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에밀리 디킨슨 시 선집」이 을유세계문학전집 126번째 작품으로 출간되었다. 미국의 대표적인 시인 가운데 한 명인 에밀리 디킨슨은 평생 독신으로 지내며 시를 통해 인간의 내면을 깊숙이 파헤친 작가다. 특히 연대기적 시간의 중단을 형상화하며 유한이나 영원으로 범주화되지 않는 새로운 향유의 시간을 보여 준 그의 시 세계는 오늘날에도 수많은 독자로부터 끊임없이 사랑받고 있다.
개인적으로 미국문학개관 수업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에밀리 디킨슨의 시 ‘Grief’였다.
먼저 형식적 측면에서 그녀의 시적 실험들은 현대에 와서 보아도 전혀 촌스럽지 않고 세련되었으며, 참신해 보였다. 시 ‘Grief’의 첫 연에서 눈으로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슬픔의 무게를 측정하고자 하는 그녀의 감각적 묘사는 추상적 개념을 구체적으로 형상화함으로써 시를 읽으면서 실제로 그러한 행위를 하는 모습을 상상하게 만들었고, 전통적 운율의 격식을 탈피한 채 대문자와 소문자의 구별방법을 무시하는 그녀의 표현방식은 문법과 틀에 박힌 형식에 자신의 시가 얽매이지 않도록 함으로써 불순응주위자로서의 자신만의 시 스타일을 구축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