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민초들의 삶에서 길어 올린 풍자와 해학의 작가 김주영이 1975년에 발표한 첫 소설집, 가 재출간되었다. 1970~80년대에 출간한 첫 작품집을 젊은 평론가의 새로운 해설과 함께 복원하는 '소설 르네상스' 시리즈 가운데 한 권이다.
김주영 초기 소설의 주인공은 대개 도시 정착에 실패한 뜨내기들인데, 소외된 사람들을 조명하는 작가의 시선은 인간을 극단적으로 변질시키는 도시의 악마적인 힘을 겨냥하고 있다.
생존을 대가로 타락과 위선을 부추기는 도시 문명과 도시인의 그늘을 비판적으로 조명하고 있는 이 작품집에서 특이한 것은 그 탈출구를 모색하는 방식이다. 작가는 낭만적인 유토피아를 상정하는 대신, 규범을 거스르는 당돌한 악인들을 통해 긴장과 생명력을 이끌어낸다.
<여자를 찾습니다>라는 제목대로 이 작품은 시골에서 상경한 스물여덟 살 청년 나팔수가 자기 결혼 상대를 찾는 내용이다. 다른 작품들처럼 주인공에게 영웅적인 면모가 있다거나, 슬기로움이나 용기가 있다거나, 혹은 주인공이 교훈을 주는 인간인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당대 사회의 썩은 점을 날카롭게 꼬집는, 피폐한 내용의 작품 또한 아니다. 그저 머릿속엔 인간 본능대로 충실하게, 자기 애인이 되어줄 ‘여자’를 ‘찾는’ 게 고작인 나팔수 씨의 이야기다.
그렇기에 오히려 집중하기는 좋은 작품이다. 나팔수는 현대 사회의 여느 2030 젊은이들과 마찬가지인 처지이다. 지방에는 부모님이 계시고, 서울에 취직해서 이리저리 셋방살이하며 옮겨다니고, 돈을 벌고 여자를 꼬여서 즐겁게 연애하다 결혼하기를 바라는, 그런 평범한 청년이 주인공이다...<중 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