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이 책은 세월호 참사 너머로 트라우마의 본질과 실체에 대해 더욱 깊이 탐구한다. 이 책에서 주목할 수 있는 부분은 소중한 사람이 사라져가는 장면을 목격한 세월호 희생자들의 가족과 그 희생의 현장에서 죽음을 간신히 모면한 사람들에 대한 언급이다. 그들의 트라우마가 우리와 다르고 더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저자는 그들이 죽음의 시선과 마주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최후의 순간에 마주친 시선이 그들에겐 결코 치유될 수 없는 상처가 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우리가 정부를 비난하며 책임을 덜어내는 것과 달리, 그들은 아무리 타자를 비난해도 자신의 책임을 덜어낼 수 없으며, 그래서 끊임없이 스스로를 비난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정신분석의 해석은 우리가 짐작도 하지 못할 그들의 트라우마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빌러비드는 집단적이고도 지극히 개인적인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들의, 기억의 주체로만 남을 수 없어 스스로 트라우마가 찾아올 대상이 되어버린 한 어머니의 이야기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서로의 사정을 속속들이 알지 못하더라도 서로가 걸어온 길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디디고 서 있는 땅이 얼마나 위태로운지를 이해한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읽는 나는, 아무리 그들처럼 이해해보려 한들 내가 경험하지 못했고 또 못할 성질의 과거라는 점을 안다. 책의 배경이 되는 과거가 인류에게 있어 하나의 트라우마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