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낯선 방식의 감각화를 꿈꾸는 시인, 진은영!
진은영 시집『우리는 매일매일』. 첫 시집을 통해 익숙한 일상을 새롭게 하는 감각을 보여준 진은영 시인이 5년 만에 펴낸 두 번째 시집이다. 오랜 사유 끝에 얻을 수 있는 낯선 은유들로 가득한 총 49편의 시를 3부에 나누어 담았다. 치열한 의식과 환하게 빛나는 시어의 간극, 차가움과 달콤함의 이율배반적 공존에서 재조합된 시적 세계를 엿볼 수 있다.
이번 시집에서는 습관화된 감각들을 배반하는 구절들이 곳곳에서 반짝인다. 메시지의 전달에 급급하지 않고, 최소의 어휘와 간명한 표현으로 감각의 사유를 증폭시키고 있다. 또한 타자와 내가 만나는 시간에 대한 사유, 언어를 비롯한 여러 기호들에 대한 감수성, 장르에 대한 메타적 인식, 규정되지 않은 것에 대한 고찰 등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또한 시인은 정리되지 않은 낯선 은유를 통해 역사의 시간과 시대의 풍경을 무거운 진실로 환기시키고 있다. 그리고 시적 창조의 의미 있는 체험을 시로 형상화하면서 시의 존재론적 가치를 긍정하고 시적 진실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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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매일〉
흰 셔츠 윗주머니에
버찌를 가득 넣고
우리는 매일 넘어졌지
높이 던진 푸른 토마토
오후 다섯 시의 공중에서 붉게 익어
흘러내린다
우리는 너무 오래 생각했다
틀린 것을 말하기 위해
열쇠 잃은 흑단상자 속 어둠을 흔든다
우리의 사계절
시큼하게 잘린 네 조각 오렌지
터지는 향기의 파이프 길게 빨며 우리는 매일매일
‘그는 나를 달콤하게 그려놓았다/뜨거운 아스팔트에 떨어진 아이스크림/나는 녹기 시작하지만 아직/누구의 부드러운 혀끝에도 닿지 못했다.’ 진은영 시인의 시, ⌜멜랑콜리아⌟(참고1)의 일부다. ‘나’는 누구에게도 닿지 못하고 녹아버린다. 아스팔트에 떨어져버린 아이스크림은 더 이상 누구의 입속에도 들어갈 수 없다. 만일 내가 소태처럼 쓰다면 떨어져버린 아이스크림에 일말의 안도감이 함께했겠지만 ‘나’는 달콤하기에 혼자 녹아 사라져버리는 것은 더욱 안타깝게 느껴진다.
그는 나를 모래사막에 그려놓고 자신이 그린 것이 물고기였기에 다시 지워주기도 한다. 나는 그에게 슬픈 존재다. 더불어 이해할 수 없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조차 자주 잊어버린다. 나와 그의 사이에는 소통이 부재한다. 진정한 자신은 서로에게 닿지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나를 사랑하기에 배려한다. 그에게서 지워준다. 하지만 그는 그에게서 지워진 내가 어디로 갔는지 알지 못한다. 그는 낙관주의자이기 때문이다. 안타깝고 슬픔에도 나는 아이스크림이고 물고기이기 때문에 시는 아름다웠고 그가 낙관주의자기 때문에 진은영 시인의 시집은 펼쳐졌다. 낙관주의자인 그를 그려낸 시인이 궁금했다.
진은영 시인은 1970년생으로 이화여자대학교 철학과와 같은 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2000년에 계간된 『문학과사회』 봄호에 시 ⌜커다란 창고가 있는 집⌟외 3편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2003)과 『순수이성비판, 이성을 법정에 세우다』(2004), 『니체, 영원회귀와 차이의 철학』(2007) 등의 저서가 있다. 시인 최승자가 “드디어 나를 정말로 잇는 시인이 나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본문에서 다룰 시집은 『우리는 매일매일』이라는 진은영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이다. 앞서 언급한 ⌜멜랑콜리아⌟가 수록되어있는 시집이기도 하다. 시집 『우리는 매일매일』은 진은영 시인의 첫 시집 이후로 5년 만에 발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