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중국의 산아제한 정책에 숨겨진 비극!《붉은 수수밭》의 작가이자 중국 최초의 노벨 문학상 후보로 꼽히는 모옌의 소설 『개구리』. 중국의 대표적인 문학상 중 하나인 마우둔 문학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중국 가족계획 정책의 이면에 숨겨진 가슴 아픈 현실을 그리고 있다. 작가는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나에겐 중국인 친구가 몇 명 있다. 그들에게 가족관계를 물어보면 희한하게도 다들 형제가 없다. 오히려 중국인들은 한국인이 대부분 형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신기해하거나 부러워한다. 형제가 있으면 덜 외롭고 재미있을 것 같다고 한다. 마오쩌둥 시절 처음 중국은 인구가 곧 국력이라고 아이를 많이 낳도록 장려했지만 그 수가 급증하자 1978년부터는 식량부족 문제 등으로 산아제한 정책을 강제로 집행해 왔다. 즉, 한 가정에 한 아이만 낳을 수 있도록 하였다. 만약 이를 어기면 강압적으로 낙태를 해야 하거나 과도한 벌금을 물어야만 했다. 하지만 현재는 고령화로 인해 노동인구가 감소하고 노인 부양 문제가 발생하자 다시 두 명까지 낳을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도입했다.
모옌의 《개구리》는 전공 과목의 과제를 위해 처음 읽게 된 중국의 현대 문학이다. 책을 많이 읽는 편도 아니지만 비문학을 극단적으로 선호하는 편향된 취향 탓에 오랜만에 집어 든 문학 작품이었다. 이런 이야기로 서론을 시작하는 이유는 이 책이 나에게 준 깨달음과 맞닿아 있다.
수능 국어의 비문학 지문을 공부하다 보면, 과거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그 시대의 영화(아무래도 카메라가 있던 시기부터 가능한 연구 방식이었을 것이다.)를 참고하기도 한다는 내용의 지문을 만날 수 있다. 나는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면서 활자 속에만 갇혀 있던 ‘과거’를 느낄 수 있었다. 마치 그 수능 국어 지문의 학자들처럼 말이다.
소설 《개구리》는 20세기 중국의 커다란 변혁기를 온몸으로 받아낸 이의 삶을 서술자의 1인칭 시점으로 쓴 작품이다. 작품의 구성도 서술자가 스기타니 요기토 선생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문체가 독자로 하여금 어디까지가 허구인지를 파악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었다. 소설이 아니라 ‘인간극장’을 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1. 계획생육은 나쁜가? – 국가와 국민
모옌 작가의 소설 개구리에서 가장 큰 주제는 계획생육에 대한 이야기이다. 지금까지도 예민한 문제인 ‘중국 가족계획 정책’을 다루고 있다. 이 계획생육은 70년대 통제되지 않는 인구증가에 국가 인구론을 기반으로 통제에 들어간다. 부부 사이에 아이는 한 명만 낳아 키워야 하고, 첫째가 여자 아이인 경우 8년을 기다려야 한다. 첫째가 아들이면 남자는 정관수술을 하고, 임신을 하면 안되는데 했다면 바로 중절수술을 하게 된다. 트랙터를 몰고 집을 들이닥치고, 만삭이라도 중절수술을 하고, 재산 몰수와 가족 감금의 처분도 내린다. 당시 중국은 개인에게 매우 엄격하고 잔인한 처분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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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소설 속에서 고모의 아버지가 항일 영웅이자 혁명 열사이며 그 뒤를 잇는다는 소명의식과 사명감이 있었고, 고모의 젊은 시절의 실연으로 결혼과 출산을 포기한다는 뒤 배경도 있었다. 그러나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악의 평범성이다. 독일의 철학자 한나 아렌트가 제시한 개념으로, 홀로코스트와 같은 역사 속 악행은 광신자나 반사회성 인격장애자들이 아니라, 국가에 순응하며 자신들의 행동을 보통이라고 여기게 되는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행해진다고 한다. 여기서 중요한 조건은 굉장히 설득력이 있는 지시가 주어지면 이성적인 사람도 도덕적인 측면을 무시한다는 것이다. 고모는 강제적인 계획생육이 대국 건설에 필요하다는 설득력이 있는 지시로 도덕적인 측면은 무시하고 이 일들을 강행할 수 있었던 것 아닐까 추측한다. 또한, 소설 속에도 나오지만, 대국을 위해서 작은 희생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또한, 마오쩌둥은 중국의 아버지로서 큰 의미를 가진다.
영상 관련 일을 하면서 조선족 중국인 친구를 만났다.
그는 한국의 명문대를 졸업했으며, 한국 남성과 결혼을 했고, 한국 국적은 취득하지 않았다.
내가 막연히 생각하던 조선족과는 전혀 달랐다. 아니 어쩌면 <황해> 나 <범죄도시>와 같은 매체를 통해서 조선족에 관해서 끝없는 혐오와 차별을 학습받아왔는지도 모른다.
그 친구와 여러모로 대화가 잘 통했고, 그를 통해서 내 편견을 벗어나보고 싶었다.
그가 ‘모옌’ 이라는 중국인 작가를 소개시켜 주었다. ‘모옌'은 2012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 했고, 그의 작품 중 <홍까오량 가족(红高粱家族)>은 장이모우 감독의 <붉은 수수밭>의 원작 소설이라는 걸 알게되었다. 이 작품은 1988년 베를린영화제 황금곰 상을 수상 하기도 했다.
[개구리]는 중국에서 가장 많은 논란을 겪었던 산아제한 정책인 ‘계획생육’이 행해지던 시절부터 시작한다.
최근에 쓰인 작품이긴 하지만 모옌의 대표작품 중 가장 많이 거론되는 작품이다. 중국의 계획 생육 정책을 소재로 다뤄서 큰 반향을 일으킨 작품으로 계획 생육은 인구 억제를 위해서 1970년대 초반부터 중국 정부가 본격적으로 실시해온 한 가정 한 자녀 정책을 계획생육이란 말로 지칭하고 있다. 소설은 물론 그 정책을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정책과 관련해서 수많은 인물들의 인생을 모옌 특유의 필치로 다양한 형식과 이야기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소설이다.
언젠가 어떤 칼럼에서는 하루키가 고여 있는 호수와 같은 작품이라면 모옌의 작품은 산에서 내려와 시냇물이 되고 강이 되어 흐르는 기계가 있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물론 개인의 차이일 수도 있지만 민족의 차이일 수도 있다는 말을 덧붙이면서. 일본의 고요한 정서에 반해 중국 사람들의 시끄럽고 기계가 넘치는 광활한 이미지를 소설 속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작가가 완전히 개인주의적인 작품을 쓰기란 어려운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