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부유하지는 못했지만 늘 따뜻한 온기가 배어 있었고 귀함을 받고 살았던 내가 도시로 올라와 낮에는 전자업체의 공원으로, 밤에는 산업체 특별학급의 학생으로 생활하며 겪게 되는 일들과 내면의 갈등이 차분하고 섬세하고 아름답게, 그래서 처연함이 더한 문체로 그려진다.`외딴 방`은 사람들이 사람답게 사는...
나는 시골에서 평온하게 자라다가 도시의 빛과 소음 속으로 들어간 주인공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그 인물은 공장에 들어가 일을 배우고 매일 밤 책상 앞에 앉아 학업도 놓치지 않는다 눈앞에 펼쳐진 새 세상에서 마음이 흔들리고 주변은 갑갑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지키고 싶어 한다 도시의 공기가 어두워 보이는 밤에도 마음 한구석에 담긴 따스함이 그의 삶을 버티게 한다
처음 공장 기숙사에 발을 디딜 때의 느낌을 곰곰이 떠올려 보게 된다 낯선 곳에서 내리는 먼지, 바쁘게 돌아가는 기계 소리, 그리고 또래 친구들의 어색한 웃음소리가 두렵기도 하다 그런데 그곳의 생활이 몸에 익을수록 이상하게도 익숙한 온기가 생긴다 때때로 피곤에 절어 잠들어도 새벽이면 한 번쯤 걱정을 안고 깨어난다
작중 인물의 시선에는 따끔함이 묻어나곤 한다 공장이라는 곳이 무언가를 생산하는 역할만 해서는 안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사람끼리 만나고 서로를 알아가며 숨결을 나누는 공간이 되길 바라지만 의지와 달리 벽은 늘 두터워 보인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함께 웃는 순간이나 가벼운 대화에서 작은 행복을 발견한다
기숙사 안에서 형성된 우정은 묘하게 설레는 느낌을 준다 밤중에 몰래 내뱉는 속내나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낙서를 하는 장면을 상상해보면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한다 게다가 월급날이 되면 친구와 함께 분식집에 들러 떡볶이를 사 먹는 즐거움도 크다 돈이 넉넉치 않아도 웃음만은 건재한 청춘이 동료가 되어 준다
공장 안에서 반복되는 작업에 익숙해질 때쯤 묘한 허무함이 들 때가 있다 같은 동작을 하루 종일 반복하며 몸이 힘들고 머릿속은 텅 비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러나 잠깐의 휴식 시간을 맞이하면 작은 선풍기 앞에서 땀을 식히고 다리가 저려도 다시 웃어보려 한다 그래야 시간을 견딜 수 있다.
신경숙의 소설 외딴방은 1970년대 한국의 산업화 시기를 배경으로, 서울의 봉제 공장에서 일했던 어린 여성 노동자들의 삶을 통해 그들의 고통과 상처를 담아낸 자전적 소설이다. 작품은 주인공 '나'가 과거에 함께 지냈던 '외딴방'을 떠올리며 그 시절을 회상하는 구조로 전개된다. '외딴방'은 어린 시절 주인공이 서울로 상경하여 살게 된 노동자 기숙사의 좁고 어두운 방을 가리킨다. 주인공은 이곳에서 다른 젊은 여성들과 함께 노동자의 삶을 살아가며 성장하게 된다.
주인공 '나'는 가난한 집안 사정으로 인해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서울로 떠난다. 서울로 상경한 이유는 가정을 돕고자 했던 경제적 필요 때문이다. 그녀는 공장에서 일을 하게 되었고, 공장 기숙사로 제공된 작은 방, '외딴방'에서 생활한다. 이 방은 곰팡이 냄새가 나고 창문도 없으며, 어둡고 습한 공간이다. 그곳에서 그녀는 다른 노동자들과 함께 공동생활을 하며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잠을 청하며 하루하루를 버텨간다.
주인공과 같은 방을 쓰는 동료들 중에는 언니와 같은 친구들도 있지만, 그들 역시 주인공처럼 고된 노동에 시달리며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다. 이들은 낮에는 공장에서 봉제 일을 하며 기계 소리와 함께 몸을 혹사하고, 밤이 되면 몸이 지쳐 잠들 뿐이다. 그러나 동료들 간의 우정과 연대는 그들이 힘든 현실을 견디는 유일한 위안이 된다.
주인공은 외딴방에서의 생활이 점차 익숙해지며, 자신의 꿈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느끼기
시작한다. 그녀는 공장에서 일하면서도 문학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었으나, 현실의 고된 노동은 그녀가 꿈을 이루는 것을 점점 더 멀어지게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은 글을 쓰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그녀는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려고 한다.
신경숙이라고 하는 이름은 처음 들어보았다. 한국 소설을 잘 읽지 않아서 내가 몰랐던 것이지 매우 유명한 작가라고 한다. 글을 쓰면서 고뇌하는 주인공이 나온다. 아마 소설을 막 쓰기 시작하던 시절을 회상하면서 쓴 소설 같기도 했다. 외딴방이라는 존재는 내가 생각할 때 고독 같았다.
서울로 올라와서 살던 때, 그 때의 생각이 총집결된 장소라고 봤다. 이 소설 주인공이 글을 쓰는 것에 대해 여러 철학적으로 접근을 해 생각을 해보았다. 개인적으로는 과거도 잊지 않으려는 생각 같기도 하고 ‘소외’에서 탈피하기 위한 작전 같기도 했다. 글쓰기가 소설 속 주인공에게 해방감을 맛보게 해준 듯 했다.
나는 일단 소설가가 쓴 이 작품을 글쓰기에 관한 부분을 실제다 하고 확대 해석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을 했다.
픽션인지 수기인지, 심지어 문학이라고 할 수 있을지 작가조차도 결정하지 못한, 글쓰기에 대한 작가의 깊은 고뇌가 서려있는 작품이었다. ‘외딴방’은 그 때, 그 시절의 이야기가 아니라 작가 자신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바람과 느낌들을 담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억압받고 소외된 환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며 이루어낸 노조설립이라는 그 결과가 오늘날의 자신이라고 말하는 그에게서 외딴방에서 멀어지고 있는 그가 보였다. 외딴방에서 해방된 작가는 이제 어떤 방으로 발걸음을 내딛고 있을까.
"외딴방"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나는 외로움을 느꼈다. 폐쇄된 공간이 사람들에게 외로움과 외로움을 준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나는 외로움에 대해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타인으로부터 벽에 부딪혀 생기는 외로움이고, 다른 하나는 사회에서 탈락한 뒤 홀로 남겨져 생기는 외로움이다. 책을 읽기 전 어떤 외로움이 있을지 관심을 갖게 됐다. 소설 속 작가로서 '나'는 반 친구로부터 연락을 받고 과거의 이야기를 쓰기로 결심하고 학창시절의 이야기를 쓰기 위해 제주도로 향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현재 작품에서 과거로 돌아간다는 내용이 눈길을 끌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소설가가 되고 싶었던 '나'는 다친 발을 보며 한 가지 각오로 살아왔다. 그리고 나는 고등 학교에 가기 위해 서울에 와서 외딴 방에 살고 있다.
어려운 70년대 꿈을 찾아 상경한 수많은 여린 여공들이 있었다. 그들에게는 산업역군이라는 낯선 칭호가 붙었지만, 그 칭호가 그들의 어깨를 짓누르는 짐을 가볍게 하지는 못했다. 고향에 두고 온 부모님을 생각해서 입이라도 덜어보고자 상경한 어린 소녀들, 자신을 위해서는 십 원 한 장 쓰는 것도 벌벌 떨면서도 매달 꼬박꼬박 고향에 송금하는 착한 아이들, 하지만 이들에게 세상은 결코 호의적이지 않았다.
아직 다 자라지도 않은 여린 몸인데도 밤낮으로 심한 노동을 강요했다. 인권은 그만두고 최소한의 배려도 없는 일터에서 이 어린 소녀들은 세상을 너무 일찍 알아버렸다. 힘든 삶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으려고 몸부림쳤지만, 세상은 그 꿈을 따라가도록 격려하지 않았다. 눈앞의 현실을 보면서 돈이 되는 일을 찾기 위해 꿈을 버리는 어린 소녀들이 늘어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외딴 방>을 쓴 신경숙은 바로 이런 험난한 시기를 거쳤던 여공들 가운데 하나였다. 작가는 머릿속에서 떠오른 탁상공론을 글로 옮긴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의 이야기를 담백하고 담담하게 풀어간다. 작가는 방이라는 제한된 공간을 중심으로 자신의 경험을 풀어가고 있다. 시골집에서 구로의 쪽방으로 옮겨왔고, 그 쪽방에서 더 큰 방으로 옮겨가고, 함께 살다가 혼자가 되는 일의 연속이 바로 작가가 살아온 삶의 과정이다. 외딴 방은 집을 떠난 나와 많은 여공들이 간절하게 원하던 나만의 공간이기도 하지만, 고독과 소외의 공간이기도 하다.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기도 하지만, 그 함께 사는 삶이 깨어진 후 시작되는 홀로살기 역시 즐거운 일만은 아니다.
이 글에서 필자는 신경숙의 <외딴 방>을 분석하며, 작가가 작품을 통해 전하려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당신의 글 속엔 훼손되지 않은 우리 민족의 정서가 흐르고 있어요. (중략) 당신 글을 보면 이 땅에서 자란 사람의 냄새가 물씬해요. 그것이 죽음이든 사랑이든 이별이든 간에요.
이는 조선인이 소설 작가인 ‘나’에게 한 말이다. 명료한 설명이다. 이 책은 그 시대를 지나온 한국인의 삶을 보여준다. 나는 그 시대를 지나온 사람이 아님에도 이 소설에 공감하고 감동한다. 한국인이니까. 이 책은 어느 정도 사람들에게 알려진 작가가 된 1인칭의 화자인 ‘나’가 유복한 시골을 뒤로 한 채 열여섯 살에 서울로 올라와 공장을 다니고, 학교를 다니던 자신의 과거를 적어낸 소설을 써내는 작품이다. 그래서 작가는 이 글을 ‘사실도 픽션도 아닌 그 중간쯤의 글이 될 것 같은 예감이다.
1. ‘외딴방 - 치유되지 않는 상처(신경숙)’
열여섯부터 스무 살까지 겪었던 일을 기록한 소설이다. 소설이라 하기엔 좀 그렇고 자서전이 알맞을 듯하다. 그만큼 독자가 실제로 겪은 듯한 착각 속에 빠져들게 한다. 나도 덩달아 감정이 요동쳐 한시도 눈을 떼지 못했다. 열여섯 살의 평범한 시골 소녀는 그곳을 벗어나고 싶어 좀이 쑤신다. 하지만 큰오빠를 따라 서울로 올라온 그녀는 이따금 고향을 그리워한다. 서울로 상경한 그녀와 외사촌은 취업을 위해 직업훈련소에 들어간다. 아니 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취업을 하고 취업을 위해 직업훈련소로 들어갔다고 하는 것이 더 맞을 듯하다. 취업한 뒤 가리봉동에 있는 외딴 방에서 큰오빠와 외사촌 그리고 그녀가 살게 된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가난과 싸우며 힘들게 일을 한다.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외사촌과 그녀에게 닥친 고된 일과 노조라는 갈등 앞에서 피곤한 나날을 보낸다. 하지만 그들에게 한 줄기 빛이 되었던 것은 학교였다. 그러나 이것조차도 그들에게 쉽게 주어진 것은 아니었다. 공장 측의 협박으로 노조를 탈퇴하게 되고 그로 인한 죄책감과 동료들 간의 갈등이 있었으나, 그들은 공장의 일과가 끝난 뒤 산업체 특별학교인 영등포 여고로 간다.
신경숙의 「외딴 방」 은 1970년대 말에서 1980년대 초에 성장기를 보냈던 한 소녀의 내면 성장 과정을 담고 있으며, 동시에 성장기 때 갖게 된 상처로 인해 정체성의 위기와 관계 맺기에 두려움을 현재 시점에서 주인공이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작가 자신의 내면을 정직하게 담아낸 자서전적 성장소설의 형식으로, 자기 재현의 글쓰기를 통해 여성의 자아 정체성 획득에 의의를 부여한 작품이다.
<중 략>
가족이나, 사랑이나, 이웃이었을까? 보이지 않지만, 마음껏 꿈꿀 수 있는 내일이 있어서였을까? 뭐가 됐던 우리나라 70년대 ‘공순이’ 열여섯 살의 어린 노동자들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사무치게 가난하단 이유로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받지 못하고 겪었던 고통을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고스란히 대물림되는 건 아닌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 누군가에겐 소중한 가족이고, 살아가는 존재 이유일 수 있다. 어쩌면 시대만 변화였을 뿐 한명 한명의 존귀함을 잊고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자본주의에 푹 젖어 개인의 편익만 좇아 이기적인 사회 또는 내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나를 비롯한 우리 사회에 반문해 본다.
소설 속 ‘나’는 중학교 졸업 후 고등학교에 진학하려 하지만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결국 서울로 가게 된다. 그 곳에서 ‘나’와 외사촌은 산업체 특별학교에 다니면서 낮에는 공장에서 일을 하고, 저녁에는 학교에서 수업을 받는 바쁜 생활을 시작한다. 이 소설은 큰오빠, 외사촌, 나중에는 셋째 오빠도 함께 공장 근처의 ‘외딴방’에서 살던 시절의 이야기이다. 책에서 ‘나’는 외딴방에 처음 들어갔을 때를 회상하며 ‘구멍 가게나 시장으로 들어가는 입구, 육교 위 또한 늘 사람으로 번잡했었건만, 왜 내게는 그때나 지금이나 그 방을 생각하면 한없이 외졌다는 생각. 외로운 곳에, 우리들, 거기서 외따로이 살았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 것인지’라고 말한다. 그 곳에는 서른일곱 개의 방들이 있었지만, ‘나’는 희재 언니 외의 다른 이웃들과는 단 한 번도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없었을 정도로 심리적으로 고립된 공간이었다. 아마 그 집에 사는 다른 사람들도 가난한 도시 노동자들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