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한국사회는 어떻게 스스로를 파괴하고 있는가?
끝끝내 사람을 갈아서 굴러가는 나라
모두가 아프지만, 아무도 치료비를 내지 않으려는 나라
대한민국을 사멸의 길로 이끌고 있는
총체적인 경제구조와 악순환의 고리를 철저하게 분석하다
대한민국은 파국을 맞이하고 있다. 이 나라가 역사상 세계로부터 가장 주목받고 있는 이 시점에, 우리는 공동체의 급격한 쇠락과 해체를 목도하는 중이다. 사람들은 결혼하지 않고, 출산하지 않으며, 지방은 소멸하고, 우리 모두 기형적인 고물가와 양극화된 사회체제 속에서 엄청난 경쟁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이유로 한국인의 이기적인 품성을 꺼내 들거나, 특정한 정파가 권력을 쥐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모두 틀렸다. 문제는 ‘돈’이다. 한국은 유기적으로 촘촘하게 얽힌 ‘돈의 문제’로 인해서 사멸의 길을 향하고 있다. 우리를 이렇게 만들고 있는 경제구조를 총체적으로 들여다보지 않고선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합계출산율 0.72명의 시대’를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
한국사회의 재생산성은 왜 극적으로 붕괴했는가? 왜 청년부터 노인까지 모두가 기를 쓰며 서울로 몰려들어야 하고, 왜 많은 이들은 블록체인 토큰과 같은 고위험 자산 투자에 열중하거나 혹은 자신의 ‘약자성’에만 집중하면서 누군가를 증오하는 일에 여념이 없는가? 우리는 왜 사교육비가 준조세화된 이 구조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그토록 간절하게 ‘시험’과 ‘공정’에 집착하는가? 또 우린 왜 전 세계에서 압도적으로 높은 노동 시간과 열악한 양육 환경에 시달리고 있는가? 김현성은 말한다. 그것은 우리 공동체가 발전의 과정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했던 쟁점들을 회피했기 때문이라고. ‘한강의 기적’이라 일컬어지는 대한민국의 빠른 성공 그 자체에 실패의 근거들이 예비하고 있었는데, 그것을 냉철하게 직시했어야 할 집단이 제대로 신뢰받지 못하며 이 문제를 외면했기 때문이라고.
그러므로 우리가 선택한 파국과 소멸의 길은 ‘자살’이라고 불러야 마땅하다. 우리는 이 모순적이고 파괴적인 사회경제적 구조를 우리 스스로 선택했다. 우리는 이 사회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요구되었던 ‘정당한 지출’을 감행하는 대신, 구성원 각자가 남보다 더 빠르게, 더 근면하게, 자기 몸을 갈아 넣으며, 오로지 극도의 효율을 추구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각자도생의 토대를 구축했다. 타인을 위해 지갑을 여는 방식 대신에 ‘사람을 갈아서 굴러가는 방식’을 공동체의 근본적인 운영 기조로 삼았다. 그래서 우리에겐 늘 시간이 없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일은 사치일 뿐이다. 모두가 자신의 생존을 위해 필사적으로 힘쓰지 않으면 안 되는 악순환의 고리가 이렇게 완성됐다. 이 책은 그처럼 ‘모두가 아프지만, 아무도 치료비를 내지 않으려는’ 나라에 관한 심층적인 보고서이며, 그럼에도 냉소나 체념에 그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해결책을 함께 모색하길 권하는 뜨거운 희망의 기록이다.
저자는 1988년생이다. 이제 한창 젊은 혈기로 세상을 살아가는 나이다. 그런 나이는 조금은 거칠고 아직은 완숙미가 느껴질 것 같다. 그런데 저자는 그런 통념들을 깡그리 걷어낸다. 그의 내공이 결코 만만치 않다. 적어도 나의 생각으로는 그렇다.
전문가들이 한국 사회를 진단하는 방식은 자기가 전공하는 분야에 한하는 경우가 많다. 그도 그럴 것이 전문 영역을 벗어나면 아무래도 해당 분야의 전문가만큼의 식견을 보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의 비판에 적극 대응하기도 난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의 젊은 혈기는 그야말로 무소불위다. 한국 경제, 사회, 정치, 복지 등 모든 분야를 아우르고 그것들 사이의 연결 고리를 찾아냈다. 그리고 그 연결고리에 공통으로 등장하는 것이 ’돈‘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저자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망국론과 관련하여,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현실은 비교적 긴 세월 동안 한국 공동체 구성원들 스스로가 만들어왔다고 단언한다. 어찌 보면 당연한 말에 너무 힘을 주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당차다.
한국은 고도화된 자본주의 사회다. 자본주의 사회는 돈으로 돌아간다. 이 때문에 많은 것들이 돈이라는 요소로 설명된다. 그러므로 기존의 공포 마케팅을 탈출하는 방법은 결국 ‘마음의 문제가 아닌 ‘돈의 문제’를 날카롭고 중층적으로 바라보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신진대사가 빠른 만큼 쇠락도 빠를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진단이다. 우리는 오늘날 급격한 저출산의 늪에 빠져들었다. 거기에 청년문제, 노인문제, 과당 경쟁, 수도권 진입 등 모든 문제들의 난마처럼 얽혀 오늘과 같은 공동체 소멸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