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진실하고 올바른 기억과 선한 망각이라는 논쟁적인 주제를 사려 깊게 고찰하는 책. 과거를 ‘기억하라’는 촉구와 ‘그만 잊으라’는 억압을 넘어, 저자는 ‘어떻게’ 그리고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지의 문제를 제기하며 기억의 악순환을 멈추는 새로운 관점을 제안한다. 오늘날 불의한 현실 한가운데를 걸어가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는 이들에게 도전과 소망의 메시지를 전해 주며, 특히 이번 확대개정판에는 초판 출간 이후 이 논쟁적인 주제를 둘러싸고 벌어진 논의와 연구들이 반영되어 더욱 균형을 갖추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나는 기억을 비교적 단순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기억은 과거에 일어난 일을 저장하는 기능이며 개인의 정체성을 유지하게 해주는 장치라는 생각이 강했다. 좋든 나쁘든 기억은 사실에 가깝고 시간이 지나도 그 핵심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고 여겼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런 전제를 처음부터 흔든다. 기억은 저장된 과거가 아니라 현재의 위치에서 끊임없이 재구성되는 행위이며 그 과정에서 진실과 왜곡은 늘 함께 작동한다는 주장 앞에서 나는 기억에 대한 태도를 다시 세우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