설을 친일파 문인으로 알려진 김동인 작가가 저술했다는 것이다. 상당히 아이러니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작품 자체만을 봤을 때, 작품이 품고 있는 의미와 정신은 한국인으로서 매우 인상적이지 않을 수가 없다. 일제 강점기 당시, 우리 민족이 타향살이 속에서 느껴야 했던 비애와 설움, 그리고 분노를 이토록 짧은 이야기에 녹여낼 수 있었다는 것이 놀랍기도 했다.
<중 략>
정말 짧은 분량의 단편이지만 상당히 흥미진진한 구성을 가진 작품이었다. 특히 정체불명의 무뢰한인 삵이라는 인물은 의문과 흥미를 유발하며 작품이 가진 흡입력의 구심점 역할을 한다. 그리고 작품 속에 등장하는 등장인물들이나 사건, 키워드들은 매우 의미심장한 상징성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지금부터 이러한 요소들에 대한 나의 해석을 적어보고자 한다.
억눌려왔던 민족의 복수감정을 평상시 기대 이하의 행동을 하고 다니던 ‘삵’의 행동으로 소설의 절정 순간을 극대화 시켜주고 있기도 하다.
‘삵’의 이러한 행동에는 평소 마을 사람들에게 모멸만 받던 그였지만, 같은 민족으로서의 동질감을 느끼며, 비도덕적인 행위를 뉘우치고 남을 위해 무엇인가 헌신해야겠다는 속죄 의식이 담겨져 있다. 우리는 별 기대 하지 않았던 인물에게서 뜻밖의 결과를 보고 들을 때, 더욱 그 결과를 인상 깊게 느끼고, 더 큰 감동을 받게 된다.
흔히 사람들은 '진취적인 용기'를 보고 '맹목적인 용기'라는 표현을 많이 하는데, 이 소설의 '삵'이라 불리는 정익호에게는 다른 용기 없는 마을 사람들과는 달리 자신의 정의를, 자신의 분노를 정의롭지 않은 사건의 대상에게 용기 있게 밖으로 끌어낼 줄 아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독자들에게 감동을 준다. 물론 이 소설은 픽션이지만, 충분히 '삵' 정익호 그에게는 차후 맞이할 조선의 독립에 충분히 준비된 사람, 조국의 독립에 충분히 존중 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