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마음은 어떻게 언어를 만드는가?
스티븐 핑거의 장쾌하고 재기 넘치는 언어학!
『언어본능』. 세계적인 언어학자인 스티븐 핑커의 저작. 언어의 생물학적 토대에 관한 도발적 테제를 노련하게 방어한다. 그런 가운데 언어의 본성에 관한 중요한 질문들에 대해 믿을 수 있는 대답을 들려준다. 이 책은...
1. 서론: 언어는 본능인가?
언어는 문화의 발명품이다. 이 문장의 뜻을 이야기하자면, 언어라는 것은 사람들이 형성한 사회와 그 사회가 형성한 문화 속에서 생겨난다는 것이다. 우리 중 대부분은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했고, 꽤 오랜 기간 이 말에 의구심을 가진 이는 없었기에 통념으로 여겨져 왔다. 노엄 촘스키가 기존 언어학 이론에 반기를 들기 전까지는 말이다. 노엄 촘스키는 의사소통의 도구였던 언어를 주요 연구 대상의 궤도로 올려놓았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언어는 선천적이고, 인간 고유의 자질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언어는 인간이 사회와 문화의 산물로 인위적으로 만들었다고 여겨 왔는데 실은 자연의 선물이었다. 이 책에서 언어는 심지어 거미의 거미줄 치기에 비유된다. 거미는 거미줄 치기를 학습하지 않는다. 그저 본능대로 거미줄을 만들 뿐이다. 인간의 언어도 그러하다. 인간은 언어를 따로 학습한 것이 아니다.
1. 언어는 본능이다
언어라는 개념에 대해 깊이 고찰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무한함과 심오함에 어떤 공포까지 느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언어에 대해 공부하고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언어라는 개념 자체에 대한 고민을 해본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러나 그런 고민을 한 번 시작하게 되면 곧 이런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고민의 형태(어떤 물리적인 형태를 말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글로 적는 언어든 말로 내뱉는 언어든 눈에 보이고 손에 만져지지는 못한다.) 또한 결국 언어가 그 기저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즉 ‘언어란 무엇일까?’라는 고민 자체가 글로 쓰는 것이든 말로 내뱉는 것이든, 심지어 머릿속의 생각에 그치는 것이든 결국 내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언어에 토대를 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카산드라의 거울』에는 어린 시절에 언어와 완전히 차단된 시기를 지내고 그 결과 초능력을 갖게 된 사람들이 나온다. 언어 없이 자란 아이는 언어와 보편적인 규칙에 제약을 받지 않고 자라고 그 결과 언어를 익힌 다른 이들은 잃어버린 어떤 감각을 잃지 않고 온전히 키워냈다는 설정이다. 꽤나 오래전에 읽은 소설인데 이 부분이 흥미로웠기에 『언어본능』을 읽던 도중 생각이 났다. 어린아이가 언어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언어로 표현되지 못하는 세상이 재단되어 나가기 시작한다고 한다. 언어는 그저 사람들이 의사소통하기 편하게 고안된 수단에 불과해 모든 감정이나 느낌을 담을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재단되어 나간 부분은 결핍이 되어 남게 되는데, 언어로 세상을 재단하기 시작한 우리는 결핍이 무엇인지 수가 없어진다. 내가 갖고 싶은 것이 립스틱인지, 나아가서 아름다움을 갖고 싶은 건지, 혹은 아름다움 너머의 무엇인지 알 수가 없어지는 것이다.
1920년대의 사람들은 모든 거주할 만한 곳이 발견되었다고 생각했고, ‘뉴기니아섬’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살 수 없어 보이는 험준한 산맥 사이의 온화한 고원에서 100만명의 석기인들이 4만년동안 세상과 격리된 채 살고 있었다. 뉴기니아 산맥의 하천의 지류에서 황금이 발견된 이후, 골드러시를 위해 산맥을 탐험하던 시굴자‘마이클 리히’일행이 그들과 최초로 접촉하게 되었다. 리히는 자신의 일기에 그들의 새로운 언어를‘재잘거림’으로 표현하였다. 그것은 고립된 주민들에게서 발견된 800개의 언어 가운데 하나였다. 지금까지 언어가 없는 부족은 없었으며, 그들 역시 추상적인 개념, 보이지 않는 실체, 복잡한 추리의 과정을 표현하는 언어적 수단이었다.
사회마다 정교함이 다른 문화적 발명품과 달리 한 사회 내의 발명품은 정교함의 수준이 균등하다. 이와 달리 언어는 그 복잡한 정도가 보편적이며, 이것은 언어가 인간 본능의 산물로서 느껴지게 하는 이유이다.
언어 능력은 자연세계에서 일어나는 경이로운 것 중 하나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의 놀라움을 쉽게 잊어버린다. 그 놀라움에 대한 증거로서, 인간의 읽고 쓰는 능력은 몇 가지의 주어진 단어들을 읽는 것만으로도 시간과 공간을 연결하는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한다. 거기에 더하여 우리가 어릴 때 습득한 ‘구어’는 의사소통을 더욱 견고히 만든다. ‘바벨탑 이야기’처럼 인간은 공통의 언어를 토대로 구성원들과의 결집력을 다지고 정보를 공유하는 하나의 사회를 통합시킨다. 공통의 언어를 통해 누구나 축적된 지식을 얻을 수 있으며 팀을 만들어 일을 하고, 협상과 합의를 통해 노력을 조정한다. 호모 사피엔스는 이러한 언어 능력으로 발휘되는 협동과 단합된 힘을 이용하여 지구상에 광범위한 변화를 가져왔다.
언어는 인간의 전반적인 경험과 삶 속에 깊이 자리 잡고 있다. 인간은 같은 인간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 식물 등 무엇에게든지 대화를 시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