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2010년 8월 27일, 63세로 타계한 '우리 시대의 이야기꾼' 이윤기의 유고 산문집. 37편의 산문과 함께, 책의 말미에 번역가인 딸 이다희가 아버지 이윤기를 추모하며 쓴 글 '아버지의 이름'을 수록하였다. 동서양의 역사와 문화, 신화 등을 넘나드는 풍부한 인문교양이 이윤기 특유의 해학과 재치가 어우러진 재미있는 에피소드들로 맛있게 버무려졌다.
자신의 체험을 시종 명징한 언어와 유쾌하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펼쳐 놓곤 했던 이야기꾼 이윤기가 마지막으로 풀어놓은 이야기보따리다. 인간에 대한 이해를 확장하고 삶의 가능성을 진지하게 탐문하는 행동하는 철학자, 또한 진정한 자유인이기도 했던 이윤기의 혜안과 주옥같은 명문을 만나볼 수 있다.
모두 5부로 구성되었다. 1부 '날마다 지혜를 만나다'에서는 자연에 얽힌 단상을, 2부 '내가 뿌린 씨앗, 내가 거둔 열매'에서는 저자의 일상과 지인들과의 추억을, 3부 '위대한 침묵'에서는 신화와 고전, 문화에 관한 이야기들을, 4부 '부끄러움에 대하여'에서는 세태 비평과 우리 사회에 대한 깊은 통찰을, 그리고 5부 '어머니는 한 번도 날 무시하지 않았다'에서는 어린 시절부터 최근의 모습까지 저자의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진솔한 음성으로 들려준다.
‘위대한 침묵’은 대사가 거의 없다. 어두운 공간에서 침묵은 이질적이기까지 하다. 대사는 영화의 기본적인 형식인 반면 침묵은 오늘날 효용성의 세계에서 맞지 않는 개념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런 기본적인 형식을 탈피해 언어가 주는 편견과 사고를 넘어 침묵의 가치를 보여준다. 영화는 불친절하게도 어떤 말도 하지않는다. 따라서 수도사들의 생활에 집중하게 되고 샅샅이 보게 된다. 수도사의 방은 어떤지, 침묵의 수도원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또 자세하게 보도록 유도한다. 대사에 집중하지 않으니 그동안 영화를 보며 눈에 띄지 않았던 부분들이 보인다. 푸른 지붕과 눈발 날리는 겨울의 모습. 긴 복도의 창가에서 내리는 햇빛은 성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침묵은 목적조차 없어 보이고 기존의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전체성을 느껴지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