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토마스 만의 대표작『마의 산』상권. 현대 독일 문학의 거장 토마스 만의 중장년 시대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20세기 유럽의 철학과 문학과 사상을 집대성한 대작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번역본에서는 토마스 만 전공자인 홍성광 박사가 번역을 맡았다. 상징과 은유, 철학과 신화 등이...
<마의 산>의 주인공은 한스 카스토르프이다. 그는 사촌 요아힘을 만나기 위해 3주간 폐병 요양소 ‘베르크 호프’로 떠난다. 그 요양원은 마의 산이라는 해발 1600m의 고산지대에 있어서 삶과 죽음의 중간에 존재하는 폐쇄된 장소였다. 한스는 자신이 건강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갑자기 열이 나서 진찰해 보니 폐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한스는 자기도 죽을 거란 생각을 하게되고 요양소에 머물기로 결심한다. 요양소를 금방 떠날 생각이었지만 한스는 그곳에 사로잡혀 7년 간 요양 생활을 하게 된다. 평범한 시민이었던 한스는 평범하지 않은 이 요양소에 머물면서 차츰 변화하게 된다. 한스의 변화를 이끄는 것은 무엇보다도 이 소설에 등장하는 여러 사람들이다.
현대 독일 문학가의 거장 토마스 만의 장편소설 ‘마의 산’은 표면적인 부분만 본다면 큰 갈등 없는 줄거리를 가진 책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줄거리 곳곳에 내재된 내용들의 의미를 생각하고 해석해 본다면 결코 저자가 단순히 한 젊은이가 요양소로 내려가 7년간 사람들과 만나며 일어난 사건들을 나열한 것이 아닌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의 줄거리는 상실과 망각의 공간 요양원에서 취생몽사한 상태로 살아가던 주인공이 점차 꿈에서 깨어나 사랑만이 죽음을 극복할 수 있다는 진리를 깨닫고 희생정신을 갖게 되고 현실세계로 내려와 참여하기까지의 승리와 극복 과정을 그린 것이다. 즉 삶의 긍정을 향한 휴머니즘이 녹아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그 당시의 휴머니즘, 죽음, 정신적 변화과정을 묘사한 것이다.
카스토르프는 사존 요아힘을 문병하는 겸 휴식을 취하기 위해 함부르크에서 다보츠로 여행을 한다. 그는 다보츠를 방문하기 직전 여행을 ‘언젠가는 해치워야 할 일이기에 빨리 끝내고 싶었던’ 것이라고 생각을 하며 3주라는 시간을 길게만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은 그의 기우였다는 것이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밝혀졌는데 변화된 그의 생각은 명확하게 드러난다. 카스토르프는 다보츠에서 머문 지 2주만에 이곳 사람들의 일과를 ‘신성하고 자명하며 절대적인 것’으로 바라보았고 오히려 자신이 살던 곳을 ‘이상하고 이색적인 것’처럼 느껴진다고 서술하였다. 또한 스스로 ‘병과 친숙하다는’발언을 하는 등 그는 요아힘의 지인에 불과한 외부인의 위치에서 점차적으로 환자로서 죽음의 세계인 다보츠에 동화된다는 점이 드러난다. 카스토르포가 이전까지 살아 왔던 본래 삶의 터전인 ‘저쪽 세계’와는 달리 ‘이쪽 세계’는 신세계이다.
이 소설을 쉽게 읽었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 같다. 이 소설 속에서는 많은 인물들의 관념이 아주 자세하게 서술되고 있고, 그 관념을 따라가는 것은 나로서는 아주 벅찬 일이었다. 주인공 한스는 물론이고 세템브리니, 나프타와 같은 인물들의 가치관과 그로부터 비롯된 관념을 이해하는 것은 생전 처음으로 어떠한 철학과 체계를 마주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웠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은 읽었던 문장을 다시 읽고 그 문장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며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어야만 했다. 그렇다고 이 작품이 막연하게 읽기가 어렵기만 한, 그런 딱딱한 작품은 아니었다. 적어도 읽은 재미는 있는 작품이었다. 즉, 이 작품의 내용은 어려웠지만 문장이나 표현력에서는 독자들의 직관이나 감상에 직접적으로 호소하는 맛이 있었고 또 아주 자세하고 장황하게 어떠한 관념들이 표현되고 있었기 때문에 은연중에 토마스 만이라는 작가의 친절함마저도 느낄 수가 있을 정도였다. 이 작품의 경우 무척이나 빽빽하고 자세하게 등장인물들의 성격, 가치, 관념, 철학 등등이 소개되고 있고 대사도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처럼 장황하고 구체적으로 표현되어 있기 때문에 문장을 읽는 맛은 분명히 존재하는 소설이었다는 의미이다.
여러모로 완독이 어려운 소설이었다. 압도적인 분량과 책의 굵기도 그렇고, 스토리나 플롯 위주가 아니라 등장인물들의 사상이나 관념, 철학을 직접적으로 논하는 내용도 그렇고 현학적이며 이해가 어려운 문장이나 장황한 구성도 그렇고 여러 의미로 읽는데 어려운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훌륭한 고전이고, 토마스 만이라는 작가의 대표작으로 꼽히고 있기 때문에 나는 어떤 내용이 그려져 있을까 궁금했던 것도 사실이다. 무척 고전 같은, 전형적인 고전 소설 같은 느낌이 들었다. 현대의 시점으로 드라마가 심심하고 문장이 장황하고 또 등장인물들의 심리가 아주 집요하리만치 구체적으로 묘사되어 있어서 읽는 데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또 그만큼 자세하게 어떤 정신이나 가치관을 묘사하고 있기 때문에 집중해서 이 작품을 읽을 수 있었다. 그러니까 이 작품은 줄거리가 흥미 있어서 읽을 수 있는 여태 다른 작품과 다르게 문장과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알 수 있는 재미로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그만큼 주인공 한스 카스토르프의 과거나 정신 상태, 가치관, 행동 등이 무척이나 자세하게 표현되어 있고 세템브리니나 나프타와 같은 거대한 정신들을 상징하는 등장인물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1. 저자소개 및 시대상
토마스 만(Thomas Mann)(1875년-1955년)은 독일 태생 작가이다. 토마스 만은 『토니오 크뢰거(Tonio Kröger)』(1903), 『마의 산(Der Zauberberg)』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데 그의 작품 세계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초기 작품 시기에 토마스 만은 갈등과 모순을 바탕으로 작품을 전개한다. 그의 출생 자체부터가 이미 갈등과 모순의 시작이었다고 볼 수 있는데 상인이자 시의원이었던 아버지에게서 이성과 도덕관을, 남미 출신의 어머니로부터 정열과 예술성을 물려받았다. 이성적인 사고와 예술적인 재능의 역설적인 조화는 토마스 만의 작품에도 고스란히 드러나는 특징이다. 더군다나 부유한 집안 출신이었던 토마스 만의 생애는 집안의 명예를 이어가야한다는 강박관념과 예술가적 기질의 충돌로 인한 혼란으로 가득 차 있다. 이러한 대립하는 양자적 충돌과 갈등은 『부덴브로크 가의 사람들』, 『토니오 크뢰거』 등에 뚜렷하게 나타나며 그의 초기 작품 세계를 형성하는 데에 기여한다. 토마스 만의 초기 작품 세계를 나타내는 단어는 갈등과 고뇌로 대표되는 것이다. 그러나 거의 대부분이 갈등에 대한 해결이 부재하다는 점에서 한계를 노출한다. 초기 작품의 결론인 감미로운 죽음을 해결책이라고 볼 수 있는 여지도 있으나 이는 갈등에 대한 해결 방안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문제로부터의 도피라고 봐야 한다.
그러나 그의 작품 세계의 중기에 해당하는 시기에는 문제시 되었던 갈등과 고뇌를 적극적인 생의 긍정으로 해결하기 시작한다. 대표적인 작품인 『마의 산』도 이 때 출간되었는데 이 소설에서 토마스 만의 죽음과 삶에 대한 문제가 거대한 담론으로 펼쳐진다. 이 작품은 내용이나 형식면에서 근대 독일 문학 최고의 작품이라 불리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공시적인 특징적 문제를 통시적인 보편적 문제로 확대시킨 작가의 대작이다. 원래 『마의 산』은 단편으로 구상되었으나 집필 도중 제1차 세계 대전의 발발로 인해 중단되었다.
1. 저자와 작품 배경- 토마스 만(Thomas Mann)과 마의 산(Der Zauberberg)
20세기 최대의 독일 작가로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토마스 만은 비록 시와 희곡은 쓰지 않았지만, 인간의 지적인 생활 활동의 거의 전체 영역에 걸쳐 작품을 쓴 작가이다. 그의 대표작으로 꼽는 소설 <마의 산>은 "1200쪽에 걸쳐 펼쳐진 관념도(觀念圖)의 몽환적(夢幻的) 결합"이라고 평가되는 작품이다. <부덴브로크 일가>에 이어 발표된 이 장편 소설은 독일 문학 특유의 교양 소설 중 하나로서, 종교와 정치에서 철학과 의학, 심리학과 음악, 그 위에 오컬트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에 걸쳐 상세한 논쟁이 벌어진다. 그 중에서 젊은 주인공이 인간으로 성장하는 양상이 묘사되어 있다. 주인공 카스토르프의 정신적 백치를 무대로,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에 걸친 문명 세계의 정신적 세력들이 투쟁하는 양상을 묘사하고 있다. 토마스 만이 이 소설을 완성한 것은 1924년으로서, 제1차 세계 대전 후의 유럽의 사상적 문제가 집약적으로 나타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