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한때 세상에 널리 퍼진 이름들을 만난 시간
지금 세계에 하나뿐인 목소리와 사랑에 빠진 순간
나의 생애에 가장 아름다울, 보라색 여행기
2015년 《실천문학》으로 데뷔하여 장편소설 『체공녀 강주룡』으로 제23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신예 작가 박서련의 『더 셜리 클럽』. 이 책은 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 29번으로 출간되었다. 『더 셜리 클럽』은 우리를 강한 사람이게 하는 사랑을 말한다. 또한 우리를 좋은 사람이게 하는 연대를 이야기한다. 『더 셜리 클럽』은 이국적인 보라색 사랑의 소설이다. 사막 위 바위처럼 강인한 연대의 소설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해변에서 즐기는 마카로니피자처럼 사랑스러운 소설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이 소설을 읽는 우리는, 우리에게 아직 사랑이 남아 있음을, 아주 작은 선의라 하더라도 그것에는 미량의 사랑이 묻어 있음을, 그 사랑이 모여 우리의 정체성을 이루는 것임을 감각하게 될 것이다.
주말이면 셜리는 쉐어하우스를 나와 멜버른을 거닌다. 축제 기간에 우연히 만난 S는 또렷한 보라색 목소리를 가졌다. 셜리는 그가 혼혈인지 이민자인지 남자인지 여자인지조차 잘 모른다. 그저 보라색 목소리를 가졌다는 것만 확실히 안다. 몇 차례의 만남 이후, 셜리는 S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치명적 사실을 인정해야 함을 깨닫는다. 이제 서로가 많이 가까워졌고, 좀 더 알아갈 수 있게 됐다 생각한 순간 S가 사라진다. 아무런 연락도 없이, 한 번의 답신도 없이. 셜리는 이 사랑에 있어 절실함이 있다. 그 절실함이 긴 여행의 성격을 송두리째 바꾼다. 어떻게 해서든 다시 만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치즈공장 ‘워킹’홀리데이는 멜버른에서 에어즈록으로, 울루루로 그리고 퍼스로, 로트네스트섬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홀리데이’가 된다. 대륙을 떠돌게 된 셜리는 S를 만날 수 있을까?
나와 같은 이름을 가졌지만, 나와 다른 모습과 역사를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마치 오랫동안 누적된 은행이자 같은 두둑한 애정을 받는 기분은 어떤 감정일까.
‘셜리’라는 이름은 마치 한국의 숙희, 명자와 같이 오래 전에나 사용되었을 것 같은 옛스러운 이름이다. 설희는 자신의 한국 이름과 비슷하고 왠지 끌리는 느낌에 ‘셜리’ 라는 이름을 영어 이름으로 지었다. 워킹홀리데이를 위해 도착한 호주에서 그녀는 ‘멜버른 커뮤니티 페스티벌’에 참여한 ‘더 셜리 클럽’에게 이끌려 그들을 따라갔고, 그들이 뒷풀이를 하는 펍에서 S를 만나게 되었다. ‘더 셜리 클럽’은 호주에 있는 ‘셜리’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모임이었고, 지금은 잘 사용하지 않은 철 지난 이름이었기 때문에 대부분 연세가 있는 할머니들이 대부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