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유럽과 동아시아에서의 2천년 의학사
동양과 서양의 치유에 대해 서로 다른 접근법을 역사적으로 비교한 『의학이란 무엇인가』. 어떠한 추동력에 의해 과거와 현재의 생리학과 병리학의 기본 이론들이 형성되었는가 하는 문제를 밝히고, 이를 역사적, 지리적으로 서로 다르게 정의해온 까닭에 대해 파헤친다. 인간의 삶을 지배하는 당대의 사회경제적 조건과 의학사상 사이에 밀접한 연관성이 양 문명 속에서 끊임없이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또한 유럽문화에 바탕을 둔 ‘서양의학’이 아시아에서 열광적으로 환영받은 이유, 그리고 역동적이고 독립적인 형태의 대안요법으로서의 ‘중국의학’이 앞으로 서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지 고찰해본다.
한의학을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동서양 치유의 역사’와 의학에 대해서 정의내리고자 하는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음양이 뭐지?” “한의학을 말하다” 등 동양의학에 대해 쉽게 풀어쓰고 있는, 다른 수많은 책들 중에서도 이 책, “의학이란 무엇인가”를 선택하게 된 배경, 나를 끌어들인 유인 동기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잠깐 생각을 정리해보았다. 동, 서양을 막론하고 인간을 치유하기 위한 노력은 예나 지금이나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인간이 영원한 삶을 추구하고 질병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욕망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공공연연하다. 삶이 펼쳐지고 있는 장, ‘속’은 시간과 공간이라는, 누구에게나 공통되는 균질적이고 중성적인 범주의 한계에서 우리 인간은 ‘성’에 도달하기를 꿈꾼다. 아주 먼 과거, 신이라는 초월적 존재에 의존하며 종교적 제의를 통해 이루어지지 못하는 꿈에 대한 불안을 해소했다면,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르네상스, 인간으로의 각성을 통해 탈 신성화되었고, 이성과 과학을 중시하게 되었으며, 인간의 안정된 삶에 침입하는 질병의 증상, 원인, 치료법에 대해서 규명하고자 하는 시도가 번번이 이루어져왔다. 하지만 인과관계를 분명히 파악할 수 없다는 한계에 부딪히면서 의학자들은 몸이 우리에게 무엇을 보여주고자 하는지, 방대한 양의 정보를 파악하고자 지금도 노력하고 있다. 그 길을 걷고 싶어 하는 나 또한 ‘건강이 무엇인지’ 알고자 한다.
「의학이란 무엇인가」 45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이 책을 언제 다 읽을 수 있는지, 대학에 와서도 씨름하게 된 독후감을 어떤 내용을 중심으로 완성해야 할지, 생각할 여유 따위는 사치이고 시간 낭비라는 생각으로 그냥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