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아픔이 길이 되려면』 이후 6년,
김승섭이 읽고 만나고 부대끼며 분투한 기록
공부는 무엇이고 인간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소수자의 건강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질문해 온 김승섭이 그간의 연구를 소개하는 공부의 기록이자, 그 과정에서 겪은 시행착오를 고백하는 분투의 기록이다. 장애인, 성소수자, 여성 노동자 등 한국 사회에서 지워진 존재들의 고통에 구체적 데이터와 정확한 문장으로 응답하기 위해 그는 “읽고 만나고 부대끼며” 막막한 상황에서도 길을 찾아 분투한다. 책에는 과학의 이름으로 소수자에게 낙인을 부여했던 19세기 논문부터 국내 성소수자의 건강에 대한 최신 연구까지, 풍부한 학술 자료가 적재적소에 소개된다. 데이비드 윌리엄스, 캐런 메싱 등 세계적 학자들과 김승섭이 만나 나눈 대화들은 한국 상황을 객관적 시각에서 돌아보게 하며, 그가 직접 촬영한 사진들은 현장감을 더한다.
김승섭은 말한다. “답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질문을 포기할 수는 없”다고(6쪽). 그의 질문은 현실적 해결책만을 구하지도, 정치적 올바름만을 좇지도 않는다. 트랜스젠더를 비롯한 그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화장실이 필요하다고 역설하면서도 “한국 여성에게 공중화장실은 불법 촬영과 폭력을 걱정해야 하는 불안한 공간”(124쪽)이라는 엄연한 현실을 함께 지적한다. HIV 신규 감염을 줄일 보건정책을 논하면서도, 동시에 그 질병과 함께 평생을 살아가야 하는 감염인의 사회적 존엄을 지킬 길을 고민한다. 그가 말하는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란 공기처럼 존재하는 차별을 정확한 데이터로 마주하고, 당사자의 고통을 함께 이야기하고, 문제의 복잡한 맥락을 헤아리는 모든 과정이다.
“제가 서 있는 자리에서는 이미 생산되어 있는 지식만으로는 답할 수 없는 질문에 답해야 할 때가 많았습니다. 그럴 때는 읽고 만나고 부대끼며 길을 찾으려 했습니다.”(6쪽)
의사가 되는 것을 꿈으로 정하면서, 실제 그들이 가진 생각과 방향에 대한 궁금증이 들 었다. 매체에서 비춰지는 것과 같이 모든 것들을 객관적 근거를 통해 합리적으로 판단 하는 지에 대한 부분이 컸다. 이 책은 그러한 부분에 대한 나의 생각을 변화 시켜줄 좋 은 책이 될 것이라 생각해 책을 선정했다.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는 책을 선정 한 이유에 응답하듯 오랜 기간 의료계에서도 인종, 성별 등에 따른 차별에서 비롯되는 잘못된 판단과 그로 인한 결과를 배울 수 있도록 해주었다.
또한,, 연구자의 입장에서 사회에 있는 차별을 인식하게 하고 그에 대한 새로운 시야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현대 사회는 다문화화와 다양성의 증대로 인해 다양한 형태의 차별과 편견이 여전히 만연해 있다. 이러한 사회적 문제를 심도 있게 고찰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차별의 본질과 그로 인한 고통을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김승섭의 저서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는 이러한 사회적 문제를 다루며, 차별이 단순히 명시적인 행위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암묵적인 편견을 통해서도 깊은 상처를 남긴다는 점을 강조한다. 특히, 의료 현장에서의 인종 차별, 트랜스젠더와 장애인의 사회적 배제, 난민에 대한 편견 등 다양한 사례를 통해 차별이 개인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조명한다.
이 책에서 소개된 녹스 토드 박사의 연구는 의료진의 진통제 처방에 있어 환자의 인종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는 충격적인 결과를 보여주며, 이는 암묵적 편견이 실제 차별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소수자에게는 심각한 고통을 초래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저자는 왜 공부하냐고 물은 제자가 세상을 평등하게 한다고 하길래 그건 아니라고 주장했다. 내가 봐도 좀 이상하다. 공부를 통해서 나중에 큰 사람이 되면 가능한 일이겠지만 말이다. 조금 파격적인 내용을 다루는데 트랜스젠더가 사회적 차별을 받는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둘 중 하나의 성별을 골라야 하니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저자는 사회적 약자 집단에 대한 차별 경험을 측정하는 것은 어렵다고 했다. 이주 노동자들을 질적 연구를 할 때는 대답하는 사람의 말의 내용뿐만이 아니라 어조, 태도까지 중요했다고 한다.
현실에서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자신을 당당하게 차별주의자라고 말하는 이들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익명성이 보장된 인터넷 공간에서는 특정 집단이나 개인에 대한 차별과 혐오의 목소리가 넘쳐난다. 그리고 뉴스 사회면에서는 이런 차별과 혐오에 지쳐 세상을 떠나거나 분노하는 이들의 소식이 수시로 등장한다. 굳이 다른 나라의 사례까지 가져오지 않더라도 이미 우리 사회 주변에는 이런 약자에 대한 무관심과 조롱이 넘쳐나고 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연민이나 동정의 차원이 아닌 제대로 된 이해가 필요할 것이다. 김승섭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환경보건학과 부교수가 펴낸 이 책이 그런 이해를 하는 과정에서 굉장히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 한 권에는 저자가 스스로 공부하고 발로 뛰며 찾아낸 현장의 이야기들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김승섭의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는 그 독특한 제목 때문에 펼쳐든 책이다. 그런 책장을 한 장씩 넘기면서 점차 묘한 기분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우리 사회에 생각지도 못한 아픔이 깊이 베어있다는 사실은 내게 분명 충격이었다.
생각해 보니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온갖 차별과 그로 인해 피해들은 어둠 속에서 숨을 죽이고 있었던 것이다. 보이지 않으면 우리는 쉽게 없다고 단정해 버린다. 보지 않았으므로 믿을 수 없는 것이 언뜻 당연한 일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순간 우리는 정치적 상황 속으로 빨려들고 만다. 그리고는 너무도 쉽게 편을 가른다. 우리에겐 언제부터인가 이쪽 아니면 저쪽 밖에 없는 이분법적 세계에 살고 있다. 성소수자의 아픔을 이해하기보다는 그저 별난 사람들이라는 색안경을 끼고 본다.
저자는 글머리에 자신이 왜 공부를 하는지에 대한 나름의 분명한 이유를 밝히고 있다. 그런 만큼 저자의 이 책은 저술 목적이 분명하다. 저자는 대학원 지망생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대답하고 있다.
“제게 공부는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언어였습니다. 타인의 고통은 타인의 것입니다. 우리는 손톱 밑에 찔린 가시로 아파하는 옆 사람의 고통을 알지 못하지요. 특히 부조리한 사회로 인해 상처받은 이들은 종종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숨죽이며 아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자는 손톱 밑의 가시를 드러내 보이고 그것을 빼버릴 때만이 고통이 멈출 것이라는 점을 세상에 알리고 싶어 했다. 그런데 누구도 그것은 자기들과 상관없는 일이라 외면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그의 말은 내게 절규처럼 들렸다.
“보이지 않는 상처가 당사자의 몸에 갇히지 않고 공유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되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그 고통에 응답해야 합니다.” (7쪽)
이것이 그가 공부를 시작한 이유이다. 공부가 당장 사회 변화를 만들어 내거나 사람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 수는 없지만, 인류가 유사한 문제에 처해 실패와 성공을 반복하는 동안 쌓아온 지식을 면밀히 검토하면서 얻게 되는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