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돌봄의 철학과 미학적 실천』의 저자는 우선 하이데거, 리쾨르, 메를로-퐁티, 드레퓌스, 가다머 등이 개진한 현상학과 매킨타이어, 길리건·노딩스, 레비나스 등이 전개한 윤리학 이론 등을 폭넓게 참조하면서 돌봄의 철학적 근거가 어떻게 마련될 수 있는지를 보여 준다. 이에 더하여 저자는 바움가르텐, 실러, 칸트의 미학 이론과 쇼펜하우어와 니체의 예술론을 차용해 돌봄이 지닌 감성적 측면이 어떻게 돌봄을 하나의 실천적 예술로 자리매김하게 할 수 있는지를 해명한다. 저자의 이러한 논의는 돌봄 행위의 심층적 의미와 복잡한 층위를 드러내어 한편으로는 전문적인 돌봄의 실천 주체로서의 간호사에게 이론적 지침을 주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기 돌봄’의 과제를 떠안고 있는 우리 개개인 모두에게 돌봄이라는 평생의 숙제가 갖는 의미를 숙고하게 한다.
‘돌봄의 철학과 미학적 실천’에서 제3장 ‘돌봄과 대화의 해석학, 그리고 이야기’의 내용이 인상 깊었다. 제3장은 간호사에게 이야기를 구성하는 과정인 대화를 바탕으로 하는 돌봄의 태도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대화를 통해 자기 발견과 자기 성찰이 이루어진다. 타자와의 대화 과정에서 상대방을 이해하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자신이 몰랐던 새로운 ‘나’도 발견할 수 있다는 의의가 있다. 대화에서 완전한 이해는 불가능하며, 끊임없이 주제와 대화 참여자가 바뀔 수 있다는 점이 새로운 이해에 도달할 수 있게 한다. 가다머는 소크라테스의 변증법적 대화로부터 대화의 인식론적 토대를, 아리스토텔레스의 프로네시스로부터 대화의 실천적 토대를 발견했다. 가다머의 해석학에서는 ‘주제 내용 공유’를 전제로 이해가 이루어짐을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