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젊은 크리에이터들이 즐기는 각기 다른 모양의 이야기!
2030세대를 대표하는 소설가와 일러스트레이터의 단편 소설 시리즈 「테이크아웃」 제11권 『몫』. 학교 신문편집부에서 만난 희영과 나, 그리고 정윤. 글 쓰는 일에 마음을 쏟는 그녀들의 성장 과정을 담은 소설로, 각자 지어가는 삶의 단편적인 모습과 함께 배치된다. 쓰인 것보다 쓰이지 않은 이야기가 더 소중한 그녀들의 이야기는 콘트리트의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고 건조한 질감 속에서 생기를 머금고 피어오르는 손은경의 초록으로 형상화된다.
1. 들어가며
<몫>은 소설집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에 실린 단편이다. 이 소설집에 실린 다른 작품들에서처럼 <몫>에서도 반복되는 모티브가 있다. 첫째, 현재진행중이기보다는 과거의 관계를 회고하는 형식을 취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성들의 관계를 다룬다. 이 소설집의 단편들에는, 여자강사와 제자, 엄마와 딸, 이모와 조카딸, 언니와 동생 등 여성들 사이의 다양한 관계가 나온다.
<몫>에서도 과거 대학시절 친구사이였던 인물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과거를 지나쳐 간 여성들의 이야기를 함으로써 작가가 제시하고자 하는 것은, 그 관계들에서 피어난 크고 작은 오해들, 미처 봉합되지 못한 상처들, 그리고 뒤늦게 마나 회고함으로써 시도하는 애도와 연대의 몸짓이다.
2. 일상의 폭력
이 소설은 대학시절 교지 동아리에서 함께 보낸 해진과 희영, 정윤에 관한 이야기다. 이 소설은 ‘당신’이라 칭해지는 해진의 관점에서 희영과 정윤 등 대학시절 친구들에 대해 서술한다고 볼 수 있다. 해진은 대학을 졸업하고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 모교의 교정에서 정윤과 마주친다. 이 우연한 조우를 통해 과거 1996년 경의 기억이 소환되는 것이다.
해진은 1996년 가을, 대학 교지 편집부에 들어간다. 그 계기가 된 것은 사학과생 정윤의 글이었다. 정윤은 그해 있었던 A여자 대학교 집단 폭력 사건들에 관한 기사를 썼다. 늘상 반복되어 왔던 폭력이지만 유독 폭력의 수위가 높았던 그해 사건에 대해 정윤은 탄탄한 취재와 논리력을 바탕으로 사태를 비판한다. 더군다나 ‘일부 학생들의 문제인가?’라고 날카롭게 물으며 이 사태의 근원에 있는 학내 남성중심주의, 가부장주의, 여성혐오를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