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설령 목숨을 파는 거라 해도 난 피를 팔아야 합니다!
가족을 위해 피를 파는 한 남자의 고단한 삶을 특유의 풍자와 해학으로 그려낸 중국 작가, 위화 장편소설. 한평생 피를 팔아 가족을 위기에서 구해낸 속 깊은 아버지 허삼관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로, 삶의 고단함과 슬픔을 능청스럽게 껴안는 익살과 해학 그리고 그 뒤에 자리한 인간에 대한 속 깊은 애정을 만날 수 있다.
성안의 생사공장에서 누에고치 대주는 일을 하는 노동자 허삼관. 그의 삼촌들이 사는 마을에서는 피를 안 팔아본 남자는 여자를 얻을 수 없다. 결혼의 조건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인데 피를 팔 수 있다는 것은 건강하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허삼관은 그 마을 사람인 근룡이와 방씨를 따라 피를 팔러 성안의 병원으로 간다.
피를 팔러 가는 날은 아침을 먹지 않고 몸 속의 피를 늘리기 위해 '배가 아플 때까지, 이뿌리가 시큰시큰할 때까지' 물을 마시는데 피를 뽑기 전에는 절대로 오줌을 누지 않는다. 원하는 때에 피를 팔려면 그 결정권을 가진 병원 혈두와의 교분이 중요하다. 피를 팔고 난 다음에는 반드시 보혈과 혈액순환에 도움이 되는 볶은돼지간 한 접시와 데운 황주 두 냥을 마신다.
“좆 털이 눈썹보다 나기는 늦게 나도 자리기는 길게 자란단 말씀이야.”
가장의 책임감으로 가족의 위기가 처할 때마다 자신의 피를 매혈하여 가정을 지켜온 허삼관이
집안이 안정되어 이제 본인의 만족을 위해 피를 뽑으려 하나, 나이가 들어 매혈을 할 수 없다는 젊은 혈두의 말을 듣고는 슬퍼하며 아내인 허옥란에게 하는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참 허삼관스럽다고 느낄 만큼 그와 어울려 보였던 이 비유는 평등한 줄 안 세상이 알고 보니 평등하지 않았다는 것을 허삼관이 그만의 언어유희로 표현한 것이라 한다.
이 책의 작가 위화는 서문에 한 편의 시를 통하여 평등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12세기 아프리카 북부에 씌어진 이 시는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은 죽음을 꿈꾼다며 죽음만이 유일한 평등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작가는 이와 대조적인 평등도 있다고 말한다.
이는 평범한 사람들이 생각하는 평등으로서 몽상에 빠지는 것이 아닌 현실적인 것을 말하는데 내가 재수 없는 일을 당해도 다른 사람들이 같은 일을 당하거나, 생활의 편리함이나 불편 따위에는 개의치 않지만 남들과 다른 것에는 인내력을 잃고 마는 평등이라고 설명한다. 이 같은 평등을 추구하는 것은 허삼관이거나 아니면 다른 누군가일지도 모른다는 말을 덧붙였는데, 내가 느끼는 평등도 결국 이러한 것일 것이다.
위화가 쓴 허삼관 매혈기는 피를 팔아서 가족을 건사하는 아버지 이야기를 담고 있다. 허삼관이라는 인물은 성안 근처에서 노동을 하는데, 가족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혈액을 대가로 돈을 얻는 길을 선택한다. 피를 뽑는 과정이란 쉽지 않은 일이다. 아침부터 물로 배를 채우고, 소변을 참은 채 병원에 도착해 혈두에게 인정을 받아야만 정해진 양을 뽑을 수 있다. 피를 빼고 나면 볶은돼지간과 따뜻한 황주를 꼭 마셔야 몸을 추스릴 수 있다고 한다. 허삼관은 이런 방식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식솔들을 살리고, 때로는 새로운 희망을 마련한다. 그가 피를 팔 때마다 느끼는 두려움과 의지는 묘하게 얽혀 있다. 그 과정에서 아내와 자식들과의 관계도 조금씩 바뀌고, 예상 못 한 곳에서 웃음이 피어나기도 한다. 많은 사람이 그러했듯이, 허삼관 역시 자신의 몸을 담보로 해야 겨우 문제들을 넘을 수 있었다. 사랑이 무거운 책임으로 다가올 때, 그가 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혈액을 파는 행위였다. 누군가는 목숨을 위협당할 수도 있다고 걱정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 걱정조차도 가볍게 넘어가려고 하는 그의 태도가 때론 놀랍게 느껴진다. 웃고 넘기지만, 허삼관이 느꼈을 고통과 불안은 결코 작지 않았을 것 같다.
처음에는 허삼관이 왜 피를 팔아야 하는지 잘 이해되지 않았다. 건강이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시절이었고, 피를 뽑는 일이 몸을 상하게 할 수 있다고들 했다. 하지만 그 마을에서 결혼하려면 피를 팔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하다는 증거가 필요했다. 그래서 허삼관은 방씨와 근룡이의 제안을 덜컥 받아들이게 된다. 그는 묘하게도 피를 팔고 나서 자신이 어른이 되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것은 갑작스러운 통증과 함께 찾아온 이상한 성숙함이었다. 허삼관은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혹은 식구들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이런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인간만사 새옹지마라는 걸 이 소설을 통해서 느꼈다. 휴머니즘도 있고 유머도 있고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나는 그런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허삼관이라는 인물은 매혈을 수시로 해댄다. 그것은 돈 때문이고 그 돈으로 자식도 먹이고 재우고 살리고 하는 그런 가장의 모습이었다. 이걸 보고 마냥 비웃을 수만은 없었다.
매혈은 건강을 해치는 안 좋은 행위였기 때문이다. 물론 허삼관은 자신만만하게 굴었다. 허삼관은 위기 때 일락이 입원해야 할 때 피를 팔았다. 여기서 정말 눈물이 날 뻔했다. 자식을 잃는 것이 부모는 가장 슬프고 겪고 싶지 않아할 사건이다.
이 소설의 재미있는 점은 심리 묘사가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그 점이 오히려 허삼관의 행동 하나하나에 더 큰 재미를 느끼게 했다고 본다. 허삼관이 초반에 매혈하는 행위는 돈을 벌기 위한 것 그 자체였고 웃기기만 했다. 하지만 나중에 가도 중요할 때 피를 팔면서 진한 가족애를 보여줬다.
허삼관은 원래 평범한 공장 인부였다. 그런데 피를 파는 것에 정신이 팔리게 되는데 그것은 피를 파는 것 자체가 돈도 되고 건강하다는 증거로 작용했기 때문이었다. 허옥란이라는 여성도 상당히 골 때리는 인물이었다. 임자가 있는데 허삼관에게 넘어간다. 이건 막장 아닌 막장이었다.
<허삼관 매혈기>를 처음 접하게 된 요인은 바로 제목이었다. ‘매혈’이란 제 몸의 피를 빼어 파는 것을 의미하는데, 매혈기라면 누군가의 피를 판 기록을 적어둔 것이라고 파악할 수 있었다. 또한 위화 작가의 소설임을 알고 책 표지 위에 가득 쓰여 있는 간체자를 보며 중국을 배경으로 다룬 이야기임을 알 수 있었다. 그러면서 이번에는 위화 작가가 중국의 어떤 부분을 다루었는지, 피를 판다는 것이 어떤 일인지, 왜 파는지, 그리고 단순히 어떤 사람이 피를 파는 내용을 주로 다룬 의도가 무엇인지 등의 의문점들은 책의 첫 장을 피게 만들었다.
허삼관은 성안의 생사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별다른 게 없는 노동자이다.
예전에 하정우 주연 영화로 나온 작품인데 소설로는 처음 읽었다. 중국의 소설인데 썩 달갑지는 않았지만 명작으로 평가받길래 한 번 찾아서 읽어보았다. 의외로 중국 특유의 아Q정전 같은 비루한 느낌의 소설로 재미가 있었다. 허삼관은 피를 팔아서 돈을 벌었다. 헌혈하는 게 생각났다.
웃긴 것이 헌혈과 마찬가지 맥락으로 소설 속에서 피를 파는 매혈 행위 자체가 건강한 사람의 상징처럼 여겨진 것이다. 웃긴 것이 당시 쇠퇴하고 부패한 중국을 비판하기 위해서 그런 것인지 뭔지 모르겠으나 피를 파는 것조차도 관리에게 뇌물을 먹여야 할 정도였다. 허삼관은 결혼도 했다.
1. 위화와 <허삼관매혈기> 그리고 중국 소설 속 인물들
십여 년 전 위화 작가가 한국에 왔을 때가 기억난다. 광화문 교보문고에 길게 늘어선 줄을 따라가다 보니 그 끝에는 위하 작가의 사인회 부스가 놓여 있었다. 당시에도 위화는 한국에서 매우 인기 있는 작가였다. 1996년 출간된 <허삼관매혈기>가 아직까지 읽히고 있는 건 그만큼 그가 한국 정서에 부합하는 중국 작가이기 때문일 것이다. ‘아내를 위해, 아들을 위해 피를 팔아 살아가는 한 남자의 웃음과 눈물’이라는 홍보 문구가 이를 증명한다. <허삼관매혈기>를 연극으로도 즐겼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한국 정서에 맞게 철저히 각색된 작품이었다. 허삼관은 홍보 문구대로 가족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걸고 피를 팔았고 뻐꾸기 새끼를 친아들로 키운 순박한 남자였다. 반면 그의 가족들은 그의 희생을 철저히 무시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다시 읽은 <허삼관매혈기>는 달랐다. 나는 이 소설에서 크게는 중국 현대사의 비극을 보았고, 작게는 과거에 내가 중국 소설과 멀어졌던 계기를 떠올렸다. 중국 소설을 전문적으로 번역해 출간하는 출판사에서 일하는 언니 덕분에 중국 소설을 여러 권 읽을 기회가 있었다. 공통적으로 느낀 감정은 소설 속 인물들이 불편할 정도로 화가 많았으며, 특히 여자 주인공들이 너무 드세다고 느꼈다. 중국에서는 여성의 인권이 매우 높은 편이라고 들어왔던 탓에 그런 문화적 배경이 소설에 반영된 게 아닐까라고 지레 짐작했다. 그러고는 중국 소설과 멀어졌고, 이 사실 또한 잊어 버렸다.
‘허삼관 매혈기’는 중국의 유명한 작가 위화가 쓴 장편소설로, 허삼관이라는 인물의 일생을 담고 있다. 허삼관은 피를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가난한 집안의 아들이자 남편이며 아버지이다. 그는 돈을 벌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하 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만다. 그러다 우연히 병원에서 피를 팔 기회를 얻게 되 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피를 팔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양껏 피를 팔지 못했 지만, 점차 기술을 터득하여 많은 양의 피를 팔게 된다. 그렇게 해서 모은 돈 으로 아내 옥란과 아이들을 부양하게 되는데, 사실 알고 보니 아내는 하소용이 라는 남자와 바람이 난 상태였다.
허삼관 매혈기는 “나는 줄곧 5월 31일의 방식으로 자유롭게 글을 써왔다. 이 점에서 나는 소설이라는 장르에 감사해야 할 것이다.”는 명언으로 유명한 중국의 대표 작가 ‘위화’의 작품이다. 비록 ‘사고와 표현2’ 라는 과목의 과제로서 읽기 시작한 게 컸지만 오랜만에 소설책을 읽어보고 싶어 이런 과제가 오히려 반갑게 느껴졌다. 책 읽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던 나에게도 어렵지 않게 읽혔고 그 안에 남기는 익살스럽고 해학적인 표현을 한 메시지는 매우 와 닿았다.
나는 평소에 ‘피’를 뽑는다. 라고 하면 헌혈을 한다던지 건강검진을 위해 뽑는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에서 ‘피’란 결혼하기 위해 피를 뽑아 건강하다는 점을 증명하는 것과 피를 사고 파는 일을 매혈 (買血, 賣血) 즉 돈벌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