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유안진 시인의 45년의 역사를 한 눈에 확인 할 수 있는 특장본 시선집 『세한도 가는 길』. 1970년 시인의 첫 시집「달하」에서부터, 최근 작품인「거짓말로 참말하기」에 이르는 13여 권의 시집에서 시인이 직접 뽑은 100편의 대표시를 활판인쇄로 수록하였다.
유안진의 시세계는 주로 서정으로, 시인은...
추사 김정희가 제주도에 유배를 떠나는 때는 그의 나이 54세 때이다. 그해 여름은 길었다. 추사는 24세 때 떠났던 연경행을 다시 준비하고 있었다. 그의 견문과 학식을 폭발시키고 국제적 명사가 되게 했던 40일 남짓의 유학. 그런데 딱 30년 만에 다시 그곳에 가게 된 것이다. 이 유학이 실현되고 그가 이후의 정치에 복귀했더라면 조선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것은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러나 이 거물지식인이 날개를 다는 것을, 당시의 정치적 적대세력은 허용할 수 없었다. 그들을 크게 위태롭게 할 변수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는 청나라로 가는 대신 언제든지 사형이 가능하다는 꼬리표를 달고 제주도로 가게 된다. 마치 뛰어오르는 용처럼 탄력을 받은 상태였기에 그는 이 급작스런 상황변화를 이해할 수 없었다. 54년 영광의 시절이 막 종쳤음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는 상황이 바뀌어 곧 돌아갈 것이라고 믿었고 정치에 복귀해 이런 올가미에 자신을 몰아넣은 자들을 응징하리라고 다짐했다. 만사를 바로잡고 그의 삶 또한 다시 제대로 펼치리라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거둬들이는 데 4년이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