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동아시아 400년, 그 역사를 읽다
『함께 읽는 동아시아 근현대사』는 17세기 초부터 2010년까지, 한ㆍ중ㆍ일을 중심으로 베트남, 타이완, 필리핀, 몽골 등을 포괄한 동아시아 근현대사를 다룬다. 동아시아 지역사의 상호 연관과 비교가 더욱 잘 드러나도록 중국과 동남아 등 일부 내용을 보충하고, 냉전시기...
모든 인류를 평등하게 사랑하는 조물주가 인류의 역사를 기록했다면 그가 출판한 역사책은 그 어떤 누구의 그것보다 객관적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 인간은 어떤 국가와 민족에 소속감을 가지고 있고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우리가 각자 소속되어 있는 집단을 대변하려한다. 역사가들은 이러한 점을 유의하여야 하지만 역사가들 또한 인간이라는 점에서 자신이 속한 국가와 민족의 입장에서 역사를 풀어나가는 경우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교육을 받은 사람들 사이에 상이한 역사인식이 존재하기도 한다. 역사인식에 대한 차이는 국가 혹은 민족간의 갈등을 조장할 수 있다. 실제로 과거 학창시절 역사 수업시간, 우리나라의 통한의 역사를 들으며 특정 국가를 증오하던 학생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를 바라보는 통합적인 시각을 기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본 교재는 동아시아의 역사를 통합적으로 바라보고, 다방면에서 이해하려고 노력했다고 생각한다.
1. 격변의 동아시아 역사
동아시아의 역사를 단 한 단어로 표현하라고 했을 때 ‘다사다난(多事多難)’을 꼽는다면 동아시아구성원 중 절대 다수가 동의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다. 동아시아에 속하는 각국 내부의 개별적인 역사도 구구절절인데 이웃국가와의 사이 역시 바람 잘 날 없었다. 이러한 상황은 과거형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에 더더욱 다사다난이란 표현이 적절하다. 특히 당대 사회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근대(한국 기준 개항기)부터 근현대까지의 시기가 그렇다.
유럽에 퍼진 파쇼 바람은 동아시아도 비껴갈 순 없었다. 동아시아에서 파시즘의 대표적인 국가는 바로 일본이었다. 일본에선 1920년 대에 여러 차례 공황과 1923년 관동대지진으로 인한 자연 재해로 경제는 큰 타격을 입었다. 이에 더하여 정경유착 비리까지 더해 정치와 기득권 세력은 더 이상 국민들에게 신뢰 받기 어려웠다.
그런 분위기는 국수주의 단체와 젊은 군인들에 영향을 끼쳤다. 이들에 힘을 받은 군부는 쿠테타와 테러를 일으켜 국가를 장악했다. 국정, 안보, 경제 등 모든 분야가 군부가 중심인 파시즘이 탄생했다. 일본은 점점 국외로 시선을 돌렸다. 한국, 중국 등에 식민지를 만들고 전쟁은 아시아ㆍ태평양 전쟁으로 확전되었다.
동아시아 지역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이후 200여 년간 평화적 관계가 유지되었다. 크게 두 가지 원인이 그 배경이었다. 동아시아 지역에선 바다 출입을 제한한 해금정책과 중국 중심의 조공 책봉 체제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정착했기 때문이다. 19세기 서구 열강의 침략이 시작되어서야 동아시아 내 평화 관계의 균형이 깨졌다.
동아시아 지역 안정 속에서 각국은 농업과 상공업이 발전시켰다. 각국의 사회 경제는 독자적인 방식으로 다양하게 발전해갔다. 여전히 농민 사회여서 상공업 발전과 신문물 유입으로 인한 충돌이 있었다.
빈농들이 주기적으로 봉기하였으나 국가 체제를 위협하는 정도까지 커지진 못했다. 사실 이는 각국 권력자들의 정치 관계와 관련되었다. 농민 봉기가 위력적으로 커지면 상호 군대를 지원하며 봉기를 잠재웠다. 우리나라 동학농민운동도 그 예이다. 한편, 국내적으론 국가운영의 원리, 권력구조의 차이, 문인사대부와 무사 등 지배층의 차이에 따른 영향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