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2023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욘 포세의 초기작이자 대표작 『보트하우스』
욘 포세는 노르웨이의 작가이자 극작가로, 202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는 2007년 영국 일간신문 데일리 텔레그래프가 선정한 ‘100명의 살아 있는 천재들’ 리스트 중 83위에 올랐으며, 2015년에는 『3부작』으로 북유럽 이사회 문학상을 수상했다. 독특한 내러티브와 스타일로 자신만의 문학세계를 보여 주는 작가 욘 포세는 1990년 무렵부터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보트하우스』는 1989년에 발표된 초기작으로, 작중 화자의 불안감을 드러내며 시작하는 도입부가 많은 현대 노르웨이 작가들에게 영감을 준 것으로 회자된다. 이름 없는 화자인 ‘나’와 그의 어린 시절 친했던 친구인 크누텐, 그리고 크누텐의 아내 세 사람 사이에 벌어지는 기묘한 사건이 관능적인 은유와 섬찟한 분위기 속에 펼쳐진다. 한번 빠져들면 손을 떼기 어려운 미스터리한 서사와 구성으로 1997년 노르웨이에서 29분 분량의 중편영화로도 만들어진 바 있다.
가. 정교하게 직조된 소설
모처럼 소설 한 권을 마주했다. 욘 포세의 <보트하우스>. 언젠가 읽은 그의 소설이 그러했듯이 이 소설 역시 시작은 음울하다. 마치 금방이라도 어떤 불길함이 그 모습을 드러내기라도 하는 듯한 그런 음습함이다. <보트하우스>는 작은 시골 피오르에 사는 익명의 남자 이야기다.
그는 젊지만 직업도 없이 무기력하고 무능하다. 그러다보니 인간관계도 원만하지 못하여 늘 어머니의 다락방에서 산다. 그리고 그곳에서 어떤 불안감에 휩싸여 지난여름에 일어났던 사건들을 글로 써내려간다. 화자는 그때의 불안감을 떨치기 위해 글을 쓴다고 한다.
“나는 더 이상 밖에 나가지 않는다. 불안감이 엄습하여 나는 밖에 나가지 않는다. 이 불안감이 엄습해 온 것은 바로 지난여름이었다.”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되고 있다. 그러면서 그 불안감의 진원지인 이야기를 슬며시 꺼내 보인다. 피오르에 사는 사람들과 단조로운 삶 속에서 화자는 가끔씩 연주 일을 하고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으며 지낸다.
그런 그의 삶에 변화가 온 것은 어린 시절 함께 연주를 하던 친구가 음악교사가 된 후 아내와 두 딸을 데리고 휴가를 고향으로 오면서 시작된다. 10년은 보지 못했던 친구인 크누텐과 마주쳤던 것이다. 두 사람은 어린 시절에는 늘 함께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