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표제작을 비롯해 <불우 선생>, <복덕방>, <해방 전후> 등 10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는 이태준 단편모음집 『까마귀』 개정판. 1932년부터 1946년까지 발표한 작품 중에서 10편의 작품을 선별해 수록하였다. 또한 작품 해설과 작가 연보, 작품 목록, 참고 문헌 등을 함께 실어 작품의...
까마귀는 예로부터 재수 없는 새, 죽음을 상징하는 새라고 여겨져 왔다. 이런 상징과는 별개로 까마귀는 무척이나 머리가 좋은 새라고 한다. 심지어 도구를 사용해서 먹이를 찾을 수 있다고 할 정도니 그 좋은 머리에 비해 인식이 썩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이 작품에서도 까마귀라는 새가 무척이나 보편적인, 통상적인 이미지로 사용되고 있다. 여자와 주인공인 그의 주위를 맴돌고 있는 명확한 죽음의 이미지.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을 감상하는 데에 죽음이라는 요소를 떼어놓고서는 설명할 수가 없을 것만 같다.
죽음은 절대적이다. 죽음은 한 인간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가지고 가며, 결국 모든 사람들이 언젠가 죽음을 맞이한다는 절대적인 사실을 생각하면 죽음의 절대적인 힘은 아주 명징하다. 이 작품은 이 절대적인 죽음이라는 것을 소재로 다루고 있는 소설이다. 그래서 죽음을 가장 보편적으로 상징하는 생물, 까마귀라는 동물이 작품의 제목으로 등장하거니와 이 작품에서도 죽음의 테마로 나타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까마귀라는 조류가 주인공인 ‘그’의 주위에서 맴돌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이 작품은 까마귀라는 새를 통해서 표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1. 들어가며
이태준은 현대 한국 단편 소설의 확립에 큰 영향을 끼친 작가다. 오죽했으면 그를 한국의 체호프로 부르겠는가. 이태준이 쓴 <문장 강화>는 오늘날까지 널리 읽히는 책이다. 그러나 그의 말년은 월북을 한 다른 작가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석연찮은 이유로 그 역시 숙청되었고, 어떻게 죽었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다. 북한을 선택하거나, 혹은 강제적으로 끌려간 작가들이 상당수 그렇게 비참한 최후를 맞았던 것을 생각하면 폭력적인 국가 체제가 예술까지도 얼마나 억압하는지를 알 수가 있다. 이태준 역시 월북했다는 이유로 상당 기간 동안 우리나라에서 언급되는 것이 금기시되었다. 그의 작품이 해금된 이후 사상과 신념을 떠나서 작품 자체로 문학사에 큰 영향을 끼친 작가로 인정받고 있다.
<까마귀>는 이태준의 대표 작품 중 하나다. 단편 소설의 대가답게 이 작품 역시 완결성과 뚜렷한 서사성, 군더더기 없는 알뜰한 구성이 엿보이며 평범하지 않은 상징과 작가의 자전적인 요소까지 엿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