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우리는 성장했고, 시대는 달라졌으며, 이에 발맞춰 정이현도 변화했다!《낭만적 사랑과 사회》, 《달콤한 나의 도시》 등을 출간해온 ‘도시기록자’ 정이현이 9년 만에 선보이는 단편소설집 『상냥한 폭력의 시대』. 소설집으로는 통산 세 번째인 이번 소설집은 저자가 단편을 쓰는 데 어려움을 겪던 시기에...
저자의 이번 소설집 분위기는 <달콤한 나의 도시>에서 보여줬던 쿨하고 밝음보다, 음울하고 관성적인 어두움이 지배적이었다. “예의 바른 악수를 위해 손을 잡았다 놓으면 손바닥이 칼날에 쓱 베여 있다.” 작가는 상냥한 폭력을 이렇게 표현했다. 대놓고 타인을 비하하거나 모멸감을 주지 않는다. 대신 모멸감을 느끼라고 권한다. 그것도 아무렇지도 않게.
<미스조와 거북이와 나>에서 아버지는 오랫동안 동거했던 미스조를 주위 사람들에게 소개시킨 적이 없다. 그에게 미스조는 어떤 존재였을까. 숨기고 싶을 정도로 부끄러웠을까, 아니면 너무 소중해서 숨겼을까. 아버지는 함께 있을 땐 미스조에게 상냥하게 대했을 것이다. 미스조 입장에선 그게 ‘상냥한 폭력’이었다. 묵묵히 견디게 한 그의 태도는 폭력임에 틀림없었다.
<밤의 대관람차>에서 이별하자던 남자는 또 어떤가. 남자들의 흔한 작업 방식이다. 과한 눈물을 흘리며 어린 연인에게 떠남을 강요한다. 완벽하게 설득당한 여자는 떠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