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작품 중에서 가장 내 눈길을 끌었던 건 바로 였다. 고요하고 평화롭게 눈을 감고 있는 아름다운 여자가 달콤한 꿈을 꾸고 있는 듯한 한 아이를 안고 있고, 그 뒤에는 회색빛 머리를 늘어뜨린 채 노쇠한 한 여자가 고개를 떨구고 있다. 아이를 안고 있는 여자는 환하게 색칠되어 포근하면서 아늑함을 주다가도 그 뒤에 서 있는 여자를 보면 등골이 오싹해진다. 암울의 늪에 빠져있는 것 같달까. 그 여자의 존재만으로도 어둡고 음침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녀는 왜 그들의 뒤에 서서 고개도 들지 못한 채 서 있는 걸까. 그여자는 즉 죽음을 뜻하는 걸까. 삶의 끝에 찾아오는 죽음 앞에서 좌절한 채 괴로워하고 있는 걸까. 한 가지 의문이 드는 건 ‘왜 인간의 세 시기가 아니라 여성의 세 시기일까’ 그것은 어쩌면 누이와 어머니의 죽음으로 인해 여자의 생에 대해 고민한 클림트의 흔적일지도 모르겠다.
그림 한점을 들여다보는 시간은 짧지만 그것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클림트의 색채나 초상화에 그려진 인물들의 손짓이나 눈빛 등을 통해서 각각 다른 느낌을 받게 된다는 것이 참 새롭고 신기했다. 무엇보다 ‘시대에는 그 시대의 예술을, 예술에는 자유를!’ 이라고 외치며 하나의 새장처럼 자신을 가두었던 틀에서 벗어나 훨훨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그림을 그렸던 클림트의 작품들이 내 가슴속에서도 자유롭게 날갯짓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