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오늘도 나는 차별하지 않았다?
당신은 오늘 혹시 누군가에게 차별을 당했는가? 혹, 당신은 누군가를 차별했는가? 아마 당신은 ‘차별’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수 없는 하루를 보냈을 것이다. 차별과 혐오와는 상관없는 보통의 일상을 보냈을 것이다. 그런데 정말 당신은 혹은 우리는 그 어떤 차별도 하지 않고 하루를 보냈을까. 당신의 일상 속에 당연하게 스며든 차별을 그냥 모른 척하고 싶은 건 아닐까. 당신이 다닌 학교, 당신이 다니는 회사, 당신이 만난 거래처 사람들, 당신이 오늘 탔던 지하철, 당신과 오늘 대화한 친구, 당신이 오늘 먹은 음식에도 당신이 몰랐던 차별이 숨어 있다. 당신 이웃이 겪고 있는 차별 그리고 언젠가 당신도 마주하게 될 차별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일일이 지적하기도 애매한, 일상이 되어버린 가장 보통의 차별
“언제나 평등하지 않은 세상을 꿈꾸는 당신에게”라는 차별과 불평등, 배제를 내세우는 아파트 광고 문구가 어느 날 등장했다. 10년 전, 노키즈 존이 등장하더니 이제는 아이가 있는 부모들도 노키즈존에 일부 찬성한다.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한 번 허용된 차별은 누그러지기는커녕 기세를 더해간다. 아니다, 어쩌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것이 차별이 아니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차별은 다수결이 아니다. 차별하는지도 모르고 우리는 매일 ‘보통의 차별’을 하며 살아가는 중이다.
노숙인은 한국 사회에서 당연히 여기는 차별의 대상 중 하나이다. 숭례문 화재 발생 당시나 지하철 6호선 방화사건 때는 노숙인을 대상으로 수사를 벌이기도 했다. 국회 간담회에서는 모든 출입 절차를 밟았음에도 행색을 근거로 출입을 제지당한 노숙인도 있다. 중국 동포나 ‘외국인 노동자’로 싸잡히는 동남아 출신 이주민들 또한 우리 사회에서 냉혹하게 배재당하는 사람들이다. 난민은 또 어떠한가? 10년 동안 한국에 온 난민 신청자의 2%만이 난민 인정을 받는다. 이는 OECD 37개국 평균 난민 인정률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 수치다. 휴전국인 우리가 훗날 위기에 처했을 때 난민으로 인정해 달라는 목소리는 과연 2% 정도의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까?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이들은 “차별하지 않을 테니 티 내지 말고 조용히 살아라”고 말다. 저자는 언어 장애인을 낮잡아 부르는 말인 ‘꿀 먹은 벙어리’라는 표현을 쓴 국회의원의 발언을 지적하는 기사를 썼다가 오히려 항의 전화를 받기도 한다. 흑인 분장을 한 한국 고등학생들을 지적한 샘 오취리 역시 오히려 반격을 당한다. 고등학생들은 인종차별의 의도가 없었으므로 그의 태도가 지나치다고 항변한다. 아시아인이 외국에서 더 차별 받는다면서 역으로 그를 몰아세운다. 차별을 분명히 했지만 자신들은 차별한 적이 없다고, 그럴 의도가 없었다고 한다.
의도한 바가 아니었다는 한마디면 차별은 없었던 일이 되는 걸까? 차별이 아니라 오해라고 주장하는 이들, 억울하다고 주장하는 이들 속에서 차별한 사람은 사라져 버리고 만다.
오늘도 차별하지 않으려고 고군분투하는 보통의 당신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
차별과 혐오의 타성에 젖는 일은 쉽고 편리하다. 하지만 이에 저항하고 지적하려면 매사를 깐깐하게 바라봐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모두가 자신의 촉수를 세워야 할 문제다. 그러나 모두가 말한다. 이런 차별은 나에게 해당하는 일이 아니니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말한다. 차별이란 일부 사람들의 일이라고, 그저 특별한 일이라고 말한다. 그들은 노동자가 되지 않을 거라서 노동자 문제에 관심이 없고 전세에 살지 않을 거라서 부동산으로 갈라지는 계급 전쟁에서 나 몰라라한다. 또한 내 주변에 동성애자가 없으니 젠더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본 적도 없다. 지방 출신이 아니라서 지역 차별 같은 건 2023년엔 아예 없다고 자기 편한 대로 생각해 버린다. 그렇게 쉽고 간단하게 ‘나는 차별하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저자는 말한다. 당신의 안온한 일상이 곧 차별의 증표라고.
저자는 현실이 고달프고 팍팍해도 절망 속에서 희망을 택하고 차별에 맞서는 용기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이 책에 담고 싶었다고 말한다. 우리 사회에 일상적으로 퍼져 있는 차별을 곱씹어 보고 약자와 소수자들과 함께하는, 모난 돌이 아닌 두드릴수록 강해지는 쇳덩이가 되어 보자고 한다. ‘차별하지 말자’가 아니라 한 번이라도 자신이 아무렇지도 않게 차별한 순간들을 깨달을 수만 있다면 이 이야기의 효용은 거기에 있을 것이다.
‘언젠가 소수자가 될 나’를 위하는 마음으로, 다정을 행하려는 이들과 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차별하지 않으려고 고군분투해도 때론 실패하고 또 좌절하기도 하는 우리 같은, 보통의 사람들이 이 책을 읽어주길 바라며.
프롤로그
우리는 차별에 대해 얼마나 깊은 감수성을 가지고 있을까. 신분제도가 존재하고, 여성과 장애인은 미천한 대접을 받으며 외국인은 구경조차 할 수 없던 시절이 불과 100여년 밖에 지나지 않았다. 압축성장을 통해 경제적 수준은 유럽이나 북미에 가까워졌지만 우리의 의식수준은 어느 단계에 와 있는지 자못 궁금하다.
차별당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 또 차별자로 비춰지기 싫어하는 분위기가 어느정도는 형성되었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 할 수 있겠으나, 차별을 하는 사람도 또 차별을 당하는 사람도 우리가 차별하고 있는 대상에 대한 범위가 얼마나 넓은지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 보는 이가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차별 대상의 범주란 남녀, 장애인, 피부색 정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그 정도만 일상적으로 생각하고 있어도 아주 나쁘지는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좀 더 차별 없는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어가고자 하기에는 조금 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되며, 이 책은 자신의 차별에 대한 인식의 정도를 점검하고 앞으로 얼마나 차별에 대해 좀 더 섬세하게 고려해야 할지에 대한 지표를 제공해 준다고 볼 수 있겠다.
현직 기자로서 다양한 계층을 만나며 사회의 구석구석에서 알게 모르게 일어나는 차별에 대해 그 경각심을 일깨우고, 우리의 일상 속의 흔한 일들이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말못할 소외와 억울함을 삭여야만 하는 차별은 아니었을지 다시한번 돌아보게 되는 계기를 이 책은 만들어 준다.
항상 차별을 경계하고 평등을 외쳐오던 나 스스로도 이 책을 통해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까지도 권리라는 미명하에 또다른 차별을 만들어내고 있지는 안았는지 반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특별한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일어날 법한 “가장 보통의 차별”에 대해 스스로 고민할 계기가 되었다.
페미니즘
성 정체성의 다양성에 대해서는 별론으로 하고..
<중 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