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스타일과 환경을 모두 챙길 수 있는,
착취 없는 멋부림은 어떻게 가능할까?
20대 내내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매일같이 옷을 사 모으던 저자는 어느 날 해외의 패스트패션 매장을 방문했다가 충격과 의아함을 느낀다. “마음에 쏙 드는 패딩을 하나 발견했다. 부드러운 솜털과 깃이 가득한 패딩. 가격표를 뒤집어 확인해보니 1.5달러였다. 우리나라 돈으로 2000원도 안 되는 가격이었다. [……] 넌 어떻게 지하철 요금보다 싼값으로 여기에 온 거니? 이게 가능한가?” 그는 이 사건을 계기로 새 옷 사기를 그만두기로 결심하고, 패션이라는 명분하에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착취적 현실을 탐구하기 시작한다.
5년째 제로웨이스트 의생활을 몸소 실천하며 해양환경단체 시셰퍼드 코리아에서도 활동 중인 저자는 옷이 생산·유통·폐기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갖가지 악영향을 여과 없이 고발한다. 하지만 자기 혼자 새 옷을 사지 않는다 한들 옷으로 인해 벌어지는 숱한 문제를 해결할 순 없음을 인정하며 자신은 여전히 예쁜 옷을 보면 시선을 빼앗기기 일쑤라고 고백한다. 이렇듯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에는 패션업계 안팎의 현실에 대한 고발뿐 아니라 저자의 딜레마와 노하우도 두루 담겨 있어, 스타일과 환경 보호를 나란히 추구하려는 독자들이 거창한 결심이나 배경지식 없이도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최근 동물권과 환경에 관심 있는 이들이 늘어나며 비건 식생활이나 제로웨이스트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정보와 노하우가 활발히 공유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 환경에 가해지는 악영향이 그에 못지않음에도 우리의 의생활에 관한 이야기는 지금껏 자주 다뤄지지 않았다.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는 이와 비슷한 갈증을 느끼며 실천의 방도를 찾던 독자들에게 친절한 안내서가 되기에 충분하다.
책의 저자인 이소연 씨는 과거부터 옷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모종의 이유로 안 입는 옷을 친구들과 바꿔 입거나, 오래된 어머니의 옷을 물려 입는 등의 ‘옷 안 사기’에 도전한다. 이를 생각하는 것만큼 근사하고 대단한 일이 아니며, 평범한 일상을 하나씩 바꿔가는 작은 도전이라 칭한다. 옷을 사는 것이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옷을 살 때마다 죄책감에 시달리라고 종용하는 것도 아니다. 누군가의 잘못이라고 손가락질하기보단, 우리 모두에게 책임과 소망이 있으니 작은 노력부터 함께 시작해보자고 손을 내미는 것이다. 열 벌씩 사던 옷을 한 벌이라도 줄인다면, 온라인 쇼핑 택배를 받는 대신 중고품에서 내 것을 찾는 기쁨을 알게 된다면, 우리는 스스로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전례 없이 큰 변화를 맞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