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작가 박완서의 진면목을 엿볼 수 있는 단편집!박완서의 소설집 『배반의 여름』. 평범하고 일상적인 소재에 서사적인 리듬과 입체적인 의미를 부여하여 다채로운 문학을 탄생시킨 작가 박완서. 이 소설집은 현대문학의 거장으로 자리잡은 그녀의 진면목을 다시 확인할 수 있는 단편들을 모아 소개하는...
아버지는 간판장이였다. ‘×× 광고’라는 그럴 듯한 상호를 내걸고 간판이나 현수막 따위를 만드는 일을 했다. 어렸을 적 나에게 그런 아버지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아버지가 ‘KOAA’라고 하는, 참 뭐라도 있어 뵈는 조직의 서울 지부 회장을 맡았을 적엔, 또 그것을 동네 비둘기한테까지도 떠들고 다녔더랬다. 행여 친구 녀석이 제 아버지에 대한 자랑이라도 할라치면, 이에 질세라 내 아버지는 서울 회장이니까 네 아버지가 서울 하늘 아래 있는 한 내 아버지의 부하라는, 거짓 내음 가득한 사실을 나는 온 힘을 다해 피력했다.
배반이라는 단어는 부정적인 의미가 담겨있다. 이 소설에서 나오는 배반은 주인공의 아버지와 관련이 깊다. 이 소설 속에 나오는 배반은 배반이 아니다. 주인공이 어렸을 때 그의 어린 여동생이 물에 빠져 죽는 일이 발생한다. 여동생이 죽기 전 그녀는 오빠의 뒤를 귀찮을 정도로 따라다녔다. 그 여동생을 따돌렸던 주인공은 나중에 여동생이 물에 빠져 죽은 사실을 알고 커다란 충격에 빠진다. 이로 인해 주인공은 물이 두려워지는 대상이 되었다. 주인공이 다니는 학교에 풀장이 있었는데 그는 그 곳을 두려워 했다. 그는 그 옆을 지나치는 것 조차 싫어했다. 마치 그 풀장은 깊은 심해와 같이 깊이를 알 수 없는 생명을 앗아가는 그런 곳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어느 무더운 여름날 주인공은 아버지와 함께 그 풀장 옆을 지나게 되었다. 그는 두려워 아버지의 손을 꼬옥 잡았고 아버지가 자기를 지켜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러나 그의 아버지는 그를 들어 무참히 풀장 속으로 던져버리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