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나를 숨기는 진실게임, 중국식 룰렛!은희경 소설집『중국식 룰렛』. 《새의 선물》,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등으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은희경 작가의 여섯 번째 소설집이다. 술, 옷, 신발, 사진, 책, 음악 등 지금 우리의 삶에서 놓을 수 없는 모티프들을 여섯 편의 단편들이 수록되어 있다. 각기 다른...
내가 책을 읽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뿐이다. 첫 번째는 과제를 위해 읽는 경우이고 두 번째는 제목을 보고 읽고 싶은 마음이 확 오는 경우이다. 나는 책을 읽을 때 제목을 보고 고른다. 제목만 보고 책을 고르면 책 내용이 나와 맞지 않을 것이라는 걱정도 들기는 하지만 지금까지 책 선정에 실패해본 적은 없었다. 제목은 전체적인 책의 내용을 담기 때문인 듯하다. 나는 과제로 주어진 4가지 소설 중에서 은희경의 ‘별의 동굴’이라는 소설을 선택했다. 이유는 늘 그렇듯 제목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별의 동굴’이라는 제목에서 낭만적인 분위기를 예상했다.
정리; 화자는 불행하다고 여기는 의사다. K는 아버지 계실 때 풍요롭게 살았지만 돌아가시니 빚과 병을 얻어서 불행하다. 아르마니 양복을 입은 청년은 위스키 회사에 아버지 백으로 취직했지만, 과제를 받고 K가 있는 술집으로 왔다. 술은 마시지 못하고 술에 대한 정보만 알아서 K에게 따끔하게 충고를 듣는다. 검은 테 남자는 중년인데 고급 술맛을 알아낼 정도로 술을 즐기지만 욕망을 채우지 못한다. 그도 스스로 불행하다고 여긴다. 화자는 K의 초대로 같이 술을 마시면서 K의 의도를 알려고 노력한다. 아내와 이혼하게 된 이유도 K 때문이다.
이 책은 아무 생각 없이 읽으면 아무런 기준 없이 창작된 단편소설들이 실린 단편집으로 보일 수 있으나 사실은 그게 아니다. 술, 옷, 신발, 가방, 사진, 음악 등 우리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존재가 주제가 되는 소설들이 실려 있는 단편집이다. 그렇다 보니 다른 기준으로 보면 이 책은 일종의 연작소설집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위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누구나 다룰 수 있고 경험할 수 있는 소재에서 주제를 잡아 이야기를 완성했으니 말이다. 이 책은 일상의 기운, 혹은 흔히 주위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인물들이 주인공으로 나온 작품들인 것 같아 비교적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모든 작품들이 쉬운 게 아니었다. 술에 대한 지식이 적은 나에게 첫 번째로 실린 술에 대한 소설은 아무래도 이해하기 어려운 구석이 많긴 했다.
1. 서론
1.1 90년대 문학의 등장배경
80년대 한국은 민주화 이데올로기와, 산업화 이데올로기가 첨예하게 대립하던 시기였다. 양 쪽 모두 집단을 중심으로 자신들만의 거대 담론을 형성해 나갔다. 그 과정에서 개인은 집단논리 속에 매몰돼 거대한 담론의 일부로 존재할 뿐이었다. 문학 또한 그러한 시대적 과제 속에서 저항문학과 순수문학이라는 양대 체계로 이원화되어 ‘개인’에 대한 담론이 형성되지 못했다. 그렇게 어느 한 쪽이 무너질 것 같지 않은 한반도의 거대 담론들이 80년대 후반부터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87년 발생한 6.10 항쟁 이후 정착한 형식적 민주주의와 소련을 비롯한 구 공산권의 붕괴가 대표적이다. 세계사적 사건들의 영향으로 한국의 두 거대 담론은 위기를 맞게 된다. 소련 붕괴 이후 민주화로 표상되는 저항 이데올로기 집단이 와해되고 산업화 논리로 대표되던 군사독재 체제가 종식을 맞아 개인이 제 목소리를 찾기 시작하면서 한반도를 감싸고 있던 80년대 두 거대 담론이 무너지게 된 것이다. 그 위에 남은 건 집단 논리 시스템아 해체되고 나타난 개인과 최절정기에 이른 한국 자본주의의 풍요였다. 이데올로기가 강요하는 집단 속에서 살던 개인들이 이제 집단논리가 아닌 스스로 생각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90년대 문학은 그렇게 시작된다.
1.2 90년대 문학 속 은희경
거대 담론이 붕괴되면서 개인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집단서사에서 벗어나서야 비로소 저마다의 생각과 감정을 표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문학은 그러한 상황에 발맞춰 사회를 살아가는 개인에 주목해 개개인의 내면과 그로 인한 행동양식을 치밀하게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90년대에 등장한 문인들은 사회를 살아가는 개인에 대한 자기만의 시각을 확립하기 시작했는데, 그 중에서도 은희경은 사회 구조의 부조리성에 대한 비판적인 주제를 돋보이게 하는 반어적이고 위트적인 문체로 90년대 문학계에 자리 잡았다.
책 <중국식 룰렛>은 6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고 ‘중국식 룰렛’은 그 중 한편이다. 러시아 룰렛은 들어봤지만 중국식 룰렛은 생소했다. 찾아보니 독일 영화감독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의 동명 영화 제목에서 따왔다고 한다. 일종의 진실게임인데, 표정을 감추고 거짓을 밝히는 게임이다. K라는 사람이 운영하는 술집에서 처음 만난 네 명의 남자들이 우연한 기회에 진실게임을 한다. 우연히 만난 이들이 우연히 진실게임을 하다가, 우연히 간접적으로 서로 연결된 관계임을 알게 된다. 소설 속 ‘나’는 그 남자가 진짜 자신의 아내와 밀회를 즐겼는지 목격하진 못했지만 확신이 든다. ‘나’도 그날 있었던 일이 언젠가 다른 누군가에 의해 수면 위로 드러날 것이다. 인생을 가면 뒤에 숨어산다고 해도, 언젠가 누군가에 의해 밝혀질 것이다. 중국식 룰렛, 별 것 아닌 듯하지만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