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다시, 미시사란 무엇인가』는 《미시사란 무엇인가》의 확대개정판으로 초판에 담겨 있던 미시사 입문 글들 외에 2000년대 이후 역사서술과 전망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은 ‘미시사’의 진전과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글을 추가했다. 또한 한국학계에서 미시사가 어떻게 전유되어왔는지를 살피는 글도 보충했다.
‘미시사’는 20세기의 역사학적 흐름을 주도해왔던 ‘거시’와 ‘경제·사회’와는 다른 개념인 ‘미시’가 접근 방식의 키워드다. 즉 마르크스주의 역사학, 독일의 사회구조사, 프랑스 아날학파의 전체사 등이 역사적 거대 구조의 탐색에 초점을 맞추면서 사회과학적 분석과 계량을 중시하는 거시사적 방법이라면, 미시(문화)사는 구체적 개인을 통해 역사적 리얼리티의 관계망을 이해하고자 하는 방법론이다.
엮은이는 미시사의 등장이 지금까지의 역사학적 성과를 좀 더 정교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무엇이 역사인가에 대한 인식론적 의문을 새로이 던지는 데까지 나아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미시사의 잠재력이 어느 정도로 가시화될지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면서도, 지금까지의 연구 성과로 미루어볼 때 또 한 번 역사학의 지평을 넓히는 새로운 출발점이 되리라고 전망한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바뀐 것은 역사라는 단어에 대한 감각이었다. 나는 그동안 역사를 거대한 사건과 구조의 흐름으로 이해해 왔다. 왕과 제국 전쟁과 혁명 같은 굵직한 이름들이 역사의 중심을 차지했고 개인의 삶은 그 주변을 떠도는 사례 정도로 여겨졌다. 그러나 곽차섭은 미시사라는 접근을 통해 이 익숙한 시선을 조용히 뒤집는다. 역사는 위에서 내려다보는 서사가 아니라 아래에서부터 구성되는 이야기라는 점을 이 책은 반복해서 보여준다.
미시사는 사소한 사건이나 개인의 일화를 모으는 방식이 아니다. 저자는 미시사가 작은 규모의 사례를 통해 기존의 역사 해석이 놓쳐온 구조를 드러내는 방법론임을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