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비루한 인생들의 삐뚤어진 가족 판타지
2001년 「서울신문」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광어〉로 등단한 백가흠 두 번째 소설집. 냉혹한 현실 탓으로만 돌릴 수 없는 불쾌한 감정과 불편한 경험들을 그로테스크한 상상력으로 풀어낸 9편의 단편들이 수록되어 있다.
이번 작품집에서 작가는 〈웰컴, 마미!〉의 유아 유기와 영아 매매 사건, 〈매일 기다려〉의 노숙자 노인과 가출 청소년 이야기, 〈웰컴, 베이비!〉의 신생아 유기 사건 등 현실에 기반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실화를 통째로 끌어들여 외면하고 싶은 불편한 진실을 애써 드러내보인다.
현대적인, 너무나도 현대적인 비극들임에도 그 근저에는 하나같이 '가족'이라는 단위를 구성하고자 하는 욕망과 그럼에도 실현되지 못한 욕망에 대한 비틀린 심리와 아이러니가 내재되어 있다. 소설집에는 2007년 황순원문학상 최종후보작에 오른 〈루시의 연인〉도 함께 포함되어 있다.
백가흠의 "조대리의 트렁크"는 직장 생활에서 벌어지는 인간관계의 갈등과 이를 둘러싼 권력 구조를 세밀하게 탐구한 작품이다. 소설의 중심에는 평범한 직장인 조대리가 있다. 조대리는 대기업에서 일하며 나름의 안정된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회사라는 공간에서의 갈등과 스트레스는 그를 점점 더 지치게 만든다. 소설은 조대리가 겪는 일상적인 직장 생활의 고충을 현실적으로 묘사하면서, 그가 직면하는 복잡한 감정과 갈등을 풀어낸다.
조대리는 다른 사람들과 특별히 갈등을 일으키지 않으면서도 회사에서 자신만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애쓴다. 그는 상사들에게 찍히지 않으려 조심하고, 동료들과의 관계에서도 큰 문제를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회사라는 조직 속에서 그는 끊임없이 보이지 않는 압박을 느끼고 있다. 상사의 눈치를 보고, 동료들과 미묘한 경쟁을 벌이면서 그는 점점 더 고립되어 가는 느낌을 받는다. 회사에서의 인간관계는 조대리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조대리가 일하는 회사는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대기업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서는 치열한 권력 다툼과 미묘한 갈등들이 끊임없이 발생한다. 회사의 상사들은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부하 직원들을 압박하고, 그들에게 불합리한 요구를 한다. 조대리는 이러한 회사 문화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 나름의 타협을 하며 살아가지만, 그 과정에서 그는 자신이 점점 더 무력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그의 하루하루는 마치 트렁크 안에 갇힌 듯한 답답함과 고립감으로 채워져 간다.
어느 날, 조대리는 회사 주차장에서 우연히 상사의 차 트렁크를 열어보게 된다. 트렁크 안에는 예상치 못한 물건들이 들어 있었고, 이를 계기로 조대리는 상사에 대한 불신과 의심을 키워간다. 상사의 트렁크 속에서 발견한 물건들은 상사의 사생활과 그가 회사에서 벌이는 부정한 일들을 암시하는 듯 보였다. 조대리는 이 사건을 계기로 상사와의 갈등이 더욱 심화되며, 회사 내에서 그의 입지는 더욱 불안정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