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소박한 삶』은 스토아학파 대표 철학자 에픽테토스의 스승으로, ‘로마의 소크라테스’로 불린 가이우스 무소니우스 루푸스의 책이다. 그가 직접 발표한 작품이 있었는지는 확실치 않고, 그의 제자들이 스승의 철학적 가르침을 엮어 모음집을 펴내고 후대 철학자들이 선집으로 그 기록을 이어 왔다. 이 책은 그중 일부를 엮은 것으로, 그의 책이 한국 독자들에게 제대로 소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네로 시대에 철학을 가르쳐 큰 명성을 얻은 그는 신분과 성별을 가리지 않고 제자를 받았으며, 여성이 남성의 소유물로 간주되던 시대였음에도 여성도 철학을 공부해야 하며 딸도 아들과 똑같이 교육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화려한 밥상보다는 소박한 식탁, 간소한 세간살이로 꾸린 삶을 지향했던 그의 가르침은 오늘날 우리가 이야기하는 성평등과 비건지향, 미니멀리즘 등과도 맞닿아 있다. 물질적 풍요와 개인주의적 성향이 팽배한 가운데에도 오히려 정신적 공허감에 시달리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고민한다면 절제의 미덕과 검소한 생활, 사익보다는 공익과 공동체 의식을 역설한 무소니우스의 가르침에서 교훈을 얻을 부분이 적지 않을 것이다. 지금 그의 철학을 읽어야 할 이유다.
‘소박한 삶’이라는 책 제목이 흥미롭다. 그것이 현대적인 의미를 가진다면 별 이상할 것도 없다. 그러나 가이우스 무소니우스는 1세기 로마에서 살았던 철학자이다. 그러니까 이 책의 제목은 바로 그 로마의 1세기를 배경으로 한다고 봐야 한다.
그때의 시선에서 정말 그의 삶이 소박했을까? 그때의 소박함은 어떤 것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그저 욕심 없이 살면 그것이 소박한 삶일까? 아니면 그저 끼니를 거르지 않을 정도의 삶이라는 말일까? 궁금해 하지 않을 수 없다.
무소니우스가 추구했던 철학은 인간이 행동 윤리에 철저히 초점 실천을 강조했다. 우리 식으로 말해 실사구시의 학문으로 볼 수 있을 법하다. 그러므로 그의 철학은 사람들의 일상적 삶에 닿아있었다. 그런 점에서 보면 분명 그의 삶은 소박해 보인다.
권력에의 의지보다는 올바른 삶에 무게를 두고 비록 왕 앞에서도 자기가 믿는 바를 분명히 말 할 수 있는 철학자로서의 결기가 그런 소박함을 뒷받침한다. 대체로 역사는 이러한 지식인들에게 설 자리를 주지 않는다. 그가 유배를 거듭한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그의 실사구시를 추구한 철학과 척박한 유배생활을 극복해 냈다는 점에서 언뜻 조선 후기 다산 정약용 선생을 닮았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정약용의 목민심서와 그의 철학하는 왕이 결은 다르지만 큰 틀에서는 백성의 삶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다르지 않아 보이기도 한다.
당대에 스토아 철학자로 꼽히는 사람이 많았지만 무소니우스는 지혜, 용기, 절제, 정의라는 고결한 가치를 추구하며 실제 삶에서 실천하였다. 따라서 당시 사람들은 그를 ‘로마의 소크라테스’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러나 무소니우스가 사람들에게 심어주려고 했던 철학은 단순한 말이나 가르침, 토론의 기술이 아니었다. 학자들만의 심오한 철학적 이론도 아니었다. 모든 사람이 스스로 성찰하여 한 인간으로 완성될 수 있도록 실천을 추구하는 철학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