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이 책은 나에게 이제는 수신되지 않는 ‘연애편지’일 것이다”
마음이 맞았던 배우와 감독이 나눈 여섯 번의 인터뷰 『키키 키린의 말』
평범한 어머니와 할머니를 주로 연기하면서도 특유의 개성을 덧입혀 묵직한 존재감을 내뿜었던 배우 키키 키린. 우리에겐 ‘고레에다의 페르소나’라는 수식어로 친숙하지만, 키키 키린은 배우로서 연예인으로서 오랜 시간 일본 대중문화를 견인해온 인물이다.
마음산책 열여섯 번째 말 시리즈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인터뷰어로 나선 키키 키린 인터뷰집, 『키키 키린의 말』이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2008년부터 키키가 세상을 떠난 2018년 사이 나눈 여섯 번의 대담에는 키키의 60여 년 연기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그는 TV 드라마를 주 무대로 활동하던 스무 살 무렵부터 영화로 본거지를 옮긴 노년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담담히 들려준다. 국내에 소개된 그의 책이 삶과 죽음, 태도와 관계 등 시대의 어른으로서 인생의 교훈을 전하는 내용이었다면 이번 말 시리즈에서는 배우로서 ‘연기라는 것, 연기하는 것’에 관한 소신과 철학을 풀어놓는다.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어느 가족>, 그리고 최근의 <괴물>까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를 자주 챙겨보는데, 그의 페르소나인 키키 키린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았다. 작품을 대하는 방식, 그리고 삶을 대하는 방식에 있어 그녀의 선택들은 굉장한 울림이 있었다. 사실 방식을 선택했다고 말하는 것이 애매한 게, 그녀는 작품을 작품처럼 대하지 않았다. 작품이 삶이고, 삶을 작품과 같이 살았던 그녀였다.
이 책에서 제일 인상깊은 단어가 있다. 바로 ‘부감하다‘라는 단어인데, 사전에 찾아보니 높은 곳에서 내려다본다 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 단어가 이 책의 핵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심리학을 전공해서인지 영적 심리학이 떠올랐다. 영적 심리학spiritual psychology은 현대 심리학의 틀을 가지고 인간의 영적, 종교적 측면을 통합시킨 하위 학파이다. 이 학파는 자아초월심리학 이라고도 하는데, 자아초월은 정체성 혹은 자기감이 인류,생명,심혼 혹은 우주 전체를 포괄하는 개체적 혹은 개인적 수준 너머로 확장되는 경험으로 정의된다. 혹은 인습적,개인적 혹은 개체적 수준을 넘어선 발달 로 정의되기도 한다. 자아를 초월하는 경험은 종종 영혼의 성숙을 촉진하고, 영혼의 성숙은 자아 초월을 더 깊이 경험하게 만든다. 두 요소가 서로 상호작용한다. 그렇다면 영혼이 성숙하다는 것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