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채든담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
천양희 시인의 채근담 『간절함 앞에서는 언제나 무릎을 꿇게 된다』. 소월시문학상, 현대문학상, 박두진문학상, 이육사문학상, 대한민국문화예술상 문학부문, 만해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펼쳐온 저자가 자신의 인생의 지침서가 되어준 《채근담》을 화두 삼아 명상으로 찾아낸 인생의 구절들을 들려준다. 고전 《채근담》에 저자 특유의 언어적 기지와 지성을 녹여 새로운 《채근담》으로 빚어내고 있다.
나무의 본성은 곧 사람의 근본과 같다는 말을 기억하고 주지스님에게 오동나무를 베지 말아달라고 간곡히 부탁한 부인의 깊은 마음, 말은 침묵에 근접할 때 가장 사람의 가슴에 와 닿는다는 말처럼 저자의 마음속에 온기를 주는 산처럼 건강하고 바다처럼 넉넉하다는 말, 시인으로 사는 법과 좋은 인간으로 사는 법을 깨닫게 해준 혜암스님의 말씀 등 인생의 체험으로 써내려간 깊은 지혜와 사랑을 오롯이 전하고 있다.
여름과 가을의 교차로에서 천양희 시인과 대화를 나누기로 했다. 그녀의 시세계를 들여다보고 싶었다. 익히 알고 있었던 시인을 좀 더 세밀히 알고 싶은 열망을 달래기 위해서는 시집보다 산문집이 더 좋을 듯 싶었다. 내 추측은 딱 들어맞았다. 난 시인이 쓴 산문집 세 권을 연달아 읽어내고도 더 읽고 싶은 미련이 남을 만큼 시인의 시에 대한 열정과 신념과 가치관이 존경스러웠다. 곧 이 모든 것을 나의 것으로 내면화하고 싶었다.
시인은 부산출생으로 국문과를 졸업했다. 재학 중에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후 꽤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야 시집과 산문집을 출간했다. 소월시문학상을 비롯한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한 꽤나 우람한 시인이다. 몇 권의 시집은 아직 덜 읽었으나 이번 독서로 그녀의 산문집은 모두 읽을 수 있었다.
가을은 코스모스의 계절이다. 이 꽃은 신이 제일 먼저 만든 꽃이란다. 개인적으로 나의 어머니는 이 꽃을 가장 좋아했다. 코스모스는 우주라는 뜻이다. 시가 되지 않으면 마음이 피우는 웃음꽃이 피어나지 않는다고 말하는 시인은 많이 갖는 것보다 가진 것을 소중히 여길 때 코스모스는 활짝 핀단다.
‘설리춘색’이란 말은 눈 밑에 이미 봄이 와 있다는 말로 고통속에도 이미 기쁨이 와 있다고 믿고 이겨내는 것, 그것이 참 인간의 길이란다. 겨울속에 입춘이 들어있듯 눈 밑에 봄이 와 있다는 말. 미국 작가 루시 쇼의 근사한 말, ‘봄은 긴 긴겨울이 주먹 속에 쥐고 있는 희망이다’와 상통한다. 불안이 영혼을 잠식할 때 이 말은 힘을 나게 하고 화초처럼 살아있는 시를 쓸 것을 다짐하게 되는 위안의 말이다.
시인은 고난을 겪은 자만이 시를 쓸 자격이 있으며 진정한 예술은 고통을 최소 조건으로 삼는지 그녀는 그 이유를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