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아줌마, 근데 아줌마는 좋은 사람이에요?”
“아니, 좋은 사람은 아니야.”
“왜요?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요?”
“왜냐하면 매일 사람들한테 이렇게 사과 편지를 쓰고 있거든.”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른 악인
용서받지 못한 가해자
어쩌면 가혹한 누명을 뒤집어쓴 피해자
역경에 굴복한 패배자
시련 속에서 스스로를 잃어버린 얼간이…
지금 그녀는 어떤 사람일까?
끝난 듯한 이 삶은 다시 시작될 수 있을까?
확신에 찬 각자의 주장이 팽배하는 오늘날, 말이라는 이름이 붙은 공이 사회를 거침없이 날아다니고 있다. 대화의 요소인 듣기와 말하기는 피구처럼 상대를 맞추기 위한 공격과 반격의 악순환으로 변질하고 사회는 사냥터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우린 듣기를 그저 날아오는 공을 맞받아치기 위한 수단으로 쓰는지도 모른 채 타인의 말을 요리조리 분해하고 분석하며 경청하고 있다고 착각한다. 김혜진 작가의 《경청》은 자신의 말로 씻을 수 없는 일을 저지르고 동시에 말로 인해 상처를 입게 된 해수의 이야기를 그렸다. 가해자이면서 동시에 피해자가 된 해수의 양면적인 위치는 독자를 고민하고 판단하도록 유혹한다. 책장을 넘기며 해수의 말에 품은 뜻을 해석하려 애썼다. 그리고 해수를 충분히 경청하고 있다고 감히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