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토익 만점을 위한 이 시대 청춘들의 희비극!제3회 중앙장편문학상을 수상한 심재천의 소설 『나의 토익 만점 수기』. 토익 만점과 취업에 목숨 거는 이 시대 청춘들의 고군분투기를 좌충우돌 호주 어학연수기로 풀어냈다. 토익 590점을 맞은 주인공 ‘나’는 위기감을 느끼고 호주로 어학연수를 떠난다....
나의 토익 만점 수기. 심재천. 2012년. 웅진지식하우스. 초판 2쇄.
나의 토익 만점 수기. 과연 어떤 내용일지 궁금했다. 나 역시 토익 900점을 목표로 꽤 여러 번 토익 시험을 친 적이 있다. 토익 만점, 나에게는 정말 꿈의 점수지만, 이 책에서 토익 만점자는 단지 “나 눈 두 개 달렸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처음에는 무슨 의미인지 몰랐지만, 이는 눈이 두 개라면 누구나 맞을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점수라는 뜻이다. 다 읽고 나서야 그 뜻을 알게 된 만큼 더욱 씁쓸했다.
이 책의 줄거리를 한 줄로 요약하자면, 토익 590점의 취업준비생이 토익 점수를 높이기 위해 호주로 어학연수를 떠나는 이야기다. 정말 단순한 요약 아래, 스펙터클한 이야기들이 숨겨져 있다. 주인공은 호주에서 영어를 위해 무엇이든 한다. 그의 인생을 바꾼 가장 큰 일은 현지인과의 영어 회화를 위해 마리화나 재배상의 인질로 들어간 일이다. 그 곳에서 농장 일을 하면서 영어에 매달리고 또 매달린다.
- 두 눈 뜬 키클롭스의 사회
대한민국 취업준비생을 모아 놓고 ‘이 중에 토익 점수 가진 자 손을 들라’고 하면 가만히 두 손을 내리고 있을 사람은 몇 없을 것이다. 그 정도로 취업의 바늘구멍을 통과하기 위한 스펙 경쟁에서는 누구나 명찰처럼 달고 있는 것이 토익 점수이다.
이러한 현실에 심재천의 『나의 토익 만점 수기』는 토익 열병을 앓는 취업준비생이 오해할 만큼 그럴싸한 제목을 들고 등장했다. 언론사 기자로 일하다가 소설가가 되기 위해 일을 그만둔 심재천의 경험은 그가 써낸 주인공의 삶의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 듯하다. 제3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이자 작가의 등단작이기도 한 이 소설은 토익 590점짜리 취업준비생인 주인공을 내세운다. ‘590점이어도 행복해!’가 아니다. 토익 만점을 받은 친구는 취직에 성공했고, 소나타 신형을 뽑았다. 그리고 여유롭게 말하길, “요즘 토익 만점은 ‘나 눈 두 개 달렸소’ 하는 것과 같” (18쪽) 단다. 반면 590점짜리 ‘나’는 취업시즌 끝까지 서류전형 한 번 통과해보지 못하고 ‘지원자격: 토익 800점 이상‘이라는 문구에서 ‘넌 꺼져.’라는 매몰찬 목소리를 듣는다. 그래서 1년간 호주로 꺼지기로 한다. 어학연수란 이름의, 인질극의 시작이다.
2013년 통계 기준 토익 수험자 중 만점(990점)을 받은 응시자는 1,685명으로 전체 수험자 중 0.08%에 불과하다. 1%에 채 못 미치는 이 소수의 사람만이 ‘두 눈이 달렸다’는 증명서의 자격을 갖는 성적표를 받을 수 있다. 99%의 인간들은 멀쩡히 두 눈을 뜨고도 ‘두 눈을 달’지 못한 외눈박이 키클롭스로서 살아간다. 누구처럼 새로 뽑은 소나타 신형에 애인을 태우고 다니지도 못하면서!
학점·스펙·알바·취업을 돌고 도는 끝없는 ‘노오력’의 굴레를 지적한 인터넷발 ‘헬조선’ 담론은 2015년 대한민국을 휩쓸었지만 사실 이것이 아주 새로운 이야기인 것만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