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소설가 박완서의 문학상 수상작 모음집. 주산층의 속물성과 한국사회의 물신주의, 가부장제와 여성문제, 전쟁과 분단의 상처 등을 다각도로 형상화하는 데 주력해온 작가의 수많은 작품들 중, 여성을 화자로 삼은 다섯 작품을 선별해 엮었다.
동인문학상('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 이상문학상('엄마의 말뚝 2'), 한국문학작가상('그 가을의 사흘 동안'), 한무숙문학상('환각의 나비'), 현대문학상(꿈꾸는 인큐베이터) 등 국내 유수의 문학상 수상작을 모은 이 선집 속에 일관되게 흐르는 맥은 '상처'이다.
각각의 이야기는 해당 인물의 반생 혹은 평생에 걸친 시간을 통과해 마침내 상처의 뿌리에 도달한다. 이 상처가 드러나고 치유되는 과정이 소설의 서사적 긴장과 이완의 경로가 된다. 작가는 인물의 내면을 속 시원히 내보이는 활달한 언어를 통해 삶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이끌어낸다.
젊어서 남편을 잃고 홀로 힘겹게 세 아이를 키우며 살아온 어머니는 노인이 되어 치매를 앓게 된다. 어머니는 딸인 영주네,아들인 영탁네를 오가며 자식에게 의탁해 살지만, 옛날에 살았던 허름하고 낡은 ‘종암동 집'만큼 마음이 편치는 못하다가 결국 어머니는 가출하게 되고,‘종암동 집'을 닮은 천개사 포교원에서 편안하게 안식을 누린다. 어머니가 찾아든 천개사 포교원에는 열네 살 때 흉측한 일을 당한 후 무당이 되어 식구들을 먹여 살려 온 마금이,곧 지금의 자연 스님이 살고 있다. 어머니는 부엌일이 서툰 자연 스님에게 애정 섞인 타박을 하며 상을 차리는데, 이때 그녀의 모습은 마치 오래된 자식을 거두는 것처럼 자연스럽다.