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늠도 안 되는 이유로 만취해 귀가하는 남편에게 아내는 짜증이 나기 시작했고 그 이유를 알고자 직접 질문을 던진다. 건드리지 말아야할 것을 건드리는, 부부관계를 위태롭게 만드는 도발을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아내가 보내온 물음표에 대해 남편도 물음표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이유를 몰라서 물어?’
아무리 배움이 부족하다지만 자신이 출근을 하다시피 매일 어딘가에서 술을 마시는 이유를 정말 몰라서 묻는 것 같은 아내에게 남편은 실망을 넘어 절망을 하게 된다. 이에 남편은 선문답(禪問答) 같은 질문을 역으로 한다. 도대체 누가 자신을 이토록 취하게 만들었는지 맞춰 보라고, 유위유망(有爲有望 : 쓸모도 있고 희망도 있음)한 머리를 알코올로 마비시켜야만 하는 이유를 알아내라고 종용한다.
현진건은 1920년대의 대표적인 사실주의 작가이다. 사실주의란 무엇인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드러냄으로써 사회를 비판하는 문학 기법이 아니던가. 현진건이 오랜 기간 동안 기자생활을 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그의 사실주의 기법이 단순히 당시 문학사의 흐름 때문만은 아니라는 의견에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현진건은 사실주의를 통하여 사람들에게 사실을 보여주고 그들의 생각과 마음이 바뀌기를 바랐는지도 모른다.
바느질을 하며 새벽 한 시가 되어도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던 아내는 바늘에 손가락을 찔려 상처를 입는다. 이에 피를 멈추려 헝겊 오라기를 집으려 하나 잘 되지 않자, 화를 낸다. 7-8년전 남편과 결혼한 아내는 벌써 오래 전, 남편이 되고 아내가 되었건만, 결혼하고 얼마 있지 않아 남편이 동경으로 유학을 간 까닭에 ‘같이 있어 본 날을 헤아리면 단 일년이 될락말락 한다.’(57쪽) 괴롭고 외로워도 남편이 돌아오면 무엇이든지 다 얻고 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가끔 놀러오는 친척들이 비단 옷 입은 것과 금지환(金指環) 낀 것을 볼 때에 그 당장엔 마음 그윽히 부러워도 하였지’만 나중엔 도리어 ‘그것에 경멸하는 시선’(58쪽)을 던졌던 아내였다.
“술 권하는 사회”를 읽고 난 다시 세상을 창피해서 비판하지 못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제일 많이 들던 생각 “우린 왜 어리다는 생각으로 나 자신을 정당하다 생각하며 당연히 그래도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을까?” 이 책은 말 그대로 사회가 술을 권한다. 난 처음에 이뜻이 확실하게 이해는 안갔지만 이제는 이해가 간다.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생활에서 그 제목의 의미들이 잘 들어나 있다. 먼저 주인공은 서울에서 중학교를 나오고 일본으로 유학도 가므로써 나름 그 사회에선 공부좀 한사람(지식인) 이 었다. 이 주인공은 일본에서 유학을 갔다오고 조선으로 돌아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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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현대 단편 소설 중 오늘은 일제 강점기 지식인이 등장하는 '술 권하는 사회'와 '김강사와 T교수'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먼저 '술 권하는 사회'에 나오는 남편은 동경 유학까지 다녀온 지식인이다. 그에게는 결혼한 지 7,8년 되었지만 실제로 함께한 날은 별로 없는 아내가 있다. 남편은 매일매일 술을 마시기 시작한다.
소설에서 조선의 민중을 대표하는 그의 아내는 늦은 시간까지 바느질을 하며 불안한 듯 그녀의 남편을 기다린다. 남편은 집에 와 누가 술을 권하냐는 아내의 물음에 이렇게 대답한다.
<작가 및 작품소개>
작가인 현진건은 일제강점기를 살며 당시 민중의 처절한 목소리 현실적으로 드러내 한국의 사실주의 문학에 큰 발전을 기여했다. 대표작품으로는 ‘운수 좋은날’ ‘무영탑’ ‘B사감과 러브레터’ ‘흑치상지’ 등으로 일반 시민들의 비참한 현실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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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및 서평>
지식인으로서 사회에 진출하지 못하고 혼란과 모순의 시대를 살아가며 절망하는 남편과 배움이 부족하지만, 남편에게 충성하는 근대적인 아내를 주인공으로 당시의 안타까운 현실을 풀어냈다. 아내는 독수공방하며 외로운 세월을 보내고 있지만, 유학 간 남편이 돌아오기만 하면 남의 손에 금반지도 부러워 할 것 없는 인생이 펼쳐지리라 믿고 있다.
동경유학까지 한 부유층의 지식인들은 경제적인 활동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사회의식을 기반삼아 여러 가지 협회에 가입을 하고 나름의 목표를 세워 추진해 가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장애물을 만나게 되는데 게 중에는 일제 식민치하로 인한 제재가 심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로 인해 숱한 패배를 맛보아야 했던 그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시대를 한탄하며 술에 의존하는 것뿐이었을 것이다. 이들은 암울한 시대의 상황을 술을 마심으로써 시대적 저항심을 극복하고자 했다고 한다. 그들은 돈만 있으면 술을 마셨고 술을 마시기 위해서는 집안의 빈 뒤주를 걱정하지 않았다. 이들은 암울한 현실을 변명삼아 마구잡이로 술을 마시며 이 시대를 한탄하였다. 물론 그로 인해 이 시대가 보여주는 시대적 암울함은 충분히 느낄 수 있겠지만 어쩌면 이 술이라는 건 그들의 내재되어 있던 게으르고 방탕한 성향을 암울한 시대를 변명삼아 보여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들은 이처럼 가정의 경제를 위한 노력은 하지 않았던 걸로 보인다.
1. 들어가며
이 작품은 단편 <운수 좋은 날>과 더불어 작가 현진건의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사실 이 작품의 줄거리는 매우 간단하다. 아내가 나오고 가정 생활에 충실하지 못한 지식인 남편이 나온다. 그러다가 남편은 왜 자신이 매일 술에 절어 지내는지 아내에게 말하게 되지만, 아내는 그런 남편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남편은 참지 못하고 밖으로 나가 버린다는 것이 이 작품의 대략적인 줄거리이다. 이 짧은 줄거리 속에 당대의 사회 분위기와 지식인들이 겪어야만 했던 암울한 감정, 부부 사이의 단절과 지식의 불균형 등 다양한 사실을 알 수가 있고 또 분석할 수가 있다. 이 작품은 1921년에 발표되었다. 술 권하는 사회라는 제목과 내용은 이 암울하고 어두운, 한반도 역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었던 일제 강점기라는 어두운 시대와 무관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이 작품이 발표된 시대를 알아야만 하고, 당대의 지식인들이 어떤 어두운 감정과 슬픔을 품고 있었는지를 알아야 한다.
1. 작가 살펴보기
작가의 의도를 알기 위해서 먼저 작가의 약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작가는 1990년 경북 대구 출생으로, 그이 집은 대대로 역관 출신이 많은 집안이었다고 알려져 있다. 그의 부친인 현경운은 신진 관료로 자식들의 신식 학교 출입과 외국 유학을 허락한 개화 인사이며, 그의 모친인 이정효는 일찍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그의 단편소설 <술 권하는 사회>의 등장인물인 ‘남편’과 비슷하게 그는 실제로 15세의 어린 나이에 결혼했다고 한다.
현진권의 데뷔작은 1920년에 발표된 희생화[犧牲化]이며, 대표작으로 알려진 ‘빈처’와 ‘술 권하는 사회’는 다음 해인 다음해에 발표하게 되었다. 실제 작가 현진건은 상해 호강 대학에서 독문학을 공부하고 귀국 한 다음에 이 소설들을 지었는데, 이 소설들은 작가의 직접적인 체험이 반영되어 있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1925년 <B사감과 러브레터>, <새빨간 웃음>을 발표하고, 1936년 동아일보 사회부장 재직 당시 손기정 선수의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우승의 일장기 말살 사건을 보도하여 구속되고 일 년간 복역 하였다.
이 작품의 줄거리는 아주 간단하다. 배울 대로 배운 남자가, 남 부럽지 않게 교육을 받은 남편이 날마다 술에 취해 시대에 좌절한다는 내용이다. 이렇게 남편이 망가져 가는 모습을 아내의 시선으로 관찰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 아내는 인내력이 좋은 여성이다. 그녀는 남편이 그렇게 괴로워하며 술을 마시는 것에 깊은 성찰을 하지 않으며, 날마다 남편이 집을 비우거나 술을 마셔도 화를 내지 않고 묵묵히 남편의 말을 듣는다. 집안에서 매일 바느질을 하거나 살림만 하며 남편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처지의 여성이라는 걸 보면, 전근대적인 상황에 처해 있는 인간이라는 표현이 맞겠다. 실제로 아내는 남편이 언제 들어오는지에만 신경을 쓸 뿐 바깥의 상황이나 외부 세계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남편이 술에 취해 사회가 술을 권하는 것에 대해서 말을 하는 데에도 학식이 변변찮다는 이유만으로 남편의 말을 듣기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