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이후, 남겨진 사람들이 상처를 극복하고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린 키친, 요시모토 바나나의 젊은 시절을 대표하는 첫 장편소설 슬픈 예감, 어머니를 잃고 슬픔에 잠긴 소녀가 아르헨티나 할머니라는 수수께끼의 여인을 만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동화적인 색체와...
서론
요시모토 바나나의 『키친』을 읽으면서 마음이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줄거리가 아니라 온도였다. 누군가의 집 부엌에 늦은 밤 불을 켜고 들어갈 때의 공기––오래된 형광등의 하얀빛, 씽크대 스테인리스에 남은 물기, 식탁에 퍼져 있는 미지근함 같은 온도. 이 소설은 그 온도를 이야기의 첫 문장부터 끝까지 거의 일정하게 유지한다. 주인공 미카게가 겪는 상실은 분명 극적이지만, 서사는 울음을 터뜨리기보다 그 울음을 받아낼 공간을 먼저 보여준다. 그 공간이 바로 ‘부엌’이다. 나는 이 선택이 놀라웠다. 흔히 애도는 추모의 장소에서 진행되지만, 『키친』에서는 삶을 다시 데우는 장소에서 진행된다. 부엌은 장례식장이 아니라 가열과 식힘, 씻어내기와 차곡차곡 담아두기의 순환이 반복되는 실용적 현장이다. 바나나는 애도를 추상적 감정으로 두지 않고, 물 끓는 소리와 칼질의 리듬, 접시를 정리하는 동작 같은 촉각적 이미지로 풀어낸다. 그래서 읽고 나면 슬픔의 감정선보다 손이 먼저 기억난다. “이렇게 씻고, 이렇게 달구고, 이렇게 덜어놓으면 된다”는 몸의 절차가 마음을 조금씩 앞으로 견인한다.
이야기의 축은 상실에서 시작해 동거와 요리, 그리고 또 다른 상실과 다시 삶으로 이어진다. 미카게는 마지막 남은 가족인 할머니를 잃고, 유이치와 그의 엄마 에리코의 집으로 들어가 함께 산다. 여기서 “가족”은 법적 관계나 혈연의 단어보다, 같은 조리대 앞에 서서 같은 냄비의 김을 함께 쐬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나는 이 가족의 정의가 낯설지 않았다. 현대의 많은 관계가 그렇듯, 이들은 서로의 일상에 조용히 스며들면서 서로를 지탱한다. 말이 많지 않아도, 냉장고를 비우고 채우는 루틴이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바나나는 ‘돌봄’을 거창한 희생이나 감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밤늦게 들어온 사람을 위해 뭔가 따뜻한 것을 덥히는 행위, 함께 먹고 난 뒤 설거지를 나누는 행위가 돌봄의 대부분을 구성한다. 그래서 이 소설에서 사랑은 선언보다 동작에 가깝다.
1. 작품과 나 – 소소한 일상에서 발견한 위로
요시모토 바나나의 『키친』은 한 여인의 삶 속에 스며든 사랑과 상실, 그리고 그 모든 아픔을 감싸 안는 ‘키친’이라는 공간의 의미를 깊이 있게 다룬 작품이다. 책을 처음 펼쳤을 때, 나는 제목에서부터 일상의 공간이자 생명의 중심인 ‘부엌’이라는 단어가 주는 따뜻한 느낌에 마음이 끌렸다.
내 삶에서도 ‘키친’은 단순한 요리 공간을 넘어, 가족과 친구들이 모이고 이야기가 오가는 소중한 장소였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내 일상 속 부엌에서 벌어졌던 크고 작은 기억들을 떠올렸고, 그 공간이 내게 얼마나 큰 위로와 안정감을 주었는지를 새삼 깨달았다.
뭘 시작부터 다들 이렇게 영혼이 결핍되어 있고 죽고 이러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내용이 짧지만 이게 그렇게 평가가 좋을 문장이고 설정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왜 성별을 착각할 법한 그런 감성을 넣었는지도 의문이다. 미카게가 하필 꽃집 청년 집에 머무르게 되는 건 너무 슬프다.
마지막 가족이 숨지니 의지할 데가 없어 사실 유이치가 거두어 준 것 같은 느낌도 있었다. 다만 둘은 결코 연인도 아니었다. 유이치의 아버지가 이 소설에서 가장 골 때리는 거 같다. 뒤에 나오는 세일러복 입는 설정도 작위적이고 ‘아무리 소설이라도 그렇지’ 이런 소리가 나오긴 한다.
‘그녀에 대하여’는 요시모토 바나나의 단편집 중 하나로, 그녀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쓴 작품이다. 총 다섯 개의 단편소설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각의 주 제는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죽음이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다. 첫 번째 수록작인 ‘그녀에 대하여’에서는 남편이자 연인이었던 남자친구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남겨진 여자주인공이 겪는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두 번째 수록작인 ‘하치의 마지막 연인’에서는 젊은 시절부터 오랜 세월 동안 함께 해온 하치라 는 개와 이별하게 된 여주인공의 모습을 담담하게 표현한다.
법적 성인 미카게는 여기서 ‘훨씬 더 어른이 되면’ 몇 번이나 좌절하고 괴로워하고 제자리로 돌아온다고 한다. 여기서 <제자리>는 공간을 뜻하는 것이 아닌 다시 무언가를 시작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마음이 되살아 나는 시기를 나타냈다고 본다.
꿈과 사랑을 쫓다가, 주변 사람들을 잃어버려서 혹은 지금까지 해내온 일들이 아무짝에 쓸모 없게 되어 안하느니만 못한 상황이 되었다던가 해서 사람들은 좌절하고 절망한다. 이러한 절망은 늪이다. 빠져나가려 다리를 당기다가 더 깊숙이 빠지게 된다. 새출발 할 계기나 기회가 주어지지 않거나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벗어나려는 의지가 없다면 생기는 일이다.
미카게 또한 마지막 혈육을 잃고 세상에 혼자 남겨졌을 때 상당히 외로워했다. 더이상 침대에서 잘 수 없을 것만 같은 불안함과 슬픔이 그녀를 뒤덮었다. 그렇게 그녀는 자칫하면 그 늪에게 잡아먹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때, 유이치의 손길이 미카게는 눈치 채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그녀에게 다시 출발할 수 있는 원동력을 제공해주었다고 본다.
우리나라에도 요시모토 바나나 마니아도 굉장히 많다. 나도 키친을 통해 요시모토 바나나를 알게 되었다. 그 후 우리나라에 번역되어 출판된 책은 계속 찾아서 읽고 있다. 키친은 요시모토 바나나의 대표작인 것 같다. 졸업작품으로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이 소설이 세계적으로 유명해지고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주인공인 사쿠라이 미카케는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할머니랑 살고 있었다. 그러나 할머니 마저 돌아가시면서 사랑하는 사람들이 계속 잃는 아픔에 빠지게 된다. 그때 우연히 손님인 유이치가 엄마랑 살고 있는 집에 동거를 제안했다. 특이하게 엄마는 실제로는 아빠였다.
그리하여 희한한 가족형태로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미카케가 가족을 잃은 슬픔을 극복하고 유이치와 연인이 되는 스토리가 펼쳐진다. 이 소설에서 미카케는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고 요리를 통해 슬픔을 극복하고 요리를 업으로 결정을 하게 된다. 요리에 관한 에피소드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세상에 상처 없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그 상처라는 것도 사람마다 깊이가 다르겠지만 말이다. 깊이뿐만이 아니다. 어느 곳에 상처가 낫는지, 무엇 때문에 상처가 생겼는지 얼마나 오랫동안 머무르고 있는 상처인지 다 제각각이다. 때때로 그런 생채기들은 아물기 위해 생겨나는 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렇기에 세상에는 상처만 가진 사람도 없을 것이다. 소설『키친』속 유이치와 미카게를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소설 전체를 통틀어 가장 기억에 남는 대화가 있다. 유이치가 미카게에게 어머니의 과거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난 이후 미카게가 유이치에게 “괴, 굉장한 생애네”라며 놀라자, 유이치가 “살아있는 사람이에요”라며 담담하게 말하는 부분이다. 유이치의 담담함이 미카게에겐 어떻게 다가갔을까. 어쩌면 할머니의 장례식을 치르고 옮길 집을 조용히 찾던 미카게의 담담함에 닿았을지도 모르겠다.
서로에게 힘이 되는 그들을 보고 있자면 문득 예전에 읽었던 『반짝반짝 빛나는』이라는 소설이 떠오른다.
1. 작가 소개
요시모토 바나나의 본명은 요시모토 마호코. 바나나라는 이름은 필명이다. 1964년 일본에서 그녀는 일본의 철학자인 요시모토 다카아키의 차녀로 태어났다. 요시모토 바나나는 니혼 대학 예술학부를 졸업했고 졸업 이후 집필한 <키친>이라는 데뷔작으로 일약 세계적인 관심을 받는다. 요시모토 바나나는 문단에 데뷔를 할 때부터 상업적으로 성공을 했던 그런 케이스다. 우리나라에서는 무라카미 하루키와 더불어 잘 팔리는 일본 소설 작가로 유명하다. 그 정도로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인기를 끌었다. 예쁜 책 디자인, 부담 없는 작품 길이, 아기자기한 치유의 내용을 담고 있는 요시모토 바나나의 작품이 인기를 끈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서와 통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지도 모르겠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작품이나 책들은 유명하지만 작가 본인의 정보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에도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다.
책의 디자인도 그렇고, 내용도 그렇고 분위기도 그렇고 딱 트랜디한 일본 소설의 교과서 같은 느낌이었다. 물론 이런 분위기와 내용의 소설은 장점과 단점이 동시에 있는데, 역시 이 책에서도 그 사실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일단 이 소설은 상실과 치유, 새로운 시작을 테마로 한다. 주인공 미카게는 어렸을 때 부모를 잃고 할머니 밑에서 성장했다가 급기야는 할머니까지 잃은 여성이다. 그런데 유이치라는 남자가 호의를 베풀어 그의 집에서 머물게 되는데, 정말 가깝게 지냈던 유이치의 어머니(트랜스젠더) 에리코가 급기야 살해를 당하면서 유이치마저도 상실의 아픔을 겪게 된다. 이렇게 두 사람이 세상에 덩그러니 버려지게 된 듯한 내용에서 서로를 감싸 안는다는 결말까지. 이렇듯 누구나 겪을만한 기억에서 출발한 소설은 역시 무언가 긍정적인 결말로 끝을 맺는다.
이런 작품의 장점은 역시 친숙함과 접근성이라고 생각한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누구나 이런 작품을 읽으면 치유와 극복의 테마를 공유할 수가 있다.
죽음......이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밖에 접할 수는 없지만, 그것이 지닌 커다란 꿈과 희망은 단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내 곁을 떠나가는 슬픔을 잊는 것만은 아니다. 그들의 죽음으로 인하여 나는 삶에 대해서 조금 더 소중하고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더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함으로써, 나는 과거보다 조금 더 삶을 열심히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완전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나는 생각을 할 수 있는 살아있는 존재임을 다시 한 번 더 감사하게 생각하면서, 나에게 주어진 밝고 희망찬 미래를 생각해보자. 물론, 내가 지금 이렇게 독후감을 쓰면서 나 자신과 가족들, 친구들을 생각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음을 감사하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