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들어가며
'현대시'가 그 이전 시대의 시와 구별되는 가장 두드러진 특징으로 '묘사'를 들 수 있다. 대상은 자연과 인간, 그러니까 세계 전체를 포괄하고 있고, 언술 방식은 미시적이면서도 오감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시를 통해 이를 가장 확고하게 드러내고 있는 이가 김기택 시인이 아닐까 싶다.
IV. 나가며
너무 웃으면 얼굴이 찌그러진다. 얼굴이 찌그러지면 눈물이 나온다. 즐거울수록 더 많은 눈물이 짜져나온다. 이내 즐거움은 싫증이 되고 잠시 후 참을 수 없는 지겨움이 된다. 정신병자들이 하듯 별안간 웃음을 멈추고 평화롭고 멍청한 명상에 잠기고 싶어진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노출되는 것은 얼마나 두려운 일인가. 이럴 때일수록 더 크고 호탕한 웃음이 필요하다. 웃음을 만들어낸 최초의 즐거움이 계속 유효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하여 얼굴은 더 많이 찌그러져야 한다. 눈물은 더 많이 흘러야 한다.
하나의 웃음이 끝날 때쯤 보다 노골적이고 음탕한 즐거움이 나온다. 안면 근육의 긴장을 펼 사이도 없이, 눈물을 훔쳐낼 여유도 없이, 한 무더기의 웃음이 쏟아져나온다. 너무 즐겁게 웃다가 늑막이 막힌 어떤 사람이 웃음의 정점에서 얼굴 중앙에 커다란 아가리를 벌려놓고 한참 동안 정지한 채 조용히 숨죽이고 있다. 얼굴은 창백해졌다가 붉은색으로 다시 검붉은색으로 섬세하게 옮겨간다. 겨우 열리기 시작한 늑막 사이로 이윽고 바람 없는 숨소리가 힘들여 빠져나오고 늑막이 느릿느릿 제 위치로 돌아올 때까지 토악질 같은 기침 소리는 침을 튀기며 계속된다.
내가 1학기 때 과내 동아리 “0000”에서 활동을 하면서 회장이었던 00이형에게 초보 습작생인 나에게 좋은 시집을 추천해달라고 부탁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 00이형이 뽑아준 시집에는 김기택 시인의 “사무원”이 들어가 있었다. 나는 여기서 “사무원”에 대하여 언급을 하고자 한다. 나는 그의 3번째 시집인 “사무원”을 보고 나서 김기택 시인의 광팬이 되었는데 그 때 받은 충격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