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문학 속의 신학, 서로 ‘통’하다!『레 미제라블, 신학의 눈으로 읽다』는 30년 넘게 대학에서 조직신학을 가르치며 신학자의 길을 걸어온 저자가 고전 중의 고전 《레 미제라블》을 신학과 접목해 신학적 통찰과 인문학적 상상으로 재조명했다. 저자는 줄거리를 설명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작품 행간에 녹아 있는...
1. 인생
영혼이 없는 사람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질문을 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어떤 문제에 대해 물으면 번듯한 답을 내어놓습니다. 그러나 정작 해야 할 중요한 질문은 하지 않습니다. 영혼이 없다는 말은 그가 비인간화되었다는 말입니다.
위고는 ‘영혼’이라는 말을 사용하여 인간을 깊이 있게 보게 하고, 사람의 보이지 않는 면을 볼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영혼이 삭제된 인간의 가벼움과 천박함을 일깨워주었습니다. 이제 우리도 영혼이라는 말을 회복해야 합니다. 영혼이라는 말이 회복되면 사람들은 인간에게 침투되어 있는 초월성, 신의 형상, 관계성, 존엄성, 깊이, 사랑을 인식할 수 있습니다.
위고는 <레 미제라블>을 통해 삶, 사람, 인생에 대해서 깊이 있는 이해를 보여주었습니다. 그 소설에 등장하는 숭고한 사람, 아름다운 사람은 모두 사르는 사람이었고 살리는 사람이었습니다.
<중 략>
3. 정의
정의는 양날의 칼입니다. 그 칼은 악인을 처단하기도 하고, 억울한 사람을 구출하기도 합니다. 재판정은 그 칼로 정의를 수립하는 장소입니다. 죄를 지은 사람은 그곳에서 처벌을 받고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은 그곳에서 권리를 찾습니다. 그런 점에서 재판정은 좋은 곳입니다.
의로운 사람은 정의와 공평을 추구할 뿐만 아니라 상대방을 긍휼히 여깁니다. 상대방을 배려합니다. 따뜻한 마음으로 상대방의 처지와 입장을 공감합니다. 정의를 추구하다가 박해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정의를 수립하는 최종 목적은 함께 잘 사는 것입니다. 공동체를 위해서 불의한 자를 제재하고 처벌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정의의 목표는 치유하고 살리는 것입니다. 치유하고 살리는 일을 하려면 피해자의 아픔을 공감하고, 피해자의 말에 귀 기울이고, 피해자의 눈을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약자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일을 해야 합니다. 정의를 세우려는 사람, 정의의 칼을 부여받은 사람은 피해자, 약자의 눈으로 사태를 보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