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이 책을 통하여 저자는 후진국에 대한 위선적인 선진국의 실태를 예리하게 꼬집고 있으며, 동시에 상식적 통념으로 받아들여지던 수많은 경제학적 관념들-세계화와 신자유주의가 실제로 경제 성장을 이루어 낼 수 있는지, 재산권 보호가 경제 발전에 있어서 과연 대전제에 해당하는지, 적극적 산업 진흥책이...
장하준의 책을 접했을 때 느낀 가장 강렬한 인상은, 많은 이들이 무심코 받아들여 온 무역 질서나 세계 경제 구조가 과연 공정한가에 대한 물음이었다. 저자는 경제 발전을 향해 달려가고자 하는 국가들이 과거부터 어떤 전략을 취해왔는지 여러 자료와 예시를 활용하며 논리를 전개한다.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곳들이 한때 거쳤던 산업 보호와 지원의 역사를 슬쩍 감추고, 이제 막 발전을 시도하는 나라들에게는 무작정 문호 개방과 자유 시장을 강요하는 현실을 담담하게 비판한다. 그것은 마치 저자가 책 제목에서 보여준 것처럼, 어느 고지에 먼저 오른 사람이 뒤따라 올라오려는 이들의 사다리를 발로 걷어차는 모습과 비슷하게 다가온다.
경제 발전에는 여러 이론이 있다. 그중 자유 무역을 통해 자연스럽게 경쟁력이 생긴다고 외치는 견해는 꽤나 오랫동안 큰 영향력을 발휘해 왔다. 그런데 저자는 이러한 견해를 경계한다. 그가 예로 든 역사적 사례들을 보면, 실제로 많은 강대국이 자국의 산업이 성장하던 시기에는 외부 충격을 적절히 차단하거나 특정 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한 경우가 있었다고 말한다. 보호 관세나 보조금, 기술 이전, 심지어 적극적 정부 개입 같은 수단을 동원한 나라들이 성장에 성공했음에도, 어느 순간부터 그들 중 다수가 오히려 세계 무역에 있어 통합을 강조하는 태도를 보인다. 누군가의 표현처럼 문호를 과감하게 열어 젖히라는 메시지를 개도국에게 전한다. 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면 경제가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저자가 지적하는 핵심 중 하나는, 풍요를 먼저 맛본 국가들이 자신들의 과거를 마치 없던 것처럼 덮어둔 채 정교하게 포장된 자유 시장 담론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교과서적인 경제학 체계에서 말하는 재산권의 절대적 중요성도 거기에 포함된다. 재산권이 물론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선진국이 생각하는 가치와 실제로 행해지는 제도는 사뭇 달랐다. 먼저 선진국은 대개 자유주의 무역 체제를 옹호하는 입장이기도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강력한 개입을 통해 개발도상국에게 발전의 기회를 도저히 주지 않는 안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런 잘 사는 나라조차 보호주의로 컸다는 아이러니가 있었다.
자유무역의 허점, 역사는 어떻게 보면 왜곡 당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영국조차도 산업 보호를 지독하게 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영국이든 미국이든 여러 선진국들은 개도국들이 자기 나라 산업 보호를 하겠다는 명분을 무시하고 있다. 20세기 중엽부터 막대한 관세를 부여하여 영국 등 국가들이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고 했다.
선진국들의 이기적인 면, 심하게 얘기해서 악랄한 면까지 알게 되었다. 저자가 말한 것처럼 선진국들은 분명히 심각하게 자기들의 편익을 보기 위해 개도국들을 구워 삶기를 시도하고 있다. 개도국이 선진국에 의해 경제 정책, 무역 등이 좌우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논리라고 생각을 한다.
이 책을 보니 지금 선진국들이 세계 무역 시장에서 얼마나 독점, 선점을 일찌감치 하고 있었느냐 불공평한 거래가 많았냐 하는 점을 알게 되었다. 예전에 영국, 미국 같은 강대국들도 대개 보수적인 무역 정책을 펼쳤다고 한다. 지금 개방을 종용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통계를 잘 볼 줄 몰라서 실제로 저자가 제시한 것처럼 선진국 주도의 경제 발전을 이룬 국가들이 경제 성장이 더뎌지고 있는지 다른 통계를 찾아볼 엄두도 나지가 않는다.
‘사다리 걷어차기’는 장하준이라는 경제학자가 쓴 책으로, 선진국들이 개발도상 국이나 후진국으로부터 기술 발전 및 산업화 과정에서 얻은 노하우나 지식재 산권 등을 빼앗고 착취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현상을 ‘사다 리 걷어차기’라고 표현하는데, 사다리란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도와주 는 도구이자 수단이지만, 누군가 먼저 올라가면 다음 사람들은 오를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즉, 선진국들이 개도국 또는 후진국보다 훨씬 잘 살게 되면 후 발주자들은 어쩔 수 없이 따라잡게 되고, 그러면 자기네 나라에서는 이미 쓸모 없어진 선진기술 따위는 필요 없어지게 되므로 이를 악용하여 자국의 이익만 을 추구하려는 행동을 말한다.
산업이 발전하면서 앞서가는 선진국이 있는가 하면 뒤따라오는 후진국이 있다. 장하준 교수가 쓴 이 책은 역사적으로 선진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어떤 정책을 쓰는지, 개발도상국에서 어떤 정책을 유도하는지 파헤치고 있다. 17~18세기 양모 산업이 발달한 벨기에와 그 기술을 모방하거나 추종한 유럽 국가들은 보조금을 높이고 해외 수입품에 높은 관세장벽을 쌓으며 산업을 발전시키고 있다. 그러나 선진국들은 개발도상국들에게 자유무역을 요구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 쉽게 말해 높은 바위에 사다리를 두고 산에 오른 사람이 올라갔으니 따라오는 사람에게 신경 쓰지 않고 사다리를 걷어차는 것은 선진국이 좋은 일이 아니다.
장하준 교수의 ‘사다리 걷어차기’는 신자유주의의 통념들에 대해 진중한 비판과 반증을 이야기하는 내용이다.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말은 유치산업 보호론의 시조로 잘 알려진 독일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리스트의 ‘정치 경제의 국민적 체계’에서 인용한 용어이다. 리스트는 유치 산업 보호의 이점을 통하여 산업적 성공을 거둔 영국이 후발국인 독일과 같은 나라에게는 자유무역을 주장하는 현실을 ‘사다리를 타고 정상에 오른 사람이 그 사다리를 걷어차 버리는 것은 다른 이들이 그 뒤를 이어 정상에 오를 수 있는 수단을 빼앗아 버리는 행위’라고 말하며 자유 무역을 강조해온 영국의 정치인들을 비판한다.
내가 처음 장하준을 접한 것은 그의 저서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를 읽을 때였다. 전작 <나쁜 사마리아인>에서 개발도상국에 초점을 맞추던 그는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에서 이야기를 자본주의와 시장과 정부, 기업의 역할에 대한 것으로 확장하고, 올해 새로 개정판을 낸 <사다리 걷어차기>에서 코로나19위기로 인해 더욱 위세가 꺾인 신자유주의를 비판하고 선진국의 경제 발전 과정을 역사적으로 분석하여 현재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에게 요구하는 제도와 정책의 불합리함을 주장한다. 수 권의 저서를 내며 그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명확하고 일관적이다. 선진국은 자신들의 경제 성장 시기에는 관세와 보호 무역 등의 조치를 시행했으면서 지금의 개발도상국에게는 그것을 금지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논지이다. 이를 주장하기 위해 <사다리 걷어차기>에서는 경제학을 역사적으로 접근하는 리스트의 방법론을 사용한다. 이 방법은 계속 반복되는 역사적 패턴을 찾고 그런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을 정립해서 그 이론을 현재 우리가 당면한 문제에 그간 변화된 기술적, 제도적,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서 적용하는 것이다. 이 방법론은 현재 주로 이용되는 추상적이고 연역적인 접근법과 대비되는 구체적이고 귀납적인 접근 방식이다.
저자는 최근 수십 년 동안 경제 개발을 연구하는 데 거의 이용된 적 없었던 역사적 접근법을 채택해 바람직한 정책과 통치 체제에 대한 비평을 시도해서 이 방법의 유용함을 재입증하고자 한다.
I. 서론
작년 학과 학술동아리를 운영했을 때 장하준 교수의 책 여러 권을 학우들에게 추천했었다. 이때 경제학을 주류경제학에서 벗어나 다양한 모습을 설명해준 “장하준의 경제학강의”와 자유주의 경제체제의 이면을 보여주는 "나쁜 사마리아인들"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자본주의에 대해 다른 시각을 갖게 되었다. 특히 “나쁜 사마리아인들”을 읽으면서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개념을 알게 되었는데 선진국들이 개도국들에게 자유주의 경제체제를 강요하는 것이 얼마나 허구적이고 기만적인지를 알게 되었다. 책의 마지막장을 넘긴 뒤 꼭 "사다리 걷어차기"를 읽어봐야지 생각하고 있다가 이번 수업을 통해 계기가 되어 읽게 되었다.
II. 본론
이 책은 <나쁜 사마리아인>들에서 저자가 주장한 소위 선진국들의 "사다리 걷어차기"의 내용을 상세히 다룬다. 즉, "사다리 걷어차기"가 선진국들을 통해 15세기부터 20세기까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져 왔는지 확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