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문화를 통해 영국인의 자화상을 살펴보는 <영국적인, 너무나 영국적인>. 지난 10여 년간 영국 지식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논의된 주제 가운데 하나는 '잉글랜드적인 것(ENGLISHNESS)이란 과연 무엇이며 영국적인 것(BRITISHNESS)이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이다. 이 책은 이러한 논의들을, 특히 문화를...
지난 10여 년간 영국 지식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논의된 주제 가운데 하나는 잉글랜드적인 것이란 과연 무엇이며 영국적인 것이란 과연 무엇인가였다. 동구권의 몰락과 함께 세력구도가 변화하고 옛 식민지로부터 유입된 소수집단들이 증가하면서, 그리고 유럽통합이 점차 구체화되면서, 유럽의 각 국민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다시금 묻게 되었다. 다민족 국가로서 영국의 고민은 더욱 심각했고, 영국성性이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자문이 쏟아져 나왔다.
이 책은 영국인들의 국민 정체성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만들어지고 논의되고 다시 만들어졌는가를 추적한다. 그러는 가운데 그들의 환경과 몸과 신화와 정신이 ‘영국적’이라는 커다란 개념 안으로 융합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물론 “신은 영국인”이라는 말에서 나타나듯이, 영국인들의 자부심과 자기 확신은 때로 ‘너무나 영국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러한 모습이야말로 영국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단면이자, 우리가 한국적인 것을 찾아나가고 만들어가는 데 가장 유용한 부분인지도 모른다.
이미 《영국사: 보수와 개혁의 드라마》를 통해 영국사의 제도적·정치적 측면을 다룬 바 있는 저자는, 이 책에서 주로 영국인들의 문화와 정신을 분석한다. 모든 나라의 국민들이 그렇듯이, 영국인들 역시 자신들만의 독특한 국민성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 책은 그 독특한 국민성이 무엇인지를 추적하는 것이다. 100여 장의 도면과 더불어 500쪽이 넘는 이 방대한 저술은 한마디로 영국사에 대한 저자의 애착과 사명감이 총체적으로 집약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향후 영국의 모습을 이렇게 진단한다. “아마도 현재 가장 큰 문제는 영국적인 것을 구성하고 유지해 준 요소들이 더 이상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영국적인 것이 약해지면서 잉글랜드적인 것, 스코틀랜드적인 것 등으로 돌아가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영국이 앞으로 ‘잉글랜드가 주도하는 통일국가’보다 좀더 ‘평등하고 혼성적인 연합국가’로 나아가리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